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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이 Jan 20. 2017

첫 번째 유럽 여행 6

#51. 파리에서의 셋째 날

파리에서의 셋째 날은 다른 날들과 다르게 조금은 여유롭게 시작했다. 셋째 날부터는 파리 전철 티켓을 구매해야만 탈 수 있었다. 파리는 청소년 할인이 많이 되는 나라라 전철 티켓 또한 할인받을 수 있다. 더 신기한 것은 우리나라였다면 일일이 다 확인 후에나 할인해줄 텐데 여기는 개인의 양심에 맡긴다. 티켓 검수를 당한 적도 한 번도 없지만 개인의 양심에 따라 전철 티켓을 구매했다. 파리의 전철 티켓은 존(ZONE) 별로 구매를 할 수 있었다. 내가 갈 곳이 몇 번 존에 포함되어있는지 확인 후 구매하면 된다. 베르사유 궁전의 경우 4 존까지의 티켓을 구매하면 이용할 수 있다. 베르사유 궁전으로 가는 전철 아니 전철이라기보다 기차에 가까운 전철을 탄다. RER 선을 타고 베르사유 궁전으로 갈 때는 목적지로 가는지 확실히 확인 후에 탑승해야 한다. 그렇게 도착한 베르사유 궁전. 처음 역에 내렸을 때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다. 안개가 너무 자욱했다. '그래도 조금 지나면 나아지겠지 궁전 근처로 가면 더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이동했건만 정말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르는 일. 안개가 더 자욱해서 어디가 베르사유 궁전인지 정말 웅장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베르사유 궁전 입장권 사기위해 이동 중
안개가 껴서 저 울타리 너머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베르사유까지 왔으니 정원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마리 앙투아네트 존까지 들어가기 위해 ALL ticket을 사고 입장했다. 정원은 12시부터 입장이 가능하여 먼저 궁전부터 보기로 했다. 확실히 나는 화려함에는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궁전은 크고 화려했으며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달라서인지 아니면 날씨 때문인 건지 그 어느 것도 나의 관심을 사로 잡지는 못했다. 

베르사유 궁전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
궁전이 너무커서 한번에 다 담기지 않는다.

ALL ticket을 구매 한 덕분에 오디오 가이드는 무료였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궁전을 돌아다녔다. 궁전 내부는 밖에서 본 것만큼이나 크고 화려했다. 프랑스 왕들의 승계도라던가 궁전 내부에 있는 정원 모형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외에 궁전에 있는 벽화나 그림 가구 등을 볼 수 있었다. 

궁전 내부
승계도의 일부
궁전 내부 모형
궁전의 정원 모형



궁전은 확실히 화려했다. 프랑스 재정이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고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화려할 수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화려했다. 궁전 천장도 엄청 높음에도 불구하고 천장화들도 많았으며 특히 유명한 거울의 방은 정말 감탄만 나왔다. 수많은 거울들로 꾸며진 방은 그 어느 방에서도 흥미를 가지지 못했던 나의 관심도 이끌어 냈다. 전쟁의 방도 따로 었는데 전쟁에서의 위용을 나타내고 있었다. 나름 프랑스 왕들의 허세라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방의 천장에 그려진 그림들 또한 정말 엄청났다. 각 방마다 콘셉트가 있고 그 그림들은 전부 섬세했다.

궁전 내부 천장화
난로도 화려하다...
천장화 일부
전쟁의 방
거울의 방



한참 궁전 내부를 구경하다 잠깐 쉬면서 '정원을 보기 위해서는 안개가 좀 걷혀야 하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밖을 확인했는데 여전히 안개가 걷힐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궁전 안에서 본 밖의 모습

그렇게 한참 구경 후 정원에 입장할 시간이 되었다. 날씨도 날씨이고 동절기엔 자전거 대여도 안 하며 대여가 가능해도 돌아다닐 수 있는 구간이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미니트레인을 타고 이동하기로 하고 정원으로 나갔다. 

트레인 타고 이동 전 정원의 모습
트레인 타고 이동 전 정원의 모습
이동 하며 본 정원은 을씨년스러웠다.
두번째 장소에서의 정원

안개가 너무 끼기도 했고 겨울이라 꽃도 없었으며 돌아다니며 본 정원의 모습은 너무나도 을씨년스러웠다. 봄이나 여름에 왔더라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또 와서 봐야겠다는 오기도 생겼다. 트레인을 타고 총 3군데에 들려 건물과 정원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이 날의 날씨는 안개 때문에 해는 보기도 힘들었고 바람이 너무 불어 너무 추웠다. 유럽에서의 첫추위를 베르사유 궁전에서 혹독하게 치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나게 추위를 느끼며 결국 두 번째 장소까지 본 후 세 번째 장소는 포기하고 베르사유 궁전을 나가기로 했다.

두번째 건물에 있던 스테인드글라스



베르사유 궁전을 나서자 허기가 몰려왔고 베르사유 궁전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 역 근처의 맥도널드에서 간단히 때운 후 낮의 에펠탑을 보러 이동하기로 했다. 이 곳의 맥도널드는 전부 주문은 미리 주문 기계에서 주문 후 계산만 데스크에서 하고 진동벨을 받아 대기하는 형태였는데 동행들과 찾는 프로모션 버튼이 보이지 않아 결국은 현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겨우 주문을 완료하고 먹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햄버거와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고 빠르게 에펠탑을 보러 이동했다. 다행히 파리 시내는 베르사유보다는 날씨 상태가 좋았고 낮의 에펠탑을 느낄 수 있었다. 

