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프라하에서의 둘째 날
프라하에서의 시작은 어느 때보다 여유롭게 시작하였다. 하루 종일 내가 그토록 원했던 프라하에 있는 날인데 여유롭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낮의 프라하의 모습을 볼 차례. 어제의 야경투어 때 설명 들었던 밤의 프라하가 화장을 한 여성의 모습이라면 낮의 프라하는 화장을 하지 않은 여자의 모습 같다고 표현한 인솔자의 말이 떠올라 프라하가 어떤 모습일지 한껏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프라하에서의 날씨도 스위스 이후부터 그렇게 좋지 못했던 날씨와 다를 바 없이 구름 낀 모습이었다. 맑은 하늘의 프라하를 보았다면 좋았겠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뭐가 됐건 내가 그토록 원했던 프라하다!
트램을 타고 프라하 성으로 이동하는 내내 눈에 띄는 S주얼리 샵. 그래서 동행 중 한 명이 물어봤더랬다. S주얼리가 프라하 제품인지. 하지만 오스트리아에 본 매장이며 크리스털이나 유리공예가 유명한 주변 국가에서 생산도 많이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러하다. 프라하 또한 유리 공예가 유명했다. 아직 절반의 여행이 남은 데다 캐리어 안에서 유리 공예품이 멀쩡하리란 보장이 없는지라 살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낮의 프라하 모습을 트램을 타고 프라하 성을 가는 내내 구경했고 그렇게 프라하 성 근처에 도착하였다. 프라하 성을 가기 전 낮의 프라하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으며 사람이 적은 스폿을 인솔자가 알려주어 그곳을 먼저 들리기로 했다. 역시 인솔자가 알려주는 꿀팁은 괜히 꿀팁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관광객도 적었으며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프라하 모습은 내가 TV로 봐왔고 꿈꿔 왔던 모습이었다.
동행들 중 프라하에서 출국해야 하는 두 사람이 있어 마지막 단체 샷!이지만 한 명이 빠졌다..;;; 회사를 다니던 중 휴가를 쓰고 오신 분들이라 아쉽지만 보내드려야 했다...
그렇게 단체샷을 마지막으로 정말로 프라하 성으로 출발했다! 그런 줄만 알았다! 프라하 성 앞에 유명한 스타벅스에서 한참을 매여있을 줄이야;; 유명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야외에 앉아 있다고 자릿세를 받는 것도 아니었으며 프라하 전경은 물론 모든 것이 free!! 그곳에서도 인생 샷들을 남기느라 한참을 머물렀더랬다.
사진 찍는 곳으로 유명한 곳들을 겨우 벗어나 드디어 프라하 성으로 입성했다! 프라하 성의 입장권을 샀다. 이 곳 또한 엄청나게 넓은 곳이므로 들어가길 원하는 곳에 따라 티켓 가격이 달라진다. 나는 short 티켓을 구매했다. 황금소로와 비투스 대성당이 목적이었으므로 short 티켓으로 충분했다. 그렇게 입성한 프라하 성.
티켓을 끊고 제일 먼저 방문한 비투스 대성당! 유럽의 모든 성과 성당들은 왠지 모르게 더 추웠다. 하지만 추운 만큼 '역시!'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스트라스부르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들어가 봤다면 '이 곳과 비슷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웅장했다.
그렇게 한참을 감상을 하며 성당을 구경 후 short 티켓으로 볼 수 있는 곳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이르지 바실리카. 무언가 약간 무덤의 느낌이 나는 그런 곳이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이동한 황금소로. 알록달록한 건물 외벽과 왠지 모를 아기자기함들로 인해 사람들이 은근 많았던 곳. 그리고 프란츠 카프카로 인해 유명한 곳. 황금소로는 집들도 골목도 모든 것들이 전부 아기자기 한 곳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 너무 추워 늦은 점심과 함께 프라하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벨벳 맥주를 마시러 이동했다.
늦은 점심을 위해 프라하 성을 나와 음식점을 찾아가는 길 또한 프라하다웠다.
프라하에서도 벨벳 맥주를 파는 곳이 많지 않아 찾아가야 하는 곳이었다. 트램을 타고 프라하 성으로 왔던 그 정류장 쪽으로 이동하여 벨벳 맥주를 파는 가게를 찾아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벨벳 맥주와 체코 전통음식인 굴라쉬 또는 그냥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함께 주문했다. 추운 곳을 한참 돌다 들어온 따뜻한 가게와 훈훈한 온기로 정신을 차릴 때 쯔음 맥주가 먼저 나왔다. 벨벳 맥주는 소문처럼 엄청난 맛이었다! 나오자마자 거품과 함께 마시는 부드러움. 그 어느 곳에서 마셨던 맥주보다도 훨씬 엄청 맛있었다!!! 한국에서도 마시고 싶지만 만드는 방법 자체가 까다롭고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하여 한국에서 맛을 보긴 힘들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본 메뉴인 굴라쉬. 쇠고기 굴라쉬는 약간 카레 같은 소스에 떡 같은 빵과 함께 먹는 느낌의 음식이었다. 벨벳 맥주와 함께 맛 본 굴라쉬 또한 역시 내 입맛에는 딱이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늦은 점심 식사를 끝낸 후 선물 쇼핑 시간. 프라하에도 있다는 Z화장품을 찾아갔고 그 이후 동행들 중 일부는 너무 춥다며 숙소로 돌아갔다. 나를 포함한 다른 동행들은 프라하를 더 돌아보길 원했고 어제 야경투어를 갔던 곳도 낮의 모습을 보고 싶다며 구시가 쪽으로 이동했다. 트램을 기다리며 낮의 구시가 광장은 어떨지 상상하며 트램이 들어오는 모습 트램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촬영했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동절기에 유럽의 해지는 시간! 평소 같으면 아직 밝았을 시간이었을 텐데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도착한 구시가 광장은 결국 어제와 같은 야경의 모습으로 우리들을 반겼다.
