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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이 Mar 07. 2016

제발 앞 좀 보자!

#12. 손에서 스마트폰 놓기

요즘 스마트폰은 필수 품목 중에 하나이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뿐만 아니라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조차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이어폰을 꼽고 다니는 것은 MP3가 있을 때도 그래 왔기에 그러려니 하는데 스마트폰은 의외이다. 길을 가면서도 스마트폰을 보다 보니 걷는 속도도 느리고 사람들끼리 부딪치기도 한다.

왜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나는 심각한 방향치에 길치이다. 처음 가는 곳을 가기 위해서는 미리 인터넷으로 위치를 찾아보고 네이버 지도를 켜서 지도를 보면서 찾아간다. 그럴 때면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수밖에 없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불편하지 않은 것이 없다. 전봇대도 피해야 하고 길을 건너려면 신호등도 봐야 하며 앞에 사람이 있으면 사람을 피해야하기에 틈틈이 앞을 보지 않을 수 없다. 잠깐이라도 이렇게 불편한데 사람들은 어떻게 앞도 안 보고 스마트폰만 보면서 앞으로 걸어갈 수 있는 것일까? 박쥐처럼 초음파를 쏴서 감지하는 것도 아니고 찻길을 걸어 다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저 잠시만이라도 메신저, 영상을 보지 않고 주변을 보면서 걸을 수는 없는 걸까?

길을 걸어 다닐 때뿐만이 아니다. 친구들을 만나도 자신의 폰만 보고 얼굴을 보지 않고 얘기하는 것이 다반사였고 가족들과 외식하러 나가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집에서도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게임을 하느라 이야기를 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친구들과 만날 때는 중요한 연락이 올 일이 없다면 그냥 주머니 안에 넣어두고 꺼내보지 않는다. 서로 어렵게 시간을 내어 만난 건데 핸드폰만 보고 얘길 한다면 만나는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외식할 때도 될 수 있으면 스마트폰을 꺼내놓지 않고 대화를 하려 하지만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는 여전히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많다. 외식하러 나와서는 핸드폰을 넣으라는 엄마의 잔소리가 싫기도 하지만 실제로 가족들이 모두 모여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은 밥을 먹을 때라는 얘기에는 동의하기 때문이다.

걸어 다닐 때는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틀어 놓고 스마트폰은 주머니에 넣어 둔다. 그리고는 내가 걸어가는 곳 주변 환경을 둘러본다. 매일 걸어 다니는 곳이라고 해도 건물만 같을 뿐 지나다니는 사람이 같지도 않고 매일매일의 날씨와 내 기분이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느낌이 매번 새롭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일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서만 보내기에 풍경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출/퇴근 시간 또는 주말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을 쉬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전철이나 버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이동하는 시간이 많고 야근이 많았던 나는 주로 노래를 들으며 잠을 자기 바빴다. 하지만 이직 이후 이동하는 시간은 유일하게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이 되었다. 매일 타고 다니는 전철이고 버스이지만 듣고 있는 노래, 만나는 사람, 보이는 풍경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발생하는 사고도 엄청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기사들만 봐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그리고 눈에서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점점 아날로그적인 생활이 없어지고 있는 이 상황이 매우 당황스럽다. 실제로 책 마저도 스마트기기에 넣어 종이 책이 아닌 전자책으로 읽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러다 아날로그적인 것이 없어지는 것 아닌지... 너무나 많은 것이 디지털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만이라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고 스마트폰이 없었던 예전처럼 그저 MP3라 생각하고 노래만 들으며 주변을 둘러보며 지금 내 옆에, 내 앞에 어떤 사람들이 지나가는지, 앉았었는지, 내가 지나다니는 거리의 풍경이 어땠었는지 둘러보는 것이 어떨까?

잠깐 동안 스마트폰을 치워 둔다고 해서 연락이 쏟아져 오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지금 당장 읽어야 하는 기사가 뜨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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