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선을 확인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배우게 될 때는 다름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것이 어떤 다름이든, 내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정말 흥미롭고, 이를 통해 어떤 식이든 성장하게 된다.
2009년 여름, 전국 각기 다른 20여개의 학교에서 모인 20여명의 사람들과 태국으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었다. 열심히 일하던 어느 날, 전기과에 다니던 형이 태국의 전신주와 전선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문득 "우리나라랑은 다른 방식을 쓰네" 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호기심이 생긴 나는 우리나라의 전선 구성 방식과 태국 방식의 차이점에 대해 더 물어보았고, 아주 재미있게 다른 시선을 배울 수 있었다. 이 때부터 나는 다른 사람들이 세상의 디테일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음악을 전공한 친구가 재즈 공연에서 연주자들이 손으로 나누는 대화의 의미를 보고 있을 때, 건축을 전공한 친구가 내가 눈치 채지도 못하고 있던 건물의 디테일들을 재미있어할 때, 디자인을 전공한 친구가지하철 역의 지루한 타일 패턴들이 이렇게 예쁠 수 있다는 것에 좋아할 때, 그들의 옆에서 듣는 이야기들은 늘 재밌고 흥미진진하다.
물론 이런 시선들은 다른 전공과 분야에 대해서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와 같은 업계에서 비슷한 포지션으로 일하고 있어 자주 이야기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같은 소재를 두고도 각자의 개성을 반영한 시선 차이가 분명히 보여 항상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나눈다. 한 친구는 나보다 좀 더 낭만적이고 마법 같은 시선을, 다른 친구는 나와는 또 다르게 위트있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던진다. 이런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언제나 풍성하다.
당연히 늘 흥미로운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슬픈, 기쁜, 감동한, 멋진, 외로운, 위축된, 웃긴, 귀여운, 불편한, 차가운, 따듯한 시선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시선들은 그것대로 오롯이 가치 있다. 오히려 내게 더 많은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나는 우리의 시선을 통해 성장한다.
앞으로도 더 많은 것들을 감수해야겠지만, 더 깊은, 혹은 더 넓은 시선들을 만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