당황한 나와 동행한 동행들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치킨 윙으로 유명한 곳으로 가서 코젤 흑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낼지 아니면 어차피 어제와 같은 야경이니 달라진 마켓이 있나 둘러보고 못 먹어본 체코의 전통 빵인 뜨르들로 또는 굴뚝 빵이라 불리는 것으로 대충 요기를 하고 근처 다른 곳을 둘러보고 천연 화장품을 사러 갈지 고민을 하다 결국 한번 더 크리스마스 마켓을 둘러보고 굴뚝 빵을 시식하기로 결정했다. 마켓은 하루마다 바뀌는 것은 아니었는지 어제와 동일했고 돌아다니다 맛있어 보이고 조금이라도 더 싼 굴뚝 빵을 사서 나눠 먹기로 했다. 굴뚝 빵은 생각 이상으로 맛있었고 순식간에 우리들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카를교 근처에 있는 천연 화장품 가게에 들려 지인 선물을 조금 구입 후 카를교에서 옆으로 빠지면 있다는 존 레넌 벽으로 향했다. 존 레넌 벽은 생각보다 넓었으며 비틀스의 명곡들을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예술가들이 돌아가며 기타로 비틀스의 명곡을 연주하며 노래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 반갑기도 하며 안타까운 한글도 볼 수 있었다. 그라피티들로만 이루어진 이 벽은 하도 페인트가 덧발라져 두께 또한 어마어마했으며 매일 그림이 바뀌어 벽이 항상 덜 말라 있는 느낌이라고 한다. 벽에 기대는 것은 삼가길 바란다. 동행 중 한 명이 벽에 기댔다가 코트에 묻은 페인트 지우느라 아세톤을 샀지만 잘 안 지워져 여행 내내 그 코트는 캐리어 안으로.. 한국에서 드라이클리닝을 하고 나서야 깨끗해졌다는 그런 후문...
그렇게 긴 프라하 하루를 보낸 후 숙소로 돌아와 쇼핑한 것들을 숙소에 내려놓고 프라하에서 헤어지는 동행들과의 술자리로 향했다. 필스너 맥주가 맛있는 집이었지만 코젤 맥주를 마셔보겠다는 내 의지로 첫 잔은 필스너 대신 흑맥주를 주문했고 필스너까지 맛보았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헤어짐을 준비했다.
하루를 알뜰하고 길고 즐거운 여행을 하고 아쉬움을 뒤로 한채 시끌벅적한 헤어짐을 준비하기까지. 어느 누가 들어도 부러울만한 하루를 보냈다. 브런치의 다른 작가의 글을 읽고 나니 나도 또한 프라하가 매우 좋게 느껴진 것은 그 어느 곳보다 내가 가장 애착을 가진 나라이며 한국과는 다르게 영어를 알아듣는다 해도 완전히 알아듣는 것도 아니며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보지도 않고 나를 얽매던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곳이라 여행이 즐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라하를 모든 프라하를 봤다고 할 수 없는 만큼 겨울이 아닌 나중에 또 다른 프라하의 모습을 보러 와야겠다며 버킷리스트에서 지웠던 프라하 여행을 다시 써넣었다. 여행을 하면서 버킷리스트를 지우기도 했지만 오히려 버킷리스트가 더 늘고 있다는 생각에 역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생각과 꼭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과연 욕심일까 하는 의문이 들며 그렇게 즐거웠던 프라하와 헤어짐을 준비하는 밤을 맞이했다. 내일이면 체코를 완전히 벗어나 오스트리아로 떠나는데 그 어느 나라보다도 아쉬울 것 같아 금방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 앤드류 매튜 -
ps. 이제 유럽 여행 편이 4~5개 정도 남았네요. 여행기를 쓰다 보니 지나간 사진을 다시 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같이 했던 동행들이 그리워지고 다시 여행을 가고 싶어 지네요~
글을 보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조금 있으신데요 이것은 전부 제 개인적인 경험이며 제 생각일 뿐이라 직접 가보시면 저와 다르게 느끼실 수 있어요~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구한 후 떠나보세요!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느낌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여행기를 읽다가 궁금하신 것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시거나 메일 주소 남겨주세요~ 제가 아는 선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도 유 알못이었고 걱정이 산더미 같은 상태에서 떠난 여행이었어요. 한번 다녀오니 조~~~ 금 알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멀었겠죠 ㅋㅋ 저로 인해 여행을 떠나신다면 후기도 꼭 알려주시고요~ 좋은 건 같이 공유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