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체스키크롬로프와 잘츠부르크
나의 꿈과 같은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조식을 먹었다. 조식을 먹으면서도 '언제 다시 프라하를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다음번엔 조금 따뜻하면서 맑은 날씨의 프라하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쉬움 가득한 조식을 먹은 후 프라하를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동행 둘과 인사를 나눴다. 한국으로 들어가기 전 여행 다니면서 다 사용하지 못한 핫팩이나 먹지 못한 컵라면 김치 등을 동행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서울에서 다시 보자는 인사와 함께 다시 버스 동행이 시작되었다. 프라하를 떠나면서부터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어 버렸고 프라하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던 나의 계획은 무산되었다. 잠에서 깨었을 때는 체코를 벗어나기 전 들른 체스키크롬로프라는 작은 도시에 도착해있었다. 도시로 들어섰을 때 깨어났기에 동화 같은 마을 모습에 깜짝 놀라 목적지에 도착 전까지 버스 안에서 조차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얼마 뒤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망토 다리에서부터 작은 마을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솔직히 체스키크롬로프라는 도시가 있는 줄도 몰랐을뿐더러 유알못이었기에 관심 밖이었었다. 거기다 처음 시작이 망토 다리였으니 나의 체스키크롬로프의 처음 시작은 관심이 바닥이었다. 다리라는 설명이 없었다면 그냥 창문 모양으로 구멍이 뻥뻥 뚫린 성벽이라는 생각만 가졌을 것이다. 체스키크롬로프의 시작이자 끝인 이 곳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생각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망토 다리를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망토 다리를 지나자마자 눈부신 빛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바로 눈에 들어온 풍경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기대하지 않은 만남이 반갑듯 기대하지 않았던 여행지에 대한 놀라움과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감탄과 함께 모두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걸어가는 곳 모두가 동화 같았으며 날씨 또한 그런 풍경을 받쳐주듯 화창했다. 마을 주변을 감싸고 블타바 강이 돌아나가는 모습은 마을을 동화 마을로 만드는 조건 중 하나였다.
체스키 성으로 걸어가면서 보이는 집들이며 성 모든 것들이 유럽을 걷고 있고 유럽에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해 준 곳이었다. 더더군다나 이 작은 도시가 에곤 쉴레의 어머니 고향이었단 사실. 그래서 에곤 쉴레 역시 이곳에 와서 그림을 많이 그렸었다고 한다. 에곤 쉴레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모르지만 천재 작가였단 사실과 불같은 삶을 살다 젊은 나이에 떠나갔다는 사실만 알 뿐이다. 에곤 쉴레 미술관이 있으므로 에곤 쉴레의 팬이라면 들려볼 만하다고 한다.
그렇게 조금 걷다 도착한 체스키 성. 성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은 동화마을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지붕의 색이며 마을 주변을 흐르는 볼타 강, 그리고 화사하게 내리비추는 햇빛까지 모든 것이 감동이었다.
체스키 성에서 한참을 사진을 찍고 내려오는 길에 다시 정신을 부여잡고 본 건물들. 실제로 벽돌을 이용하고 조각을 한 것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전부 그림이다!!!
겨우 붙잡은 정신줄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 작은 도시인만큼 관광객도 많지 않아서 구경하기에도 여유롭기에도 충분했다. 이래저래 찾아간 음식점. 칠리 치킨이 맛있다고 하여 동행들 모두가 칠리치킨을 시켜 먹었다. 그런데.. 역시 우린 한국인이었다. 칠리치킨만 먹다 보니 밥이 생각나서 먹으면서도 내내 '이건 밥반찬이 잘못 나온 거 아냐?' 또는 '이거 술안주인데?;;'와 같은 이야기들이 오갔다는 사실.
점심 식사 후 잠시 동안의 자유시간. 작은 도시여도 역시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잠시 구경한 후 잠시 혼자만의 여행을 했다. 10~15분 정도 점심 먹기 전 코스를 다시 돌아보았다. 잘 안 알려져서인지 아니면 작은 도시이기에 관광객들이 잘 오지 않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사람도 많지 않았으며 모든 것이 더할 나위 없었다.
