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회의를 참석하다

중국교육의 진심을 보다

by 유투코스

위챗 가정통신문


즘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봉투를 받아볼 일이 거의 없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가정통신문도, 공지사항도, 모두 위챗(微信)으로 올라온다.

어느날, 천둥이반 단체 위챗방에서 또 하나의 공지가 올라왔다. 학부모회의에 관한 내용이었다.


중국어도 서툰데 '회의'라고 하니 부담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참석하지 않으면 천둥이가 불이익을 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과 학부모회의에서 뭘 회의하는지 궁금하여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일날이 되니, 많은 학부모님들이 참석을 했다. 옆에 서 있던 아버지로 보이는 중국인은 넥타이를 다시 매만지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아, 이거 진짜 중요한 자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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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중국 학부모들에게 이 회의는 아이의 학업과 학교의 교육방침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는 자리다. 소(초등)학교 성적이 중학교 진학을 결정하고, 중학교 성적이 고등학교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고등학교가 공립이냐 사립이냐에 따라 대학 진학률이 크게 달라진다.

공립 상급학교는 성적 순으로 들어간다. 성적이 안 되면 학비가 비싼 사립으로 가야 한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직업학교로 가거나 일찍 사회에 나가야 한다. 그러니 이 회의가 긴장될 수밖에!.


전체 학부모가 참석하는 회의는 교장 선생님의 인사로 시작되었다. 그리고는 약 15분간 중국 교육 정책의 변화, 학교의 교육 방침, 그리고 이 지역 학교들의 진학 현황까지 데이터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물론 중국어가 서툴어서 다 알아들은 건 아니지만, 학부모님들의 진지한 모습은 내용도 가벼운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곧이어 질문시간이 주어지자, 한 어머니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 숙제가 너무 많습니다!

학교 마치고 집에 오면 숙제 때문에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아무것도 못해요."

이러한 질문에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교장선생님은 원론적인 답변을 하셨던 것 같다,

그 질문을 듣자, 주변에 아이들을 학원을 보내는 지인들이 떠올랐다.


중국의 부모님들... 특히 이우의 부모님들은 대부분 무역일에 종사하고 계시기 때문에 아이들의 숙제를

제대로 봐주기도 어려울 뿐더러 학교에서 부과하는 과제와 숙제는 양이 너무 많아서 학원의 도움없이는 과제를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이제 막 1학년 1학기를 시작했으니 천둥이는 아직까지 숙제가 많다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천둥이도 이제 곧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학부모회의가 마치고, 천둥이 교실 앞에 서 있는데, 복도에서 학부모들의 대화가 들려온다.

아이들의 성적이야기와 숙제이야기... 그리고 그 덕분에 밀려오는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그 중에 특히 귀를 쫑긋하게 하는 것은 학원이야기였다,

"우리 아이는 학원을 세 개 보내고 있어요. 그렇게 했더니 성적이 올랐어요."

학원 세 개... 소(초등)학생이 학원을 세 개씩 다닌다니...


다른 어머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립 중학교 학비가 1년에 5만 위안(약 1천만 원)이래요. 저희는 애가 셋이라 버거워요!"


아마도 중국에 있는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중에 학비가 천차만별로 비싼 사립학교로 가게 되면

비용때문에 힘들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다. 게다가 공립학교에 비해 사립학교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학생들이 진학하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불안감이 크신 것 같았다.

이게 중국 학부모들의 현실이다. 입시에 대해서는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쉽지않은 중국의 상황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중국이 다음 세대 교육에 진심인 이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중국은 왜 이렇게 교육에 진심일까?

첫째, 중국은 인구가 많다. 그러다보니 경쟁이 치열하다. 좋은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면 좋은 직장을 얻기 어렵다. 계층 이동의 유일한 사다리가 교육이다.


둘째, 중국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부모 세대는 가난했지만 지금은 중산층이 됐다. 그들은 자녀가 다시 아래로 떨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육에 올인한다.


셋째, 국가 차원에서 교육을 국가 전략으로 본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미래 인재를 키우는 곳이다. 교장이 중간에 언급한 표현인 "중국의 미래는 교육"이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 오늘 학부모회의는 중국이 다음 세대를 얼마나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나의 교육관


천둥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늦은 오후 햇살이 교문을 비스듬히 비추고 있었다.
회의 내내 들려왔던 교장선생님의 말... 학부모들의 질문... 그리고 복도에서 들려오던 이야기들...
모두가 아이의 미래와 연결된 내용들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차에서 내리자 천둥이가 묻는다.

“아빠! 교장선생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나는 잠시 멈칫했다.

사실 교장선생님의 말은 꽤 무거웠다. 하지만 그걸 그대로 전할 필요는 없었다. 아직 어린 아들에게 세상의 무게를 얹을 순 없었다. 그래서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응, 교장선생님이 그러시더라. 학교는 즐겁고 재미있게 배우는 곳이래. 메이플립의 교육은 ‘행복하게 자라고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래.”

천둥이는 “진짜?” 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 눈빛이 너무 맑아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천둥이가 지금처럼 웃으면서 배우면 된대.”

아이는 만족한 듯 신나게 자기 가방을 메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뭉클해졌다. 아, 나도 모르게 ‘하얀 거짓말’을 했구나.
하지만 그 순간 깨달았다. 아이에게 대답한 내용은 내가 추구하고 아들이 그래주기를 바라는 나의 교육철학이었다.


사실 그렇다.
나는 내 아이가 꼭 1등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유명한 학교에 가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마음을 지키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힘든 친구를 보면 먼저 다가가고,
틀린 답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조용히 끝까지 밀고 나가는 그런 아이.

나는 성적보다 삶의 온기를 배우길 바란다.

책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지식보다 지혜를 품은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세상은 점점 더 빠르고, 아이들은 그 속도를 따라가느라 숨이 찬다.
하지만 천둥이만큼은, 달리기보다 걷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빨리 가는 것보다, 올바르게 가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


회의를 떠올려보면, 중국의 부모들은 모두 교육에 진심이었다.
아이를 더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애쓴다.

그들의 열정은 존경스럽지만, 나는 조금 다른 길을 택하고 싶다.


‘더 잘하는 아이’보다 ‘더 좋은 아이’. 그게 내가 천둥이에게 바라는 전부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은 자기 마음의 온도로 평가받는다.
그 가슴 속 따뜻함이 식지 않게, 나는 오늘도 아이의 마음에 불을 지펴주고 싶다.


밤이 깊어가고, 창문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번졌다.
책상 앞에 앉아 숙제를 하는 천둥이의 작은 어깨를 보며 속삭였다.
“천둥아, 아빠는 네가 공부 잘하는 사람보다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 말은 사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부모로서, 직장인로서,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결국 사랑을 전하는 일이니까.

아이의 성적표보다 더 중요한 건 그 마음의 빛깔이다.

나는 오늘도 그 빛을 믿는다.
작지만, 따뜻하게 자라나는 천둥이의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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