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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슴 Nov 14. 2023

#12. 막막한 청춘이 한 편의 영화로

비전공자 영화 촬영기 '모두의영화'

모두의영화 프로젝트란?

같은 배우, 같은 장소, 같은 장비, 그리고 청년.
최소 장비와 인원으로 ‘청년’을 담은 두 편의 영화를 만듭니다.
영화를 함께 보고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상영회, 모두의 자리를 엽니다.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누구의 영화’로 시작해 ‘당신의 영화’를 거쳐
종국에는 ‘모두의 영화’로 확장되길 바라는 청년창작 커뮤니티 프로젝트입니다.





모두의 영화를 꿈꾸며


2022년, 우연히 ‘마을영화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영화를 찍었다. 힘들었지만 특별했던 그 경험 하나로 우리와 영화는 가늘게 이어졌다. 영화 연출이나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고, 장비를 드는 방법조차 모른다. 영상을 편집해본 적도 물론 없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이 우리를 상상 속에서 영화 제작 현장으로 자꾸만 데려다 놓곤 했다.  


영화 관련 지원사업들은 관련 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하거나, 한 편 이상 연출 경험이 있어야 하는 등 지원 조건에서 우리가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존재했다. 설사 지원 조건이 ‘무관’이더라도, 우리는 우리 마음속의 문턱부터 쉽게 넘지 못했다. 영화 촬영과정과 제작, 장비, 편집에 관해 제대로 아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2023년 봄, ‘청년자기주도형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다. 그동안 가라앉아있던 영화가 마음속에서 다시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를 어떠한 장벽 없이 지지해주는 지원사업. 그것이 우리에겐 청년 자기주도형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 ‘모두의영화’


모두의영화는 같은 배우, 같은 장소, 같은 장비, 그리고 같은 키워드 ‘청춘’을 서로 다른 두 시선으로 담은 짧은 두 편의 단편영화를 만들고, 이를 묶어 옴니버스 단편영화로 제작한다. 그리고 완성된 영화를 동시대 청년들과 함께 나누고 각자의 청춘을 이야기해보면서 모두의 영화로 확장시키는 창작 프로젝트다. 모두의영화 프로젝트는 크게 영화 제작과 상영회 개최, 두 갈래로 나누어 진행했다.     





<!> 그리고 <아이스 브레이킹>, 단편영화 <인터미션> 제작기

영화 제작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바로 영화 촬영 이전의 단계인 프리 프로덕션, 영화 촬영 단계인 프로덕션, 영화 촬영 이후 단계인 포스트 프로덕션이다.      


프리 프로덕션(5~8)

5월~6월까지는 주로 아이디어 회의와 시나리오를 썼다. 초고에서부터 4고까지 수정하여 시나리오를 탈고했지만, 영화를 준비하는 내내 사소한 수정은 계속 이어갔다. (촬영 이틀 전까지도 작은 대사 수정은 이어졌다.) 7월 초부터 스태프를 꾸렸고 두 시나리오를 함께 읽으며 피드백을 받았다. 그와 함께 스토리보드를 그리고, 카메라를 맡은 스태프와 함께 회의하며 콘티를 수정해나갔다.


7월부터는 배우를 캐스팅해서 미팅을 진행했다. 수차례 리딩을 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톤과 연기, 캐릭터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함께 잡아나갔다. 그렇게 <봄!>과 <아이스 브레이킹>, 같은 청춘을 다르게 담은 두 작품의 얼개가 완성되었다.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가 완성된 이후에는 조명과 카메라, 장비, 현장 진행과 관련한 회의를 반복했다. 현장에서 사용할 소품과 음향부터 그날의 식사와 간식까지. 하나하나 챙겨야 할 것들이 매일 늘어갔다. 무엇보다 모든 컷을 잘 찍을 수 있을지,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어려웠다.     


• 프로덕션(9월 1~3일)

영화 촬영은 총 3일 동안 진행했다. 단편이지만 두 편의 영화를 3일에 나누어 찍는 일정. 비교적 컷 수가 많은 <봄!>을 2일 동안 찍고, 롱테이크로 촬영하여 세 컷으로 나뉘는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루에 찍기로 했다. 대신 2일 차 촬영이 끝난 뒤에 남아서 <아이스 브레이킹> 촬영 리허설을 충분히 진행했다.


우리는 소극장에서 영화를 촬영했다. 소극장의 빈 객석과 무대가 청춘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그리고 조명이 달려있고, 암전 등 외부와의 단절되는 실내공간이라는 점도 좋았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될수록 미처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많이 발생했다. 크고 작은 문제점 중에 가장 절실하면서도 우리에게 직격타를 날린 것은 바로 더위였다. 아직 여름의 열기가 가시지 않아 촬영 현장은 너무나도 더웠다. 환기도 쉽지 않았고, 카메라가 돌아갈 때는 소음 때문에 에어컨도 꺼야 했다. 땀범벅에 실수투성이, 촬영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조차 모르게 훌쩍, 촬영이 종료되었다.