에펠탑 바로 아래에서

낮에 보는 에펠탑은 철탑이라는 느낌이 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밤에 보는 에펠탑과 다른 뭔지 모를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그런 느낌이었다. 잔디에 앉아 한참 사진을 찍고 있는데 외국인 가족도 한참 사진을 찍다 나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청하여 한참 찍어주다 보니 에펠탑에도 안개가 끼기 시작했고 다 찍어주고 나니 나와 동행들도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하여 흔쾌히 몇 장 찍었다. 

구름끼기 전 에펠탑
동행들과 에펠탑 앞에서
구름에 완전히 가려진 에펠탑



한참 사진을 찍고 난 뒤 동행 중 한 명은 라데팡스로 이동하였고 나와 또 다른 동행은 오르세 미술관으로 향했다. 오르게 미술관의 폐관이 얼마 남지 않기도 했고 또 입장 줄이 얼마나 길지도 몰랐기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동행 한 명은 뮤지엄 패스가 있어 뮤지엄 패스 줄로 이동했고 나는 일반 입장 줄에 있다가 비슷하게 입장할 수 있었다. 이 곳 역시 25세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었지만 나는 할인받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입장권을 끊어 주는 담당자가 나이를 물어보더니 할인된 가격에 끊어 주는 것이 아닌가? 분명 12유로를 내야 하는데 할인되어 9유로에! 기분 좋게 입장하여 동행과 합류하여 촉박한 시간으로 인해 유명한 작품들만 찾아서 보기 시작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유명한 포토존에서 한 컷 찍은 후 다시 관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오르세 전을 하는 바람에 유명한 작품들이 많이 빠져있어서 파리에 와서 보지 못한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봐야 하는 웃픈 상황이 되고 말았다. 미술관에서 작품 사진을 찍는 것은 포기했다. 사진으로 찍어도 직접 보는 것만큼의 감흥도 없고 눈으로 본 것과 같은 수준으로 사진이 찍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르세 미술관의 유명한 포토존 답게 사람이 많다.



미술관 폐관 시간에 거의 쫓겨나듯 쫓겨 나오면서도 아쉬움을 감출 수 없어 자꾸 미술관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후 동행들과 만나기로 한 몽쥬 약국으로 이동했다. 미리 도착해 있던 동행은 이미 구매를 마쳤고 뒤늦게 도착한 동행들도 구매하기 시작했다. 나는 화장품이나 선물용으로 몽쥬 약국에서 살 생각이 없었기에 대충 구경하다 이미 구매를 끝낸 동행과 근처 골목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근처 골목에 들어가니 여지까지 봐왔던 파리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작은 골목이었지만 '크리스마스다!'라는 느낌이었고 갖가지의 식품 및 물품들을 팔았다. 신기해서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동행들이 구매를 다했다는 연락이 왔고 부랴부랴 다시 몽쥬 약국으로 돌아갔다. 정신 차려보니 사진을 찍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골목에서의 짧은 여행이 진짜 프랑스를 본 듯한 느낌을 받게 해주었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저녁으로 먹을 오리 스테이크가 맛있는 집을 찾아갔다. 마레 지구 근처의 식당인데 낮에도 밤에도 유명한 곳이라 항상 웨이팅이 긴 곳으로 유명하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아가는 곳으로 유명하며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알고 있다. 저녁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웨이팅이 길었다. 밖에서 춥게 기다리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안의 바에서 와인 한 병을 시켜 나눠 마시고 있으니 그때서야 자리가 났다. 한 시간 반만의 자리 착석이었다. 4명이 서 나눠 먹을 생각으로 오리 스테이크 두 개와 리조또, 파스타 하나 씩을 시켰고 드디어! 오리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었다. 

겨우 들어간 가게의 메뉴판
먹어보고자 했던 오리스테이크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
프랑스에서 와인 한잔

오리 스테이크는 정말 소고기를 먹는 것과 같은 맛이었고 밥과 파스타 모두가 맛있었다. 배고픈 상태에서 식사를 하여 맛있게 먹은 것일 수도 있지만 현지인들도 웨이팅을 해가며 먹는다는 것은 맛집임은 분명하다.



프랑스에서의 여행은 독특한 경험을 많이 했다. 파리에서의 전철은 역에 도착했다고 하여 자동으로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버튼을 누르거나 손잡이를 올려야 문이 열려 내릴 수 있는 수동형이 었으며 문 양옆 자리는 매너 석으로 사람이 많으면 서서 가고 사람이 별로 없을 땐 앉아서 갈 수 있는 그런 자리라는 것. 소매치기도 위험하지만 거리에 돌아다니는 집시들, 그리고 물건을 파는 흑인들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날을 여유롭게 시작하여 추위와 싸웠고 뜻하지 않은 작은 골목을 여행하며 즐거움을 느꼈고 현지에서 보는 작품들은 감동이었다. 이 곳에서의 마무리를 이 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만난 지 일주일도 안됐지만 친구처럼 가족처럼 되어버린 좋은 동행들과 즐겁게 할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인 여행의 즐거움을 알아 버린 이 날 여행의 매력에 빠져버린 것 같았다. 다음 날부터 시작되는 버스 동행! 어떤 새로운 인연을 만날지 그리고 어떤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진짜 걱정은 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다시 짐을 챙겨 여행을 떠나고 싶어 질까 하는 것이다.


여행은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만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 한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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