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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이 Feb 16. 2016

꿈을 찾아서

#2. 어떤 꿈을 향해 달려가는가

엄마는 고등학교 때 영어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팝송이 좋아서 영문과를 갔고 그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싶어서 선생님이 되었다고 했다.

아빠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빠가 그린 그림 몇 점은 집에도 있지만 정말 잘 그렸고 남들이 봐도 잘 그렸다고 누가 그린 거냐고 물어볼 정도니까. 하지만 아빠는 부모님이 그림 그리는 것을 반대했고 결국은  남들처럼 대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녔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다.

대학 동기 중 친한 동생은 지금은 월급을 받으며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가게를 가지고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고 하며 해맑게 얘기를 했다.

또 다른 동기는 남들보다 빠르게 요건을 채워 석사 박사를 취득하여 대학교 교수가 꿈이라고 하더니 최근 연락해보니 얼마 전까지는 시간제 교수였지만 곧 박사를 취득하고 정교수가 될 것 같다고 신난 목소리로 얘기를 했다.

동생은 자신의 꿈이 뭔지 자기도 못 찾았다고는 하지만 나중에 강원도에 집 짓고 살아보는 게 목표라고 한다.

친구들의 대부분은  이곳저곳 여행 다닐 정도로 여유를 가지고 여행을 다니고 싶어 했고

어떤 친구들은 좋은 남편 만나서 결혼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어떤 친구는 3개 국어 마스터하여 해외에서 취직하여 해외에 나가서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또 다른 친구들은 자신이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과감히 버리고 다른 길로 나가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배워 그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꿈은 다양하고 많은데 내 꿈은?


나의 어릴 적 꿈은 선생님이었다. 물론 어떤 선생님이 될지 정확하게 정하진 않았지만 그냥 막연하게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내 진로 상담을 해주시던 선생님 덕분에 고등학교 때 이과에 가기로 확실히 마음을 먹었고 중학교 3년 내내 수학선생님이 좋아서 수학에 빠졌었다.

고등학교 진학해서도 수학이 좋았고 나에게 정확히는 이과반을 가르치셨던 수학 선생님이 좋아서 더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며 수학선생님이 되기로 확실히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현실에 부닥쳤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잘 해서도 안되었고 그 외의 것을 고루 다 잘한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교를 진학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수능을 잘 봐야만 가능했다.

학교  중간/기말고사는 어떻게든 잘 볼 수 있었지만 수능은 좀 달랐다. 희한하게 모의고사나 수능 때는 긴장을 평소보다 훨씬 많이 하게 되어 실수를 하거나 시험을 망치기 일쑤였다.

수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모의고사 성적은 절망적이었고 수도권 대학도 겨우 갈까 말까 한 성적이었다.

그리고 수학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접은 결정적 계기는 고3 담임 선생님의 한마디.


"수시 1차를 붙으면 뭐하니? 수능을 잘 봐야지"


정말 과히 충격적이었다. 너무나도 직설적인 표현 그 말은 나에게 그대로 상처로 다가왔다.

그 이후 그냥 내 점수에 맞는 과를 찾다 그나마 관심이 있던 컴퓨터 관련 학과에 지원했지만 내가 원한 학교들이 아니어서 재수를 결정했다.


재수를 처음 시작하면서는 우울증 비슷하게 와서 한동안은 공부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친구들을 만나도 나 혼자 겉도는 느낌이 들었고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움과 절망감도 함께 다가왔다. 그래서 정말 친한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연락을 끊었고 혼자 방에 박혀 음악을 들으며 우울감을 떨쳐냈다.

그 이후 공부를 하면서 점점 의문이 들었다. 공부를 한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 뉴스를 봐도 주변을 봐도 학벌이 좋은 사람이라고 잘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대학을 가야 하는지..

그래서 진지하게 엄마와 대화를 해보았다.


"대학을 가는 건 고등학교 가는 것처럼 요즘 세상에선 필수야. 배우는 게 없어도 대학교를 가지 않으면 직장 구하기도 힘들고..  그래도 아직은 대학교는 나와야 해"


결국은 학벌이 있어야 내가 뭘 하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시험 볼 때 긴장하는 내 습관은 그대로였다.


재수를 하고도 원하는 과가 아니어서 그냥 전문대를 택해서 가게 된 곳이 정보통신공학과

그곳에서 갖가지 것들을 배웠고 앞으로 미래를 생각했을 때 전문대 졸업으로는 힘들것 같아 4년제로 편입하여 2년을 더 배웠다.

