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몸이 기억하는 오래된 기록
1. 몸이 기억하는 오래된 기록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첫째 아이는 여전히 차를 오래 타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단순히 멀미 때문이라기엔 아이의 거부감은 조금 더 깊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유를 묻지 않아도 엄마인 나는 직감적으로 압니다. 아이의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의지로는 움직일 수 없고, 아무리 호소해도 내릴 수 없으며, 상황을 스스로 바꿀 수 없었던 그 무력한 기억들이 아이의 근육과 세포 어딘가에 새겨져 있다는 것을요.
아이는 가끔 조용히 읊조립니다. “나는 운이 나쁜가 봐.” 다른 친구들은 자기가 말한 대로 반장도 되고 상도 타는 것 같은데, 자신은 아무리 원하고 말해도 세상이 자기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그 말은 단순한 투정이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살아오며 겪은 경험들에 대한 스스로의 서글픈 정리였습니다. 내가 바랐던 것들이, 내가 내뱉은 간절한 이유들이 세상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결론.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배웠을지도 모릅니다. 기대하지 않는 편이 덜 아프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