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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서범 Oct 13. 2017

아내에게 쓰는 편지 # 62

따로따로 행복하게?


당신 오늘 큰 아들과 그 친구들 데리고

YB 콘서트 보러 가며 둘째 아들은 콘서트 데리고 못 가니 잘 부탁한다고 했죠. 그래서 나는 둘째 아들 데리고 홈플러스 상상놀이 왔어요.

도착하자마자 우리 둘째는 실컷 뛰고, 공 던지고, 소리 지르고, 미끄럼도 타고... 머리는 금방 감은 듯 다 젖어서는 좋다며 붉어진 얼굴로 이리저리 다니는 녀석.

지금은 클레이로 자동차를 만든다며 진지하게 조물조물 거리고 있어요. 그 사이 난 당신에게 이렇게 편지를 쓰네요.

아까 차에서 우리 둘째 아들이 나보고 이러네요.

"아빠랑 나랑 우리 둘이 여행 가는 거 같다. 그지? 나는 행복한데 아빠도 행복하지? 우리 내일 저녁까지 행복하자(내일이 일요일이기에 아마도 주말 동안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자는 거였겠죠?)."

7살 치고는 녀석 말이 제법 감동스러웠어요. 매번 느끼는 거지만 7살 아들과 장단 맞춰서 놀아주는 게  왜 이리 어려운지.ㅎㅎㅎ 그래도 마음을 비우고 놀아주고 나니 우리 둘째 얼굴에 함박 웃음꽃이 피었네요. 몸은 무겁고 지치지만 마음은 가벼워요. 이런 게 행복이겠죠? 당신도 지금 나처럼 작은 행복을 느끼고 있겠죠? 큰 아들과 그 무리들 함께 콘서트 보며 펄쩍펄쩍 뛰고 소리 지르면서 말이죠. 우리 가족 오늘은 이렇게 따로따로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네요. 우리 늘 이렇게 행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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