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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이 Mar 04. 2016

가장 찬란한 순간 우리는 하나였다.

#11. 친구

나는 친구가 많은 편이 아니다. 그저 아는 사람이 많은 것뿐이다. 친구들이 들으면 조금 섭섭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진짜 모습을 본 친구들은 몇 명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친구들 앞에서 내 행동이 내가 생각하기에 완전히 다르기에. 중2 때 사건(?) 이후로는 마음의 문을 잘 열지 않기도 하지만 나에 대하여 잘 알려주지 않으려 하는 것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친구들을 가려서 사귀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발이 넓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었고 나름 친하게 지냈다. 하지만 연락이 끊겨도 아쉬운 친구들은 몇 명 되지 않았고 친구들로부터 소식을 전해 듣기도 했다.


현재까지 연락을 주고받고 만나는 친구들은 정확하게 11년 전 고2 문/이과로 나뉜 날이다. 이렇게까지 친해질 줄은 생각도 못했었고 이과 반이 워낙 적었기에 이과생들은 웬만해서는 서로 다 알고 지냈었다. 특히나 2학년 때 우리 반은 다른 반과 다르게 거의 격리 수준의 위치에 있었기에 우리끼리 더 뭉쳐서 지낼 수 있었고 덕분에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나의 오지랖은 역시 우리 반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뻗어져 있어 각 반에 친구들이 다 분포되어 있어서 소식을 더 빨리 접할 수 있었고 어떤 친구들 사이에서는 나는 못 말리는 아이였다. 이 친구들의 말로는 내가 어느 순간 옆에서 얘기하면서 친구가 되어있었다고 하니 내가 얼마나 여기저기 돌아다녔는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고3 때는 자제해서 교실에서 조용히 지낸다고 지냈는데... 친구들은 나에 대한 인상이 강했는지 다른 애들은 기억하지 못해도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조용히 지냈는데.. 맨뒤에서 조용히 엎어져 있었는데 말이다. 졸업하고도 끊임없이 연락하는 친구들은 말할 것도 없이 고맙다. 이 귀차니즘 강한 친구를 아직까지 만나 주는 걸 보면 인내심이 강한 친구들이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과 연락이 닿았다는 것이 내게 있어 제일 좋은 일이다. 초등학교 때 친한 것 같지 않았던 친구들이 연락이 닿았고 연락이 끊겼던 고3 때 친구와 우연히 SNS로 연락이 닿아 연락이 되는 생소한 조합으로 만남도 가지고 연락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계기들로 인해 나는 중2 때부터 사용하던 지금의 내 휴대폰 번호를 싫은 사람이 내 연락처를 알고 있어도 바꿀 수 없는 이유이다. 언제 어떻게 연락해 올지 모르는 잊힌 친구들이 언제 나를 다시 찾을지 모르기에 나는 미련하지만 여전히 그 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언제든 '민아 나 xx야~' 라며 문자가 올지 모르는 일이라 쉽사리 번호를 바꾸자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서 친구는 가족 다음으로 소중한 존재이다. 제일 많은 시간을 가족들 다음으로 친구들과 보냈고 내가 가지고 있는 추억 또한 마찬가지이다. 친구들 사이에 내가 기억력이 좋아 내가 기억을 상기시켜 주곤 하지만 내가 기억력이 좋은 것이 아니라 모든 추억을 사진에 담을 수 없기에 머리 속에 사진처럼 이미지와 영상을 남겨 둔 것뿐이다. 사진도 오래되면 변하듯 내 기억 속의 장면들도 언젠가는 변하겠지만 그것이 나쁜 기억으로 변질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나는 친구들에게 상처를 받고 마음의 문을 닫았지만 다시 다른 친구들에게 위로를 받았다. 물론 나도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었을지 모르고 나로 인해 상처를 받고 마음의 문을 닫은 친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상처는 결국 또 다른 친구로부터 치유받을 것이고 상처를 주거나 받은 친구 모두 여전히 나의 친구 일 것이다. 그들과 가장 찬란한 순간을 함께 보냈고 그 순간만큼은 하나가 되었으니까. 


앞으로도 찬란할 순간을 함께 할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달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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