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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이 Feb 26. 2016

첫인상은 항상 배신한다.

#7. 겪어 봐야 알 수 있는 것

사람들을 가장 짧은 시간에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본 첫인상이다. 처음 풍기는 이미지로 1차적으로 판단 후 몇 마디 나누는 대화 속에서 2차적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긴 시간 함께하면서 3차적 또는 최종적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결론을 내린다. 보통 일반적인 관계 즉, 친밀함이 빠진 관계는 2차적으로 내린 판단에서 끝이 나게 되어 첫인상이 그 사람의 이미지가 되지만 친밀한 관계가 되고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하면 대부분 첫인상은 항상 나의 판단을 배신하곤 한다.


첫인상이 깔끔하고 단아한 분위기였던 사람이 친밀함이 생기고 난 이후에는 굉장히 털털하면서 어리바리한 경우도 있고, 꼼꼼히 일처리를 할 것 같던 사람이 의외로 빈틈이 많아 일처리를 두세 번씩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보면 의외로 용모가 단정한 사람도 많고, 울 그락 불 그락 하게 생긴 사람이 사실은 싸움을 전혀 못하는 순둥이인 경우도 있다.  이처럼 첫인상은 언제나 항상 배신한다. 

아마 나의 첫인상도 나를 봐왔던 사람들을 많이 배신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처음 보는 눈은 거의 동일했다. 첫인상, 첫 이미지는 "하얗다, 무표정이면 차가워 보인다, 무심한 듯 보이며, 무서워 보이고, 까칠하고, 도도해 보이고 인상파(?)" 였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처음 나를 보자마자 얼음 대마왕이라고 부를 정도였으니 첫인상은 엄청 차가운가 보다. 어떤 친구는 첫인상이라기보다는 어느 순간 옆에서 같이 얘기하고 있어서 첫인상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를 겪어 본 지인들이 얘기하는 지금의 나는 "은근 잘 웃으며, 배려심이 깊고, 세세한 것도 잘 챙기며, 순하고, 착하면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차갑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말할 때 항상 조심스럽고, 이제는 선머슴이 되어갈까 걱정이 된다고 한다. 정이 많고 여리면서, 까돌이(까칠한 곰돌이)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까칠함은 여린 것을 감추려는 위장이며 나에 대해 잘 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나와 친밀함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나에 대한 첫인상이 바뀌었지만 친밀함이 생기기 전의 사람들은 첫인상의 차가운 이미지로 나를 판단하고 가까이 오려하지 않는다. 이런 차가운 이미지는 나의 날카로운 눈매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아무런 악의 없이 옆을  쳐다본  것뿐인데도 선배들은 항상 째려본다며 뭐라고 하기도 했고 어떤 사람들은 기분 나빠하며 시비를 걸기도 했다. 이는 나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나의 첫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인들이 얘기한 것처럼 까칠하고 시크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표현이 서툴며 표현하는 것이 쑥스러운  것뿐이고, 눈매는 태어날 때부터 가진 것인데 그것을 가지고 오해하고 기분 나빠하는 것이 나에게는 상처였다. 그러나 점차 나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나에 대해 알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있고 나를 아는 사람들은 그런 오해를 하지 않았기에 타인에게 나에 대해 알리는 것을 좀 더 조심스러워 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내가 느끼기에 친밀한 사람들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까칠하게 굴면서도 더 신경 쓰고 챙겨주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더 정중하게 대하며 정중한 상태로 관계가 끝이 난다. 그런 사람들은 나의 부모님 또는 내가 군대와 관련이 있냐는 질문을 할 정도로 딱딱한 말투로 일을 절차대로만 진행하고 끝을 내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같이 사람을 대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사람도 있고 처음부터 자신이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는 사교성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하지만 사교성이 뛰어난 사람도 결국은 자신을 더 알리기 위해 만들어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지 겪어보면 그 이미지는 결국 사람들을 배신하고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인상 좋아 보이고 순해 보였던 사람이어서 일을 같이 하기로 결정을 하고  진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막상 일을 진행하다 보니 그 사람은 책임 질 일이 생기면 남에게 미루기 바쁘며 웃는 얼굴로 사람들 기가 질리게 하는 사람이어서 일을 진행하기 어려웠던 적이 있다.  


이처럼 나는 내가 본 첫인상에게 배신을 당한 적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보고 보는 눈이 참 없다고 할 정도로 첫인상을 너무 믿는 편이었다. 하지만 해가  바뀔수록 나도 첫인상은 믿지 않게 되었고 역시 사람은 겪어 봐야 안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물은 건너봐야 알고 사람은 겪어 봐야 안다.


이  말들처럼 물 색과  물속을 보면 대충 어느 정도 깊이가 되고, 무엇이 살고 있을지 짐작은 되지만 건너봐야  확실해지고 들어가 봐야 확실해지는  것처럼 사람의 속은 끝을 알 수 없고, 본다고 볼 수 없는  것처럼 겪어 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하며 그 시간 동안 나 또한 진실한 모습으로 대해야 한다. 상대방이 진실한 모습으로 대하고 있는데 나만이 거짓된 모습으로 그 사람을 대한다면 그 관계는, 그 친밀함은 언젠가는 깨어지게 되어있다. 충분한 시간을 들이기가 아깝다고 생각하는 관계라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일 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힘든  관계밖에 되지 않으며 서로에게 피곤한 관계일 뿐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겪는 일들은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인상은 항상 배신한다.

좋은 쪽이던, 나쁜 쪽이던 내가 본 첫인상은 항상 배신을 한다. 그렇기에 첫인상을 믿지 않고 사람을 대하다 보면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보일 것이다. 호감을 가지거나 첫인상에 의해 선을 그었던 사람들이 있다면 시간을 들여 알아가 보는 것이 어떨까? 그러면 생각하지도 않았던 친밀함을 가진 친한 친구, 언니, 오빠, 동생을 한 명 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물과 다르게 겪어 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있고 볼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 그런 숨은 것들을 찾는 것도  일상생활의 재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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