결국 나의 20대의 절반은 내가 그 나이에 해볼 수 있는 일을 해보지 못한 채 그냥 공부와 학교를 다니다 끝났다. 대학교 4학년 때에는 서서히 취직의 압박이 다가왔다. 보는 사람, 친가, 외가 모두 만나면 하는 얘기가 취직됐냐는 얘기였고 나도 또한 세상이 원하는 스펙을 쌓기 위해 또다시 공부를 하며 이력서를 쓰고 제출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서류를 넣으면 요즘 말하는 광탈을 하고 있었고 그러던 중 내가 다녔던 첫 회사에서 입사 제의를 받았다. 나는  취업마저 다른 친구들에게 밀리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지는 모르지만 난 생각을 더 해보지도 않고 바로 입사를 했다. 처음 시작한 일은 시스템 엔지니어.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으며 특히 낯을 가리는 성격으로 고객들을 상대하기란 어려웠다. 선임이 없어 맨땅에 헤딩해가며 혼자 스스로 공부하며 해결해 나갔고 회사에서 봐주지 않는 편의를 고객과 친분을 쌓아 회사와 상관없이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일의 특성상 서버실에 들어가는 일이 많았고 작업시간도 남들이 다 퇴근하는 시간 또는 다 잠든 시간에 진행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 밤을 새워 일하고 바로 출근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몸 상태가 최악이  될수록, 내 주말이나 공휴일, 명절이  없을수록, 사람들에게  무시당할수록 이 일이 내가 계속해도 되는 일인지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너무 쉬고 싶어 이직 준비가 되지 않은 채 1년 8개월 만에 사직서를 내고  퇴사하였다.


1년간 쉬는 동안 6개월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먹고 자고  그동안 떨어진 체력을 운동하면서  끌어올렸고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며 지냈다. 그 뒤 6개월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꿈이 무엇일지 생각 정리를 했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찾기 쉽지 않았다. 처음 꿈꿨던 꿈은 쉬운 것이  아니었을뿐더러 교직 이수를 해서 실기교사 자격증이 있어도 컴퓨터 선생을 할 수 있는 것은 학원이 전부였다. 결국 배운건  도둑질뿐이라고 개발자로서 전향을 생각했고 국비 지원을 받아 여러 가지 교육과 훈련을 받고 취업 준비를 하여 개발자로서 새로운 시작을 했다. 하지만 지금도 난 이 일이 내가 정말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일들 중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어서 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예전부터 하고 싶어 하는 일은 아니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



방송 프로그램이나 친구들 중 자신이 좋아해서 정말 간절히 원해서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난다. 난 이 나이 먹도록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지를 못하고 이러고 있는데 그들은 이미 그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에 부러움이 더 컸다. 얼마 전 큰 이모와 엄마, 사촌 동생과 함께한 술자리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중/고등학생들은 이런 진로에 대한 상담할 곳이 많지도 않고 정보도 많지 않아 힘들 것 같다고 그저 공부만 하고 자신의 꿈과는 상관없이 수능 성적에 맞추어 진학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그런 얘기들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내가  잘할 수 있고 꿈을 찾게 도와주지 않았냐며 원망 아닌 원망을 했었다. 엄마는 그것에 대해 말하길


"시키는 것마다 재능을 보이지도 않았고 눈에 띄는 재능이 없어 공부를 시키는 것이 최선이었어"


역시 또 현실에 부닥쳤다.


제한된 시간과 돈도 문제가 있지만 현실이란 것도 존재하기에 언제까지고 계속해서 꿈을 찾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빠르게 자신의 꿈을 찾는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줄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결국은 자신의 바람일 뿐 끝까지 못 찾을 수도 있고 찾아도 그 꿈을 잡을 수 없기도 하다. 지금의 나도 아직 꿈을 찾지 못했고 그 꿈을 향해 달릴 준비도 아직 못했다. 융통성이 있고 여유가 좀 있는 사람이라면 정해진 것들을 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 나가 꿈을 찾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나는 미련할 정도로 정해진 것만 했지 다른 것을 같이 할 생각은 하지 못하여 꿈을 향해 달려갈 출발선에도 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급해하지 않고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천천히  찾아보려고 한다. 비록 직업에 있어서는 꿈을 찾지 못할 수도 있고 이미 꿈을 찾기란 힘들 수도 있지만 나중에 지금보다 조금 더 마음도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생긴다면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어쩌면 여지까지 꿈을 향해 달려가기 위한 출발선에도 서지 못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무의식 중에라도 그 출발선에 서서 출발을 했지만 나 자신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꿈을 위해 달려가고 있을 나 또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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