짧은 자유시간 이후 다음 여행지인 잘츠부르크로 이동하기 위해 체스키크롬로프를 빠져나갔다. 빠져나가면서 보이는 풍경은 들어왔을 때와 다르게 무언가 빠져나가지 말라고 붙잡는 듯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체코를 빠져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며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며 대성당과 그 성당에 있는 파이프 오르간까지도 유명한 곳.
역시 정원이 있는 여행지들은 겨울이 아닐 때 오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며 멋있다고 생각했고 직접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미라벨 정원은 내가 생각했던 정원이 아니었다. 너무 황량했고 쓸쓸한 느낌이었다. 심지어 어찌나 추웠는지.... 정원에서 찍은 사진은 죄다 흔들렸다....
미라벨 정원을 나와 잘차흐 강변과 다리가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그 근처에는 지휘자 카라얀의 집이 있었으며 카라얀의 동상이 서있는데 해가지고 비치는 조명에 의해 생기는 그림자가 지휘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그렇게 간접적으로라도 지휘하는 모습을 봤다고 하련다..... 야경으로 유명하다는 잘차흐 강변과 그 다리는 사진을 찍었었는데... 너무 흔들리기도 하고 사람들도 너무 많이 지나다녀 찍기 실패... 난 야경 찍는 실력을 더 키워야겠다. 눈으로 담는데 만족했었다.
그리고 이동한 게트라이데 거리.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모차르트 생가. 들어가려면 또 돈... 그래서 그냥 겉에 건물만 보고 게트라이데 거리를 돌아다녔다. 이곳 역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가게들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보이는 모차르트 초콜릿이 파는 곳. 도대체 왜 어째서 초콜릿인데 모차르트 초콜릿인지는 모르겠다. 맛 또한 그냥 초콜릿인데 왜 모차르트 초콜릿인 건지. 모차르트가 초콜릿에 얼굴이 찍혀서 팔리고 싶어서 그 거리에 생가를 놓고 살았던 건 아니었을 텐데... 뭔지 모르게 씁쓸하고 거부감이 들었다. 빠르게 그 가게를 지나쳐 저녁을 먹을 곳을 찾아다녔다. 잘츠부르크 대성당이 최종 목적이었기에 잘츠부르크 대성당 근처에 있는 집에 들어갔다.
오스트리아 전통 맥주인 Kaiser Karl을 생맥주로 팔면서 오스트리아 전통 음식인 슈니첼을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슈니첼은 정말 우리나라의 돈가스와 비슷했지만 돈가스와 다르게 소스 없이 레몬을 뿌려 먹게 되어있으며 뿌리는 레몬 외의 소스가 나오는데 블루베리 잼과 같은 소스가 나오는데 이것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 돼지고기로 만든 것 치킨으로 만든 것 등등 여러 종류가 있다. 슈니첼이 나오기 전 주문한 맥주가 먼저 나왔다. 역시 현지 맥주를 마시는 것 또한 여행의 재미일 것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그때서부터 조금씩 주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음식점 근처에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즐길 수 있는 스케이트장이 설치되어있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스케이트를 처음 타는 아이를 배려한 보조 기구도 있었다.
그리고 역시 빠지지 않는 크리스마스 마켓. 잘츠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스트라스부르보다도 더 큰 느낌이었다. 곳곳에 마켓 관련 지도 안내판이 서있었으며 마켓의 종류 또한 다양했다. 배만 부르지 않았다면 마켓에서 파는 음식들도 맛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컸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잘츠부르크 대성당 근처에서 크게 열리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확실히 인파도 많고 볼거리도 많았다.
