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이 Jan 23. 2017

첫 번째 유럽 여행 7

#52. 스트라스부르와 융프라우요흐

프랑스 파리를 끝으로 나라와 나라를 이동할 때 버스를 이용하게 되었다. 내가 이번 패키지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파리까지만 잘 버티면 파리 이후부터 이용하는 버스에 큰 짐이나 무거운 짐들은 두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었다. 아침을 먹은 후 바로 로마까지 이용할 버스와 버스를 운전해주고 우리와 로마까지 같이 돌아다닐 운전사 마르코를 만났다. 마르코는 슬로베니아인으로 영어, 이탈리아어 등 나라의 특성상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베스트 드라이버여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일하길 원한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버스 동행. 다음 날 아침 일찍 스위스의 융프라우요흐를 올라가기 위해 스위스 국경 근처 뮐루즈까지 가야 한다. 그전에 5대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꼽히는 곳인 스트라스부르에서 관광을 하고 뮐루즈로 이동했다.

버스로 이동하며 파리를 벗어나는 길
버스로 이동하며 파리를 벗어나는 길
버스로 이동하며 파리를 벗어나는 길



그렇게 한참을 달려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할 때쯤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아... 망했다... 오래 걸리겠다...'라고 생각하고 거의 자포자기하고 있었는데 30분이 지나자 바로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해외에서 이런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들 한다. 우리나라라면 교통사고가 나면 바로 경찰과 구급차 등 여러 곳에서 출동해 교통사고를 해결하고 도로 상황을 좋게 만들어주는데 반면 유럽 지역은 그런 것들이 없다고 한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신고 접수를 받고 일단 현장 상황을 확인 후 천천히 일을 진행한다고 한다. 그래서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도로가 한번 정체되면 몇 시간이 걸려 빠져나갈 수 있는지 알 수 없는데 운이 좋았던 것이다. 해가 떠있는 동안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할 수 있었고 스트라스부르에서 가장 유명한 노트르담 대성당을 본 후 점심을 먹었다.

스트라스부르의 노트르담 대성당

유럽 무식자였던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던 노트르담 대성당 솔직히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보다 스트라스부르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더 기대하고 있었다. 백색의 성당보다는 붉은 빛깔의 돌로 지어진 성당이 더 좋은 나는 스트라스부르가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스트라스부르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보다 더 거대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위압감 또한 낮에 보나 밤에 보나 같은 위압감이었으며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 여행을 하며 유일하게 못 들어가 본 성당이 매우 아쉬웠다. 그렇게 낮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본 후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스트라스부르에서는 알자스 지방의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었는데 '꽃보다 할배'에서 나온 집은 너무 사람이 많아 다른 곳으로 가서 맛볼 수 있었다. 우선 함께 한 동행들이 다양한 음식을 맛보자고 하여 슈크르트 두 종류와 타르트 블랑베 세 종류 그리고 알자스의 가장 유명한 와인 리즐링을 한병 시켜 나눠 먹었다. 슈크르트의 경우 원래 독일의 음식이지만 알자스 지방에 맞춰 살짝 변형된 음식으로 절임 양배추와 돼지고기, 감자를 같이 곁들여 먹는다. 절임 배추의 경우 우리나라의 김치를 상상하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독특한 향이 나서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었다. 타르트 플랑베의 경우 피자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절대 피자는 아니다. 바삭하고 담백한 맛으로 먹는 타르트 플랑베 그리고 독특한 향이 나는 절임 배추와 돼지고기를 먹는 슈크르트 알자스 지방의 리즐링 와인까지 곁들여 먹은 늦은 점심은 우리에게는 대만족이었다. 

셋팅된 포크와 나이프
슈크르트와 타르트 플랑베와 리즐링 식전 빵



점심을 먹고 나온 스트라스부르는 어느덧 어둠이 내려앉았다. 동절기라 유럽은 3~4시만 되어도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크리스마스를 위해 꾸며놓은 곳들이 점등되기 시작했고 크리스마스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확실히 크고 곳곳에 볼거리가 많았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되었다고도 하는 스트라스부르 콜마르의 경우는 갈 수 없었지만 쁘띠프랑스나 근처 작은 마을들만 봐도 상상이 갔다. 

점등되기 시작한 스트라스부르
대운하가 있는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
찰리 채플린 마임 공연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 마켓



쁘띠 프랑스를 보러 갔을 때는 이미 어둠이 짙었고 기대를 했던 쁘띠 프랑스는 볼 수 없었다. 불빛이 다 꺼져 있었기에 오히려 무서운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냥 다시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돌아가 성당 내부를 구경하기로 했지만 일요일이어서 미사가 진행되고 있어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미리 알았다면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미사를 봤을 텐데..'라는 진한 여운이 남았다. 천주교 신자라면 주일 미사가 몇 시에 진행되는지 미리 알아두고 가서 현지에서 미사 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노트르담 대성당 근처의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돌아가서 구경하였고 동행들은 뱅쇼를 사 마시며 숙소에서 같이 마실 두 병의 와인을 구매했다. 그렇게 스트라스부르에서의 여행은 끝이 났다. 

