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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기

더 많은 것들을.

by 지원준

오늘 문득 회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던졌던 질문. "내일이 금요일게 좋아요, 오늘이 금요일인게 좋아요?". 실제로 이 글을 쓰는 오늘은 목요일이기에 내일은 금요일이다. 아마 전 인류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요일로 금요일을 꼽는 사람이 절반은 넘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 금요일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요일이다. 금요일이 제일 좋은 이유는 당연히 토요일, 일요일을 연달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오지도 않은 쉼으로 나는 금요일에 행복해진다. 그렇다면, 그 쉼을 기다리는 행복한 요일을 목전에 둔 목요일은 어떨까. 잠시 생각해보면, 뭐, 목요일도 나쁘지 않다.

이 생각이 집 오는 길의 내 머릿속을 긁었다. 왠지 어린왕자의 사막여우 생각도 났다. 네가 오후 네 시에 올거라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라는 그 여우. 목요일이든, 금요일이든, 어쨌던 둘 다 주말이라는 쉼을 담보로 잡은 행복이다. 여행도 준비할 때가 가장 좋은 순간 중의 하나라고 하지 않던가. 목요일과 금요일의 행복, 여행 준비의 행복, 사막여우의 행복은 모두 '기대' 라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대는 실제 행복의 프라임 타임 -주말, 여행기간,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함께하는 시간- 외에 추가적인 행복을 가져다 준다.

나는 언제부턴가 기대를 버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행복 총량을 늘리는 것보다 기대가 깨어졌을 때의 손실을 막는 데에 중점을 두었던 것이다.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도 하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기대라는 녀석은 본능과도 같아서, 조금의 밝은 틈이라도 보이면 어느새 마음 속에 비집고 들어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대에 중독되어 여느 때처럼 실망하거나, 종종 기대가 충족되어 더 기뻐한다.

기대를 마냥 버리는 일은 삶을 건조하고 팍팍하게 만들었다. 현상만 놓고 보면 실망할 일이 없고 기뻐할 일 -기대하지 않던 좋은 일들- 만 있는 아주 이상적인 삶이지만, 왠지 모르게 온통 회색으로만 점철된다. 누군가에게 기대하지도 않고, 남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는다. 자유로운가? 자유롭다. 하지만 생기는 없다. 그래도 옳은 것이라는 건 없다.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

그래서 난 좀 더 기대하고, 좀 더 기대받고, 좀 더 실망하고, 좀 더 기뻐하고, 좀 더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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