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일, 위화, 푸른숲
내가 존경하고, 닮고싶은 작가 ‘위화’.
대학시절 ‘허삼관 매혈기’와 ‘인생’을 꽤 많은 지인들에게 선물로 줬던 기억이 있다. (그밖에도 ‘무더운 여름’, ‘내게는 이름이 없다’도 좋다.)
원랜 22년도 말에 나온 ‘원청’을 읽고자 했으나, ‘제7일’로 손이 갔다. 분명히 본것 같은데? 했고, 읽다보니 역시나 봤던 소설이다. 다시 봤지만 두번째에도 슬프고 슬펐다.
위화는 장편을 쓸때 매번 한사람의 일대기를 다루는 것 같다. 이는 ’모옌‘과 같은 다른 중국 작가도 마찬가지라고 느껴진다. 그리고 힘없고 착한 주인공을 내세운다. 그들의 인생은 잘풀리는 법이 없다. 인생이 꼬인 사람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힘든 시기를 더 잘 기억해서일까? 위화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그리고 그 시대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데, ‘허삼관매혈기’에서는 ‘문화대혁명’을 주로 다뤘다면, 제7일에서는 현대화된 중국을 다뤘다. 너무나 큰 빈부격차, 구하기 힘든 일자리, 외모 지상주의, 고위직의 채용 비리, 사고를 무마하는 관료들... 그리고 그런 비리속에 당하고만 사는 소설속 인물들... 이 소설은 그런 억울한 이들을 위로하고자 쓰여진 것 같다. 그것도 저승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주인공 ‘양페이’가 죽어서 저승으로 가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1일부터 7일까지 하루하루 양페이와 양페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으면서 옴니버스 구조로 소설을 이끌어 간다. (그런 점에서 예전에 읽었던 나미야잡화점의 기적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출생부터 특이한 양페이, 그리고 그를 길러준 착한 양아버지의 이야기, 양페이의 전부인과 헤어진 이야기, 그밖에 자잘하게 엮인 인연들이 이야기속에서 모두 혼합된다. 돈으로 싸우고, 권력을 탐하고, 성취를 위해 떠나가고, 한집에서 함께 지내지만 서로의 필요를 구하기만 하는 관계들까지.. 나열할 수 있는 인간의 분열은 왠만하면 다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소설 중반즘엔 독자들이 궁금해할 수도 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게 된거야? 원하는 직장에 들어갔나?” 하지만 독자가 실재로 마지막에 갖는 의문증은 “그게 정말 문제였어? 왜 그때 그것을 문제로 여겼을까?” 와 같은 방식이 될 것이다.
위화는 독자로 하여금 문제의 원인으로 삼았던 돈, 권력 등을 잊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그는 인물들에게 돈과 권력을 쥐어줘서 문제가 해결 되도록 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잊었던 가족간, 연인간의 사랑을 다시 확인시켜주기만 한다. 소설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그것이 전부구나!“라고 느끼게 만든다.
소설을 쓰기 전부터 위화는 이것을 계획했을까? 그보다는 그가 근본적으로 ‘사랑’을 모든 문제의 원인이자 해결책이라고 생각했으리라 추측한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돈이 필요했고, 가족의 안전을 위해 그 사업이 필요했던 사람들... 그리고 어느새 그것이 수단이 아닌 목표가 돼버린 사람들... 사랑은 그런것을 얻는것에 의해 이뤄지기보다는 사랑 자체를 알아차림으로써 의미가 발현된다고 믿는것 같다.(물론 등장 인물중엔 이유없이 탐욕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많다.)
소설이 슬프다. 이런걸 느끼는 나는 F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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