밤의 노트르담 대성당
불 꺼진 쁘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진 광장



다음 날 아침 일찍 스위스로 넘어갔고 융프라우요흐에 오르기 위해 산악 열차 표를 끊으며 기념 여권을 받았다. 기념 여권은 융프라우요흐 정상에 올라가면 기념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융프라우요흐에 올라가는 산악 열차를 타기 전 혹시 모를 고산병에 대비하여 물과 초콜릿을 구매했다. 스위스에서도 유로를 사용할 수 있지만 거스름돈으로 주는 동전은 스위스 동전인 프랑으로 받는다. 그렇기에 스위스에 하루 정도만 머문다면 환전보다는 카드 결제가 답인 것 같다. 열차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고 열차는 꼭대기까지 오르기 위해 한번은 갈아타야 했다. 열차를 타고 올라가는 길에 보는 풍경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심지어 날씨도 너무 좋아 이런 날씨에 융프라우요흐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융프라우요흐 오르기. 이번 여행에서 리스트 중 또 한 가지를 지웠다.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가며 보이는 마을
카메라 셔터를 막 눌러도 작품
열차타고 올라가며
열차를 갈아타기 전
같이 동했던 사람들 완전체
열차에서 내리기 전



융프라우요흐의 꼭대기에서 먹는 S라면은 정말 꿀 맛이었다. 그렇게 다 먹은 후 전망대를 돌기 시작했다. 1번부터 몇 번까지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총 다 돌아보는데 총 1시간 반 정도 걸리며 이 곳에서부터 고산병의 증세가 조금 나타난다. 걸어 다닐 때 살짝 어지러운 듯 현기증이 나는 듯하다. 전망대 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곳이 총 2군데 있는데 이 중 9번 전망대가 꼭 나가봐야 할 곳이다. 융프라우요흐 꼭대기에서 눈보라 없이 맑은 날씨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는데 정말 날씨가 너무 좋아 기분도 좋고 풍경도 좋았다. 심지어 전망대에서 마주친 새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으며 사람이 다가가도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스위스가 얼마나 친환경적이며 어떻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 수 있는 나라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는 듯했다.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있던 전망대에서
4번 전망대에서
어떻게 찍던 다 그림같았던 풍경
새가 날라가기 전
4번 전망대에서




야외 전망대에서 구경 후 다시 안으로 들어와서 돌아본 곳은 전부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었다. 얼음으로만 이루어진 곳임에도 전혀 춥지 않았다. 이글루 안이 따뜻하다는 것이 왜 그런 지 깨닫게 된 곳이었다. 그리고 유명하다는 Top of Europe 명패. 저런 명패가 붙은 이유를 융프라우요흐를 오르고 그곳에서 본 풍경을 보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스위스를 간다면 꼭 융프라우요흐 꼭대기는 가보길 권한다.

얼음 터널
얼음 곰 가족
Top of Europe
얼음 펭귄 대가족



드디어 대망의 9번 야외 전망대! 스위스 국기와 함께 4번보다도 더 멋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전망대보다 훨씬 엄청 무진장 춥다! 앞의 전망대들이 춥지 않았다고 방심했다가는 망한다. 하지만 그 추위를 견디면서까지도 볼만한 가치는 있다. 심지어 날씨도 좋았다. 밖에서 있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다만 아이폰 사용자들은 핫팩을 아이폰에 양보하길 권한다. 아이폰은 추우면 진짜 정말로 꺼진다. 동행했던 사람들은 전부 핫팩으로 아이폰 심폐소생을 시도했다. 나는 엄청 멋있는 풍경을 볼 수 있었던 운이 좋았던 융프라우요흐였다.

9번 전망대에서
크리스마스트리와 스위스국기
스위스 국기와 멋진 풍경
철조망만 아니었어도..
안전하게 운전해준 마르코와 함께



그렇게 한참을 구경 후 다음 날을 위해 숙소로 돌아가기로 하고 다시 열차를 탔다. 융프라우요흐를 내려오는 동안까지도 멋있는 풍경을 볼 수 있었으며 이 환상적인 날씨와 풍경에 감사했다. 내려오는 길에서의 고산병이 더 위험하다고 한다. 그래서 내려올 때 열차 티켓을 검수하며 초콜릿을 나눠 준다. 역시 고산병엔 물과 초콜릿이 최고다!

융프라우요흐를 내려오며
올라갈 때와는 다른 길로 내려오며 본 풍경
담번에 다시 찾아오길 바라며
티켓 검수와 함께 받은 초콜릿
안녕!
융프라우요흐를 내려오며 다음을 기약하다.



스트라스부르와 융프라우요흐는 하루씩 밖에 있지 않았지만 강렬한 기억들을 남겼다. 스트라스부르는 명성에 맞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볼 수 있었고 융프라우요흐는 날씨가 다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날씨가 정말 끝내주게 좋았으며 그에 걸맞은 풍경을 볼 수 있던 것에 감사했다. 융프라우요흐를 내려오며 본 노을 지는 풍경 또한 잊을 수 없다. 다음 날 잠깐 들릴 루체른과 머무르며 둘러볼 독일에 대한 기대감을 꿈꾸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사람이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이다.
- 괴테 -











민's의 다른 글 보러 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첫 번째 유럽 여행 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