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읽어오던 소설에 질렸다면, 이 색다른 소설을 추천한다.
'보트하우스'에 대해 바로 리뷰하려했으나, 소설 설명을 위해서는 작가 소개를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 이전 같았으면 수상자에 대해 세상이 떠들썩했겠지만, 지금 세상은 온통 '돈' 얘기 뿐이라 소설과 글에 대한 이야기는 조용하다. '보트하우스'의 초반부터, "글을 이렇게 쓴다고?" 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글을 다 읽고 나서는 그 반복적인 문체와 글 전체 구조(3개의 챕터)가 모두 그의 계산에 의한 서술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보트하우스'는 그의 초기작이기에 그가 성숙해서도 이런 문체를 이어갔는지 궁금증이 생겼다.(아마도 이후에는 '3부작'을 읽을것 같다.)
이 소설은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에서 벗어나본 적 없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1인칭 전개를 이어간다. 글 자체가 랩처럼 짧은 문장으로 쉬지않고 나오는데, 내 생각엔 주인공의 불안에 떠는 독백마다 말을 반복하는 것 같다.
주인공 '나'가 어린시절을 함께보낸 친구 '크누텐'이 가족여행으로 고향에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나'는 오랜만에 만난 '크누텐'을 어색해한다. 어찌보면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친구와 그의 아내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고, 본인 스스로 그 행동을 부풀려 생각한다. 인물을 통해 본 소설의 주제는 '불안'과 '망상'이다. '나'는 사건을 직면하지 않고, 속으로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생각을 부풀려 하나의 세상을 머릿속에 만든다. 망상은 그 자체로 이미 주인공의 머릿속에 살아간다. 주인공 머릿속의 크누텐은 어떤 사람이고, 세상은 어떤곳이라는 것이 주인공의 짧은 경험으로 설계된 세상안에 갖혀있게 만든다.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 요약처럼, 줄거리만 몇개 뽑으면 한두줄 정도로 이 글을 마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이책이 씌여진 목적과는 다른 것 같다. 이책은 작가의 말투로 그가 계획해 놓은 속도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오가야만 느낄 수 있는 긴박감과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내용과 특징적인 전개방식은 적지 않겠다.)
내가 느낀 것은 아래와 같다.
0) 어쩌면 내 과거 혹은 현재의 일부분이 이런 망상에 쌓여있는 건 아닌가? 두려움이 많던 시절, 아마 서른 초중반까지, 나는 사람에 대한 정의를 단시간에 쉽게 내리기도 했던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람의 성격과 행동을 분석하면서 '이래서 이랬을거야' 라고 단정짓고 심지어 그 생각을 친한 지인들에게 얘기하기도 했던 것 같다. 단지, 상황에 대해 솔직히 물어본 용기가 없어서. 단지, 내가 조금더 통찰력이 있다는 오만으로. 단지, 그는 내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을 것이란 가정으로. 그리고 그렇게만 지냈다면 주인공처럼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직접 물어보는 것이 더 정확하고, 내 에너지 낭비를 줄여준다는 것을 알게된 상태인 것 같다. 물론 좀 부족하여 이렇게 글로 주저리주저리 생각을 쓰는것이 아직 남아있지만..
1) 글을 이렇게 쓸 수 있구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았을까?
2) '보트하우스'의 주인공과 같은 인물이 내 주변에 있을까? 두려움에 떨고, 그래서 밖에 나가지 못하고,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을 굉장히 민감하게 느끼는 그런 사람. 그사람을 어떻게 사회로 나오게 할 수 있을까?
3) 그 친구인 크누텐은 언제부터 부인에 대한 집착이 생겼을까? 그 원인이 되는 사건이 있었을까?
4) 작가인 '욘 포세'는 이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을까? 이 책에서의 문체에서 발전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진화했을까?
5) 보트하우스의 어린시절 회상을 빼면, 내용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숨이 가쁘다. 작가는 밝고 차분한 상황과 인물에 대한 글은 어떻게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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