그리고 입성한 잘츠부르크 대성당.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은 성당임과 동시에 6000개의 파이프가 들어간 유럽에서 가장 큰 파이프 오르간, 그리고 그 파이프 오르간을 모차르트가 연주했던 성당. 파이프 오르간의 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그 어느 곳의 성당과도 똑같은 느낌은 없었다. 고요하고 웅장한 느낌은 변함없었지만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지만 오스트리아의 느낌이 강한 성당이었다. '예술적이라 그래야 하나 아니면 화려하다고 해야 하나 파리의 베르사유 궁전 같은 느낌 같은 느낌?' 정말 이런 느낌을 글로 표현하거나 말로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이런 느낌을 받기 위해서는 직접 보고 느끼는 수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잘츠부르크 대성당에서 만큼은 다른 성당에서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는지 유일하게 천주교 신자였던 나에게 일행들이 기도하는 방법을 물었고 신자가 아닌 동행들에게 간단하게 성호 긋는 방법과 처음 하는 기도이니 자신이 바라는 것 또는 감사한 일 죄송한 일과 같은 것을 마음속으로 얘기해보라고 말해 주었다. 나 역시 들어가는 성당마다 간단히 기도드렸었지만 이번 성당에서는 나 역시도 홀로 떨어져 진지하게 기도 할 수 있었다.
성당 구경을 다하고 기도도 다 한 이후 다시 모이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도 무언가 아쉬워 게트라이데 거리를 찍는데 나를 마주 보고 오던 어떤 센스쟁이 훈남이 엄지 척을 하며 지나가 준다.
잘츠부르크에서의 관광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 내가 찍은 야경은 실패했지만 성공한 동행에게서 야경사진을 받았다. 역시 야경으로 유명한 핫스폿의 사진은 멋있다. 야경 찍는 스킬을 올려서 다음번 여행에서는 더 멋있는 사진을 찍으리라 다짐을 하며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의 방 배정이 처음으로 여행을 하며 계속 같이 방을 쓰던 룸메 언니와 떨어져 혼자 쓰게 되었다. 그런 얼떨떨한 기분과 감기 기운으로 인해 지친 몸을 누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고 그냥 지나가는 소도시라고 생각했다가 말 못 할 풍경을 보고 즐거웠으며 아쉬웠던 체스키크롬로프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멋있는 풍경을 생각했다 아쉬웠던 미라벨 정원,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 그리고 뭔가 거부감이 들었던 모차르트 초콜릿, 맛있던 오스트리아 전통 맥주 카이저칼과 전통 음식 슈니첼, 마지막 동행들에게 간단한 기도를 알려줄 수 있었던 잘츠부르크 대성당까지. 모든 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거나 다르게 다가왔다. 역시 내가 생각하는 것은 끝까지 가는 법이 없고 편견은 언제나 내 뒤통수를 치기 마련이란 생각을 가지게 했던 여행이었다.
또한 유명한 관광지들 보다 작은 소도시의 여행 또는 골목을 돌아다니는 여행이 더 재미있고 멋있다는 생각에 종지부를 찍는 하루였던 것 같다. 언제 다시 여행 갈지 모르는 체코와 오스트리아. 내 버킷리스트에 두 번째로 다시 올라간 여행지가 되어버렸다. 정말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까지도 다 이루기 힘들 것 같다 ^^;;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꿔주는 것이다.
- 아나톨 -
ps. 지난번 여행기 10번째 글을 썼던 것이 정확하게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딱 1년 되었던 날이었네요.
1년 동안 55편의 글을 올리면서 생각이 많던 제가 많이 단순해졌습니다~ 브런치 덕분이네요!
불면증이 너무 심해서 글을 써야겠다 마음을 먹고 생각을 글로 옮겨 적었는데 그 글들에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몰랐답니다~ 앞으로 여행기는 대여섯 편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여행기 이후에 무슨 글을 올릴지도 생각 정리도 되었고요.
2주간 글을 안 올렸던 것은 컨디션 조절 실패로 쉬는 날은 내내 잠만 잤네요;;;
이제 다시 일주일에 한두 편은 꼬박꼬박 다시 올리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 주시는 구독자님들 또는 구독자가 아니더라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