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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잠 Apr 30. 2021

스마트폰 전원을 끄기로 했다.

중독과의 거리두기

  오늘 스마트폰 전원을 끄기로 마음먹었고, 그렇게 꺼버렸다.

배터리가 없어서 충전기를 찾아 안달했던 어제가 떠올랐고 직접 스마트폰 전원을 끈 게 얼마 만인지 곰곰이 기억을 더듬기도 했다. 충동적인 결정이었지만 스마트폰 그만 보기는 시험 기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숙제(?)였다. 웹툰 한편만, 영상 하나만을 외치며 잠시간을 쪼개는 삶도 꽤 오래 무질서하게 이어졌다. 자도 자도 피곤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 말을 달고 살았다. 요즘은 한참 이런 모습이 객관화될 즘이었고 오늘, 나름의 특별한 경험까지 더해져 결심했다. 아 정말 그만 봐야겠다!




짬짬이 시간엔 주로 유튜브를 본다. 처음에는 음악이나 공연영상으로 시작해 취향과 인기가 적절히 만난 힐링추천 영상은 시청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장르가 모호해진다. 어디까지 성장할지 볼 때마다 놀라운 알고리즘이다. 오늘은 그렇게 “중고차 허위매물 실태”를 고발하는 영상을 추천받아 자연스럽게 관련 영상을 여러 편 이어 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한참 지나자 문득 이상했다. 면허도 없으니 가까운 미래에 중고차를 살 리는 더더욱 없는데 허위매물의 위험성을 왜 이도록 오래, 집중해서 보고 있을까? 영상의 ‘고발의 사명감’이 그리 인상 깊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시청 영상이 2편만 넘어가도 이전 영상 내용이 가물가물해지는 나만의 멍한 유튜브 시청의 연장이었다. 물론 짬 난 시간이니, 힐링으로 합리화할 수도 있었지만 (사실 그래왔다) 여과 없는 욕설과 막무가내식 우김이 녹아든 자극적인 영상에서 나는 분명 피로감을 느꼈다. 이것이 현실인지 주작인지 헷갈릴 지경에 이르니까 고통까지 느껴졌다. 해왔던 관성으로 보고 있고 앞으로도 당연히 그럴 것 같아 순간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 애꿎은 스마트폰에게 책임을 잠시 돌리곤 무의미한 습관으로 피곤했던 나날을 부끄러워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중독을 1.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말. 2.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3.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결과 설명한다. 어떤 단어는 너무 자주 들어서 용례까지 익숙하지만, 사전으로 접하면 이해가 쉬운 설명도 낯설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 중독이란 단어가 그랬다. 단어가 가지고 있는 무게감이 생각보다도 훨씬 묵직했구나.




만사가 질려버린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서랍에 넣었다. 이어서 만난 놀랍도록 조용한 시간에 순조롭게 적응했다. 유튜브나 웹툰이나 카카오톡 모두 노트북을 통하는 것은 많이 어색한 편이라 이들과 쉽게 멀어질 수 있다. 그렇게 오늘부터 침대에 누우면 손에 대충 잡히는 책을 몇 장 읽을 것이고 블루라이트의 위험을 설명하는 영상을 보며 끄덕이지 않을 것이다.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취향을 소소하게 누릴 재미와 활력을 주던 때까지 그들과 거리를 둘까 한다. 물론 당장 지도를 보고도 길을 못 찾고, 지하철 방향은 검색을 하고도 반대로 타는 경우가 왕왕 있는 나라서 얼마가지 않아 전원은 키게 될 것이다. 사실 전원의 켬과 끔의 여부는 더는 중요하지 않다. 사전의 온전한 뜻인 '중독'으로 향하는, 피로감을 느끼는 삶을 경계하게 되었으니까. 여담이지만 글을 쓰는 중에 생전 가야 핸드폰이 꺼져있거나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없던 친오빠가 연락이 없다며 여동생이 기숙사를 통해 안부를 물은 것을 전해 들었고 한참을 웃었다. 그런데 반대로 나는 얼마나 스마트폰과 붙어 살았던 걸까?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스마트폰은 아무리 봐도 원인제공자로 몰려 억울할 듯 하다. 덕분에 미루고 미루던 브런치에 처음 글도 쓰게 되었으니 고맙다고 인사를 먼저 해야하나.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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