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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서범 Jan 03. 2017

소통을 꽃피우다 #39

남편과의 소통



 밤새 뒤척이는 아이를 살피다 잠든 것을 확인하고는 자정이 훨씬 넘어서야 잠이 들어서는 이른 새벽 알람 소리에 놀라 잠을 깬다. 피곤하지만 남편이 늦을까 노심초사하며 졸린 눈을 비비며 아직도 한밤 중인 듯 코를 고는 남편을 흔들어 깨운다. 까치집 지은 머리와 눈곱 낀 얼굴도 내 남편이기에 사랑을 담아 깨우지만 일어나면서 얼굴 보며 눈부터 찌푸리는 얄미운 사람..


 영화에선.. 드라마에선.. 남편이 사랑스럽게 잠꾸러기 아내를 위해 빵과 베이컨, 계란 프라이로 아침햇살 비치는 테이블에 예쁘게 아침을 준비해서는 다정하고 사랑스럽게 잘도 깨워주더니만.. 결혼 전엔 그렇게 다정스럽고 살갑게 대해주 결혼하면 뭐든 다 해주겠다던 그는 어디에 간 것인지 그의 형상을 한 빈 껍데기만 있고, 그의 마음은 없는 듯 느껴진다.


 하루 종일 육아에, 직장 일에, 살림에..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 일, 일.. 그렇게 지친 마음과 몸이지만 온 가족이 모여서 먹는 저녁만큼은 맛있게 해주겠노라는 책임감으로 열심히 음식을 해놓으면 "나 오늘 늦어."하는 무심한 전화 한 통에 몸과 마음은 더욱 지쳐 버린다.


 가끔 어느 날 저녁 피곤하고 지친 몸과 마음에 오늘 저녁은 대충 먹기로 마음을 먹고서는 아이들과 치킨 한 마리로 저녁을 해결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TV를 시청하며 좀 쉬려고 하면 웬일인지 이런 날은 꼭 일찍 와서는 밥을 달라고 하며 툴툴거린다. 그래도 힘들게 일하고 들어왔을 남편이기에 사랑과 의리(?)의 마음으로 열심히 냉장고를 뒤져서 번개 같이 음식을 하고 저녁 준비를 해서는 식사를 차려 준다. 오랜만에 저녁 식탁에 함께 앉아 조금은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지만 관심 없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밥을 먹던 남편은 이내 ‘밥 좀 먹자.’며 버럭 화를 내버리는 얄미운 남편이다.


 가끔 상상을 해본다. 도란도란 앉아서 같이 저녁 먹으며 소소한 이야기에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가족의 모습을.. 때론 같이 저녁도 만들고, 연애할 때처럼 분위기 있는 곳에서 지는 해 바라보며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집에 와선 아이들과 친구처럼 놀아주기도 하고, 힘든 건 없었는지, 학교생활은 재미있었는지도 물어봐 주는 모습을.. 그렇게 상상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속의 불만은 자꾸만 차곡차곡 쌓여간다.


 이런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마음이 답답하고 힘 빠지실 것 같아 함께 한 숨 쉬어질 것 같다. 그저 아주 가끔 육아도, 직장 일도, 살림도.. 이것저것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생각과 마음을 추스르고 다독일 시간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마음을 다독여주고, 응원하고 싶다.


 혹시 당신의 일상이 이와 비슷하다면 소통이 필요하다. 남편에게 먼저 마음과 감정을 나눌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자. 마음과 감정, 대화를 나눌 때는 아이들이나 다른 방해를 받지 않는 조용한 곳에서 여유를 가지고 하시길 권장한다.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되면 아주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시작하자. 사실적인 이야기부터 하는 것보다 서로의 감정을 편안하게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되 시작은 조금 가벼우면서도 덤덤하게 시작하여 조금씩 깊이 있게 들어가며 사실적인 것들도 조금씩 다루는 것이 좋다. 흥분하여 소리 지르며 시작하는 대화보다 차분하고 단정한 모습과 단아한 목소리로 편안하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한 번 소통을 시작하여 보면 어떨까? 당신의 마음과 생각이 숨을 쉬어야 한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소중한 사람이다.  

행복이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즐기는 것이다
-린 피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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