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이 Mar 11. 2016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14. 어떤 시간을 선택?

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
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회한을 많이 남기는 것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삼키고
위대한 것에게는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그것
그것은 무엇일까요?
<물리학자 M. 패러데이가 누군가에게 수수께끼처럼 물은 말 中>

처음 저 수수께끼를 들었을 때 답을 모름에도 불구하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시간' 이었다. 

항상 하루하루를 살아가서 시간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가는 요즘 시간의 중요함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누구에게나 다 똑같이 24시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다 다르다. 어떤 이는 그저 아침에 눈이 떠져서 일어나고 배가 고파서 밥을 먹고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가고 피곤하니 자는 반복적으로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어떤 이는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 이제부터 시작될 하루를 생각하고 다른 날과 같은 일정을 보내도 간간이 생기는 이벤트에 놀라고 슬퍼하기도, 고마워하기도 즐거워하기도 하며 보낸다. 한마디로 주어진 시간을 그저 객관적으로 보내는 사람과 주관적으로 보내는 사람으로 나뉘는 것이다. 


시간에 관련된 그리스 신화의 신은 두 명이 있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이다. 

크로노스는 이름 자체만으로 시간을 뜻하며 시간을 관장하는 신이다. 무형의 신이고 간혹 형태를 갖추면 긴 수염을 가진 늙은 현자의 모습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와는 다른 신이다. 

카이로스는 제우스의 막내아들로 기회의 신이라고도 하며 특이한 점으로는 앞머리만 존재하여 이 앞머리를 잡으면 운이 좋다 또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알려져있다.  

즉, 크로노스는 자연적으로 해가 뜨고 지는 시간, 태어나고 죽는 생로병사의 시간을 말하는 객관적인 시간이고 카이로스는 자신의 선택에 의한 또는 마음먹기에 따른 주관적인 시간을 말한다. 


우리는 시간을 선택하라고 하면 어떤 시간을 선택할까?


물론 표면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카이로스의 시간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도 카이로스의 시간을 선택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흘러가는 시간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매일 있는 시간이라며 하찮게 여기고 의미 없이 보낼 것이다. 즉, 크로노스의 시간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의미 없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1분 1초에도 갖가지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 1분 1초에 의해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 결정 나기도 하고 사업이 망하고 흥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에게는 자신의 꿈을 좇아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일 수도 있고 어떤 이들에게는 추억을 쌓는데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처럼 절박하거나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소중한 시간인 것이며 카이로스의 시간이 항상 옆에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카이로스가 옆에 있어도 앞머리를 잡을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카이로스의 앞머리는 항상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나간 시간을 잡으려 해봐도 이미 지나간 시간이고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다. 


나는 그동안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의미 없는 시간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창 시절엔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았고 첫 직장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했고, 다른 대외 활동을 하면서는 새로운 인연들을 만들었으니 그 모든 시간들이 의미가 부여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시간들이 왔을 때 피하거나 무기력하게 그냥 보냈다면 정말 의미 없는 시간이었겠지만 직접 부딪치고 헤쳐나가고 경험했기에 나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선택한 것이 었을 것이다. 

책 <모모>, <시간을 파는 상점> 이 두 가지 소설책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시간은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쪼갠 시간 속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는지가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시간을 내가 함부로 의미가 있는 시간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사는데 넌 도대체 뭐하고 사는 거야?' 혹은 '시간이 남아도니?' 이런 섣부른 판단들은 옳지 않다. 내가 보기에 의미 없어 보일지 몰라도 그 사람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다. 꿈을 찾아가는 시간의 일부분일 수도 있고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에 있어 시발점이 될 수도 있는 시간인 것이다. 한마디로 나에게 의미 없는 시간이라고 타인에게도 의미 없는 시간 일리는 없다는 것이다.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은 그 시간에 맞추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약속 장소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 도착해서 그 사람과 할 시간들에 대해 생각해며 준비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뭐 고작 5분인데 조금 늦어도 괜찮겠지~' 이런 생각으로 정해진 시간을 지키려고 하지 않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나오기도 한다. 고작 5분이라는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 시간을 지킨 사람은 함께하려고 했던 것을 5분 동안이나 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5분이라는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지만 상대방에 의해 의미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 조차 의미 있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것은 연인 사이나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나 있을 수 있는 설렘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1분 1초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고작이란 소리를 할 수가 없다. 


우리에겐 항상 시간이 존재한다. 지금 현재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흘러가는 시간을 잡고 그 시간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되도록 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내가 처음 썼던 글에서 얘기했듯 매일매일이 선택의 연속이다. 지금 흘러가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선택하는 것부터가 하루의 시작일 것이다. 

"인생을 변화시키는 것은 매일, 스스로 하는 것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내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뿐이다. 우리의 옆에는 항상 카이로스가 존재하지만 카이로스의 앞머리를 잡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또한 카이로스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극히 드물다. 


크로노스의 시간과 카이로스의 시간 중 어느 시간을 선택할 것인가? 당신은 카이로스의 앞머리를 잡을 것인가?





민's의 다른 글 보러 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왕따, 남의 일이 아니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