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파리에서의 둘째 날
요 며칠 아침과 다르게 파리에서 둘째 날 아침은 무수히 많이 와있는 카톡으로 시작했다. 한국이 한참 시끄러울 때 떠나온지라 조용한 날들을 보냈는데 이 날 파리에서의 아침은 한국에서 탄핵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시작했고 찬성이 우세하다는 소식이었다. 이 놀라운 소식과 함께 조식을 먹고 시내투어를 하러 출발했다.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올라가니 파리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파리 시내에서 제일 높은 곳이라 할 만했다. 안개가 조금 끼긴 했지만 그래도 전혀 문제 될 것 없었다. 그리고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하얀 성당 사크레 쾨르 대성당은 다른 성당과 다른 느낌이었다. 성당이라기보다 궁전 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 성당 안을 둘러본 후 테르트르 광장으로 넘어갔다. 광장으로 가는 골목은 분주했고 광장으로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초상화를 그려주기 위해 화가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많은 카페들이 즐비했고 그곳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겼다. 확실히 거리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사람 구경한 것도 그리고 여유 있게 커피 마신 것도 오랜만이라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울리는 하프 연주는 그 어디서 듣던 길거리 공연보다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듣다가 주변에 있다는 사랑해 벽으로 이동했다. 세계 80개국의 말로 사랑해라는 말이 적혀있는 벽이었다. 그 벽에 우리나라말로 총 3군데에 사랑해라는 의미의 말들이 적혀있었다. 타국에서 한글을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한참 사랑해 벽을 보고 있는데 촬영을 오는 바람에 기분이 살짝 상해 사랑해 벽을 떠나 다음 장소인 노트르담 대성당 쪽으로 이동하여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으로 프랑스 코스요리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었다. 프랑스 사람들이 정말 천천히 식사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음식이 느리게 나온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정말이지 필자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이기도 했다. 애피타이저와 메인 요리를 정해 주문 후에 음식이 나오기까지도 엄청 오래 걸렸으며 애피타이저를 먹고 치우기까지도 그리고 메인 요리가 나오기까지도 엄청 오래 걸렸다. 디저트를 주문하기 위해 기다렸지만 주문하기까지도 너무 오래 걸려 결국 계산을 하고 나오고 말았다. 점심만 거의 한 시간 반 이상을 먹은 셈이었다. 에스카르고는 먹어본 사람들의 말로는 별로라고 했지만 필자의 입에는 먹을만한 요리였고 메인 요리로 먹은 음식도 맛있었다. 흠이라면 너무 느리다는 것. 음식을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길어 한국인들의 성격으로는 기다리다 화내고 나갈만한 속도라는 점.
식사 후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이동했다. 저녁에 본 느낌과는 다르게 위압감이라기보다 차가운 느낌 또는 쓸쓸한 느낌이 강했다. 안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와 성당 문 위에 있는 성상들의 표정이 다 다른 것을 보고 놀라웠다. 성당에 총 3개의 문이 있는데 가운데 문은 평소 절대 열리지 않는다. 성모 마리아의 문, 마지막 심판의 문, 성녀 안나의 문.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문은 가운데 문을 제외하고 양쪽 문을 이용할 수 있다. 스테인드 글라스는 우리나라에 있는 어느 성당에서도 볼 수 없는 느낌의 것들이었다. 하지만 스테인드글라스나 기타 다른 것들 모두 실제로 보는 것과 사진으로 찍는 것은 느낌이 전혀 다르게 나왔다. 역시 제일 좋은 것은 눈으로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성당 앞의 포앵 제로(거리 측정 시 파리의 기준점)를 밟으면 파리로 다시 돌아온다는 설이 있어 모든 동행들이 밟아 파리로 다시 돌아 오기를 소망했다.
다음 목적지인 생샤펠 성당과 최고재판소, 콩시에르주리로 이동한다. 이동하는 동안 해가 점차 지고 있었고 이동 중간중간 둘러본 파리의 모습은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볐으며 어느 누구 하나도 바빠 보이지 않았다.
