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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Apr 10. 2021

23살, 월500을 벌었을 때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일과 일상 사이, 그 어딘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처음 월 500만 원을 벌었을 때의 기분을.


'대학교 졸업하고 월 2-300만 원이면 괜찮겠지. 굳이 영혼 갈아가면서까지 일하지 말고 워라벨을 맞추면서 살아야지'


인생의 모토였다. 돈은 벌고 싶지만 굳이 대기업에 들어가서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흔하디 흔한 토익 준비 한 번 해 본 적 없었고, 취준의 필수영역인 컴활, 한국사 등등을 공부해 본 적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내가, 한 달 동안 500만 원이란 돈을 벌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와... 돈은 벌면 벌수록 좋은 거구나...! 이래서 다들 돈 벌려고 애쓰는 거구나!!'



첫 달 40만 원 > 80만 원 > 180만 원... > 500만 원...


일을 시작하고 500만 원을 벌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사실 첫 달 40만 원도 나에겐 정말 감사한 돈이었다. 대학생이 월 10시간을 일하고 40만 원을 받는다는 건 엄청난 시급이라고 생각했고, 단순 알바가 아닌 능력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셀렜으니깐.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월수입이 500만 원을 넘는 순간 삶은 불행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금액대의 수입을 받기 시작했을 땐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보기 싫었고, 눈빛에서 총명함을 찾을 수 없는 모습에 불안해졌다.


불행해지기 시작한 이유는 분명했다. 연봉은 나의 가치를 반영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어, 가치를 올리기 위해선 연봉을 상승시켜야 한다는 잘못된 강박이 생겼다(지난 브런치 글 '열심히 살았던 이유'에서 말했던). 그래서 나는 나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수입을 상승시키거나 or 유지시켜야 했다. 하지만 사회에선 상승이 아닌 '유지'란 곧 후퇴를 의미했고, 결국 나는 수입을 올려야만 내가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뭐였지?


열심히 일했던 이유가 연봉을 올리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토록 지양했던) 돈만 좇는 선배들처럼 변하면 어떡하지?

눈빛에서 빛이 사라진 것 같은데..


나 진짜 어떡하지....

내 꿈은 돈만 버는 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꿈에 대한 회의가 시작되었을 때쯤, 소위 말하는 상위 1%의 연봉을 가진 선배들이 나에게 했던 말들 있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야"

"네가 아직 어려서 그런 생각하는 거야. 일단 벌어야 돼"

"너가 어렸을 때 돈을 너무 쉽게 벌어서 그래"

"나도 그랬어. 근데 지금 버는 돈의 딱 2배만 벌어봐. 그럼 그 고민이 해결될거야."


항상 그들이 나에게 말하는 돈과 나이. 모두 상대적 개념이다. 그들의 절대성으로 나를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을 때쯤, 더 이상 한국에서 살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한국을 뜨면 이 문제가 해결될 거야. 일단 한국을 떠서 어디든 가자. 아직 젊으니깐 해외살이에 실패해도 돌아와서 백업하기 늦지 않을 거야!"


그렇게 급하게 교환학생과 유학 준비를 동시에 시작했다. 교환학생이 끝나고 아예 공부를 하다가 거기서 취업도 하고 이민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런데 교환학생이 끝나고 유학을 시작하려 할 때, 코로나.... 아놔....


나머지 고민은 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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