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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Apr 09. 2021

백번도 더 받은 질문, 왜 그렇게 열심히 사세요?

일과 일상 사이, 그 어딘가


23살이었다.

첫 외주를 받고, 첫 클래스를 열고, 첫 기업 강의를 나간 게.

불과 3년 전이지만 당시 사진을 보면 '와... 진짜 어렸다...'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어렸고 아무것도 몰랐다. 그리고 아무것도 몰랐기에 뭐든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다.


누군가 나에게 '23살로 돌아갈래?'라고 묻는다면 1초도 망설임 없이 '아니. 절대로'라고 답할 수 있을 정도로 미친 애처럼 열심히 살았다.

(여기서 '열심히 살았다'는 말에는 공부+일+유흥+연애 모두 포함된다. 왜 하나도 포기하지 않았는지 지금은 의문일 정도로 모든 에너지를 써서 삶 자체를 열심히 살았던 때다.)


꽤 자주 받는 질문, “제이님은 안 지치세요?"


나도 인간이라 당연히 지친다.

기말고사 준비를 하면서 VOD를 기획하고, 외주를 받고, 책을 쓰고, 교환학생 준비를 하고, 기업 강의를 하고, 개인 클래스를 열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 달 안에 끝내야 했던 24살 7월은 나에게 지옥이었다. 한 달 내내 일주일에 10시간도 못 잔 던 것 같다.


'아.. 뉴스에서 나오는 과로사가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지금 당장 길 가다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데...?'



23살의 나 (지금보다 말랐는데 볼살은 넘치네..ㅎㅎ)


나는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걸까?


열심히 산 이유

(브런치를 일기장으로 쓰려고 하니, 브런치 글만큼은 사고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쓰고 싶다.)


1.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니깐

타고난 재능이 없는 사람은 열심히라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심히 살았다. 특별한 게 없으니 성실함이라도 밀어붙여야 했으니깐.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니 나만큼 성실한 사람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 (ex. 목금토 밤새 술을 마시고도 매달 일요일 오전 봉사를 갔다.)

'아하.. 성실함이 나의 타고난 재능이었구나...'


2. 나의 존재가치가 조금씩 발현되는 것 같으니깐

1번에서 비롯된 이유이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인데 열심히 살 수록 왠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뭔가 나의 존재가치가 사회에서 증명되는 것 같았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나의 몸값이 올라가는 게 신기하면서 설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는 곧 돈으로 매겨졌고, 연봉이 오를수록 나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에 빠져있었다.

(역으로 딜레마도 이로부터 시작되었다...)


3. 열심히 > 성실한 > 능력 있는 > 재능 있는 > 대단한

나를 수식하는 단어가 변화하는 과정이 좋았다. 한국사회에서 '열심히'라는 단어는 긍정적 의미보다는 '안타까움'을 대변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일상생활에서 '열심히'라는 말을 할 때를 떠올려보면 잘하고 싶은데 잘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수식하곤 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열심히'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런데 열심히 살다 보니, 어느새 수식어가 '열심히 -> 대단한'으로 바뀌어 있었다. 조금 열심히 살았더니 '굉장히 능력 있는 분이시네요~' '어떻게 어린 나이에 그런 재능을 타고 나신 거예요?'라는 이야기들을 듣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태도 변화가 재밌었다.

'나는 열심히 한 것뿐인데..?'



다시 돌아와서 이야기하면, 열심히 살았던 이유는 지극히 평범했기 때문이고, 나의 성실함이 재능으로 포장되어 사회에서 높은 가치로 매겨짐이 설렜기 때문이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지금 당장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쾌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현타가 매우 매우 매우 세게 온 상황.

'나 앞으로 어떻게 살지? 뭐 해 먹고살지?'에 대한 고민은 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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