최고재판소와 바로 옆에 있는 생샤펠 성당. 생샤펠 성당은 노트르담 대성당보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가시 면류관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여 성당 내부로 들어가고자 하는 관광객이 많다고 한다. 필자 역시 줄이 너무 길어 들어가는 것은 포기했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들어가 보고 싶은 곳 중 한 곳이다. 최고재판소는 화려한 울타리 안에 존재했으며 많은 역사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또한 바로 옆에 존재하는 콩시에르주리는 궁전으로 지어져 나중에는 감옥으로 사용된 곳으로 이 세 건물이 모여있었다.
루브르 박물관으로 이동하는 길에 퐁네프다리와 아트교 각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을 감상하고 사진 찍을 시간을 잠시 가졌다. 해가 지고 있어 각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은 멋있었다. 아트교는 전 세계 연인들이 몰려와 자물쇠를 거는 다리로 파리 최초의 금속 다리이다. 정말 어딜 가나 저 자물쇠는 연인들의 필수품인가 보다...
그렇게 잠깐의 자유시간 후 루브르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상상보다도 훨씬 더 컸으며 정말 안의 작품들을 제대로 다 보려면 한 달 내내 있어도 모자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브르 박물관 입구 쪽으로 이동했고 그 반대편에 있는 제 1 개선문을 볼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박물관으로 입장하기 전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자유시간을 가졌다. 필자는 박물관으로 들어가기 전 다리 운동을 조금 해두었다. 워낙 넓은 곳이기도 했고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파서 포기하고 나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기에 미리 준비운동을 했다.
필자가 루브르 박물관에 간 날 야간 개장이 있었지만 어차피 할인받을 나이는 한참 지나기도 했고 여행 시기가 비수기라 입장 줄도 길지 않은 편이어서 바로 입장했다. 티켓 구매와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 반드시 봐야 하는 작품 위주로 먼저 돌아보니 1시간 반 정도 걸렸고 그 이후 1시간 반은 보고 싶은 작품을 찾아다니며 봤다. 총 3시간가량 루브르 박물관에 있었는데 정말 체력이 없다면 힘들다. 그리고 야간 개장 때는 사람들이 야간 개장을 기다렸다 들어오는 사람들 그리고 학생들이 많아 보러 다니기 더 힘들다. 모나리자는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고 어느 각도에서 보든 필자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3시간가량 관람 후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어두워진 이후였다. 저녁 먹을 시간이 애매하여 일단 샹젤리제 거리로 이동하여 마카롱을 사고 개선문에 올라갔다 내려온 이후 숙소에서 컵라면으로 때우기로 했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마카롱 구매 후 개선문을 오르기 위해 지하철 타는 곳과 다른 입구로 내려가 입장권을 구매 후 지상으로 다시 올라갔다.
개선문으로 올라가기 전 꺼지지 않는 불과 개선문에서 보는 파리 아이를 잠시 감상 후 기나긴 여정을 시작했다. 파리에선 모든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찾을 수 없다. 개선문 역시 그러하다. 튼튼한 두 다리로 걸어 올라가야만 한다. 엄청난 계단과 꼬불꼬불한 나선형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눈앞에 12개의 도로가 개선문을 중심으로 뻗어 나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멀리서 에펠탑을 볼 수 있는데 가까운 곳에서 보는 에펠탑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시간을 맞춰 올라가면 에펠탑이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필자는 시간을 잘 맞춰 올라가 볼 수 있었으며 같이 올라가 있던 관광객들이 흥이 많은 관광객들이어서 노래도 부르고 그들 중 생일이었던 사람이 있어 생일 축하 노래도 같이 부르며 즐겁게 관람하다 내려올 수 있었다.
파리에서의 둘째 날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알차고 여유로웠으며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파리의 곳곳은 자유로웠으며 어느 누구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항상 가보고 싶었던 루브르 박물관의 웅장함에 놀랐으며 저녁의 파리와 낮의 파리 모습은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 언제까지나 이 여유로움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다음 날 가게 될 베르사유와 낮에 볼 에펠탑의 모습 그리고 오르세 미술관이 어떨지 기대하며 파리에서의 둘째 날을 마무리 했다.
진정한 여행자는
걸어서 다니는 자이며,
걸으면서도 자주 앉는다.
- S.Collet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