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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엔 Nov 05. 2019

사직서를 낸 다음이 지옥이라더니

어떻게 홍콩에 왔더라


‘누구나 마음 속에 사직서를 품고산다.’

뭐 그랬다. 매일 퇴사를 꿈꾸는 건 티비나 책에서만 보는 그저 남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속한 팀원 모두의 목표가 2019년에 퇴사하기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5명 중 2명이 퇴사하고, 1명은 타부서로 이전, 1명은 휴직하여 결국 1명만 남게 되었다.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마치 대학시절 내내 배웠던 소설의 구성단계처럼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 있었다. 그 소설의 5단계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처절한 희생양이었다.


그렇게 5단계나 거치고 MRI, CT 등 온갖 검사를 해도 원인이 고작 스트레스인 만성 질환을 얻은 다음에야 확정한 퇴사인데 웬걸 퇴사를 하겠다고 밝힌 그 뒤부터가 진짜였다. 어쩌다보니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에 내가 퇴사 예정이라는 얘기가 퍼졌고, 참 암담하게도 퇴사일 이전까지 그 한 달은 모든 팀장, 부장, 임원들은 ‘퇴사를 하지 않게 만들 기간’이라고 여겼나보다.


나를 회유하려는 속삭임은 가지각색이었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평소에는 인사 외에는 대화를 할 기회가 없던 분들까지 최소 1시간 면담을 요청해왔다. 첫 시작은 그랬다. ‘퇴사하려는 마음 진짜니? 잘 생각해봐라. 우리가 뭘 해주면 마음을 바꿀래?’와 같은 당근 아닌 당근부터 ‘요새 취업도 쉽지 않은데 정규직으로 이직하는 거면 내가 말도 안한다. 아직 퇴사하기 전이니까 다시 생각해봐라. 사람때문에 생긴 문제로 퇴사하면 다음에도 퇴사하게 된다.’와 같은 채찍까지.


그렇다. 나는 누군가로 인해 퇴사를 결심했다. 팀을 총괄하고 팀원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위치의 그 누군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이 문제로는 퇴사할 이유가 된다고 납득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힘들어서 어쩌냐고 물어보던 그들조차 내 퇴사를 인정해주지 않으려 했던 걸 보면.


우습게도 이 모든 건, 이미 지난 주에 나와 같은 이유로 퇴사 결정을 내린 팀원이 퇴사했던 때였다. 조치를 취해주겠다는 말로 내 마음을 되돌리기엔 이미 퇴사를 희망하는 이유는 너무 명확했고 그걸 나를 회유하려던 팀장과 임원이 몇 달 전부터 알았음에도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은 뒤였다. 안타깝게도 동일한 이유로 떠난 10명의 직원보단 그 모두를 떠나게 했던 1인이 선택받는 집단에서 우리는 떠나는 선택 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 달 내내 퇴사하고 싶었던 마음을 몇 번이고, 여러가지 버전으로 돌려말하며 끝끝내 인생 첫 퇴사를 했다. 그 과정에서 알아버렸다. 그 많은 노력도, 우리의 퇴사도, 이 악조건을 변화시키진 못할 것이고 곧 잊혀질 거란 걸. 지옥같은 그 시간은 큰 상처로 남을 뿐일 거란 걸.


이것이 내 퇴사 이야기의 ‘결말’의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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