포스트 프로덕션(94~10)

나레이션이 필요해 추가 녹음을 진행했고, 포스터를 위한 사진도 몇 컷 추가 촬영했다. 이제 편집만이 남았다. 가장 먼저 촬영 데이터를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한다. 그리고 이어서 OK컷을 추려서 붙인다. 그리고 마이크로 따로 녹음한 음향을 화면 싱크에 맞게 조정하여 오디오를 입힌다. OK컷 편집이 끝나면, 세밀한 편집을 다시 시작한다. 컷과 컷 사이에 인물의 표정과 동작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확인해가면서 한결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간다.


촬영분 중에서 어느 부분을 온전히 남기고, 어느 부분을 잘라낼 것인지 계속 고민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한 편집본이 완성되면 필요한 곳에 효과음과 배경음악을 깐다. 편집 역시 우리가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색 보정 등 전문적인 후반작업까지는 어려운 상황. 대신 촬영의 미흡함으로 화면의 밝기가 너무 달라져서 튀는 장면은 앞뒤 컷에 맞게 적당한 명도로 조정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청년자기주도형 콜라보 프로젝트 청춘어람

영화를 완성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모두의영화 프로젝트는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누군가의 영화에서 시작해, 진정한 '모두의 영화'로 확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영화를 상영할 차례다.


단독 상영회를 꾸리기에는 아무래도 콘텐츠가 약하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영화를 섭외하는 것은 더욱 복잡한 일이다. 그래서 청년자기주도형 프로젝트에 선정된 다른 청년 팀과 함께 협업하는 방법이 가장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함께 행사를 꾸릴 4개의 팀을 섭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상영회는 '청년자기주도형 콜라보 프로젝트'로 확장되었다. 직접 만든 막걸리와 증류식 소주, 단편영화 상영, 디지털 디톡스, 소이왁스 캔들 만들기, 불안한 청년을 위한 청춘상담소, TCI 검사, 난화 그리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로 행사장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청출어람이라는 사자성어를 활용한 ‘청춘어람’이라는 행사 콘셉트를 기획하여, 포스터, 리플렛, 기념품들을 만들었다.





우리는 총 2회에 걸쳐 영화를 상영하고, 각각 상영 후 짧게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너무 적은 신청 인원으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1회차와 2회차 모두 각각 15명 내외의 관객들이 우리의 영화를 관람해주었다. 생각보다 더 많은 분들이 상영 공간을 찾아주어서 정말 감사했다. 또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각자가 생각하는 청춘에 관해 다양한 대답이 나와서 놀라웠고, 모두 공감 가는 내용이라 분위기도 한결 편안하고 즐거웠다.


행사장은 부산청년센터 3층 들락 공간이었다. 행사 장소를 답사할 때만 해도 우리 행사를 열기엔 넓은 공간이라 망설였지만, 행사 동안 내내 좋은 선택임을 깨달았다. 곳곳에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자리 잡고, 그 사이를 참여객들이 편안히 돌아다니며 휴식을 취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행사 기획 단계에서부터 다른 팀과의 연락, 행사장 공간 추천, 행사에 필요한 세팅까지 모든 부분에 있어 사업 담당자께서 큰 역할을 해주셨다.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도와주셔서 행사에 필요한 부분들을 세세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막막한 청춘이 한 편의 영화로


내 주변의 ‘청춘’들은 모두 바빠보였다. TV와 드라마 속 고군분투하는 청춘들. 유튜브 속 넘쳐나는 갓생 브이로그. 카페에서 제각각 노트북을 켜놓고 화면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 그런 모습을 마주칠 때마다 나는 지금 무얼 하고 걸까, 돌아보기도 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청춘이 막연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엇도 할 수 없는 막막함으로, 그 모습을 자주 바꾸었다.


우리는 모두의영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그 막막함을 직시하고 영화의 소재로 삼았다. 나의 청춘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고, 왜 그런 모습인지, 이를 어떻게 표현할지 궁리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다른 사람의 청춘은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지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촬영을 준비하고 하루 종일 소극장에 박혀 촬영을 하고, 쉽게 끝나지 않는 편집을 이어갈 때마다 힘들고 버거웠다. 지난 몇 개월 간, 항상 모두의영화만을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프로젝트를 떠올리면 어딘가 끙끙 앓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막연하게 흘러가버리고 말았을 한 해를 모두의영화 프로젝트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을 해낸 특별한 시절로 바꿀 수 있었다. 청년자기주도형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치열하게 나 자신 속의 무력감과 싸워낸 기분이다. 수정할 부분 투성이었던 시나리오도, 걱정 많았던 촬영도,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편집도, 쑥스러웠던 상영회도 모두 끝났다. 마음이 편안하다. 다시 삶의 무기력과 막막함이 찾아온다고 해도 맞설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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