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원준 Nov 30. 2017

데이터 분석이 아니고, 궁금한 걸 배우는 것이다.

데이터 들춰 보는 것을 더 재미있게 만들기

안녕하세요? 카닥에서 일하고 있는 지원준입니다. 오늘은 기획자, PM 들의 영원한 동반자, 데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기획자에게 데이터는 깜깜한 길을 밝혀주는 등대 같은 존재입니다. 데이터는 지금 있는 제품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고, 앞으로 나아갈 길은 어떤 것인지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늘 "데이터 분석" 이라는 단어에 항상 부담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데이터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지금보다 더 노력하고 배워야 한다는 부채감이 있죠.

제가 스스로 데이터 분석에 대해 이렇게 느끼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제 자신에게도 흥미와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요. 이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


데이터를 분석하기?


앞서 말했듯, "데이터를 분석하자" 라는 말은  너무 광범위해 어디에서부터 접근해야할 지 참 난처합니다. 물론 저 말만 내뱉고 떠나는 사람은 참 나쁜 사람이겠지만, 그저 말만 들어도 약간 숨이 차고 이마에 식은 땀이 흐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무슨 데이터를 어디서부터 분석해야할 지, 그런 데이터가 쌓여는 있는 것인지, 쌓여있지 않다면 뭘 어떻게 해서 앞으로 그런 것들을 쌓아야 할 지 막막합니다.

"데이터 분석" 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 저도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마음의 숙제 같이 느껴졌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인 GROW 에 올릴 만한 글을 읽던 중,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습니다.  스타트업은 '제품 로드맵' 이 아닌 '학습 로드맵' 이 있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이었는데요. 이 글에서 영감을 얻어, 저는 제가 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을 "분석" 에서 "배우기" 로 바꿔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잘 배우기 위한 준비


결과는 아주 재밌었습니다. 제가 제품을 바라보는 관점을 "분석" 에서 "배우기" 로 바꾸고 앱을 찬찬히 톺아보기 시작하자마자, 머릿 속에 수많은 궁금증들이 생겨났습니다. 큰 범위의 궁금한 점부터 정말 세부 인터랙션, 문구 단위의 궁금한 점까지요. 예를 들자면 '견적 요청을 하는 사람들이 요일에 따라 설명란에 쓰는 글자 수가 달라질까?' 등의 질문들 말이죠. :)

평소에도 어느정도 제 주변을 떠돌던 분석거리들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질문'의 형태로 제 머릿속에 꽂히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빗발치는 궁금증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해결, 관리하고 싶어, 다음과 같은 4가지의 큰 가이드 라인을 세웠습니다.

1.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업무 시간에도 진행하는 일이니만큼, 회사 차원에서의 우선 순위에 따라 궁금한 점들을 정렬했습니다. 당장 내일 모레 기획을 공유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 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으면 안됩니다.

2.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궁금증 해결 끝, 와! 에서 끝이 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제품으로 옮겨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보고, 제품이 바뀐다면 데이터가 또 어떻게 바뀔지 끈질기게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3. 내 궁금증 해소 뿐만 아니라 팀원들에게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
제가 궁금해 했던 것들은 당연히 팀원들도 궁금해 할만한 것들입니다. 궁금증 해결이 끝나면 무조건 잘 정리된 형태로 팀원들에게 고민의 결과를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공유하는 이야기들이 당장 어떤 임팩트가 있지 않더라도, 앞으로 팀원들이 생각하는 데에 충분한 씨앗은 될 것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4. 자주 들춰볼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는 항상 변하기에, 늘 옛날에 했던 결과를 다시 들춰보고 지금 시점에서 분석해 볼 수 있어야 했습니다. 항상 제가 일을 관리하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장소에 이때까지 해결했던 궁금증들을 모아두기로 했습니다. 그게 온라인의 장소든, 오프라인의 장소든 상관 없이요.


잘 배우기


위 4가지 가이드라인을 잘 지킬 수 있는 포맷을 고민해보니, 칸반 보드 스타일로 관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트렐로는 칸반 보드에 충실하지만 원하는 내용의 컨텐츠를 상세하게 아카이빙하기는 조금 맞지 않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제가 기존에 할일 관리로 쓰고 있던 Notion 을 조금 변형해서 쓰고 있습니다. 아래는 실제 제가 쓰고 있는 Notion 화면의 스크린샷입니다.

 

3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쓰고 있습니다.

떠오르는 질문들을 우선 순위에 따라 정리하고, 가장 왼쪽 열에 적어놓습니다. 어떤 질문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으면 가운데 열로 옮기고, 궁금증 해결에 필요한 필요한 그래프, 표, 데이터, 쿼리 등등을 상세 페이지에 쭉 적어놓죠. 상세 페이지에는 해결 과정에서 떠오르는 추가적인 고민들을 그대로 적기도 합니다. 정말 문자 그대로요. 예를 들자면, '그러면 뭐가 필요할까?', 'dimension 을 좀 더 쪼개서 보고 싶은데, 쿼리가 어려움. 도움 요청이 필요하다!.' 등등 처럼요. xD

궁금증의 해결이 되었으면, 가장 오른쪽 열로 옮기고, 상세 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갈무리한 다음 관련 슬랙 채널에 공유합니다. 슬랙 채널에서 못다한 이야기가 있으면, 스탠딩때도 공유하고, 잡담할 때도 공유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팀원들이 같이 듣는다면 언젠가 꽃피울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니까요.


그래서?


자주 분석하고 들춰보고 있으니, 팀원들과 이야기할 때 봐두었던 데이터가 있다면 곧바로 도움 되는 숫자들을 말씀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분석하는 데이터에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제가 궁금한 것들에 대한 답을 찾고 있으니까요. 또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 개선할 수 있는 크고 작은 포인트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분석해야한다." 에서 "배운다." 로 관점을 바꾼 것 하나로 꽤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재미있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운 프로젝트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자이너는 PM 으로부터 뭘 기대해야 할까? -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