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적뒤에 숨은 아버지의 사랑
“흥이 월드클래스 아닙니다.”로 유명하신 분. 모두가 인정하는 월클 아들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에게 사람들은 왜이리 집중할까? 그의 성공 모델을 배우고자 함일 수도 있고, 손흥민의 혹독한 성장 환경을 동경하기에 나오는 반응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흥민이 아버지’ 본인은 어떻게 사셨나? 궁금했던 부분을 이책에서는 일부 해소할 수 있었다.
우선 본인의 삶도 독하디 독하다. 맨발로 운동장을 뛰던 국민학생 시절, 아버지의 반대에도 축구부에 들어간 일. 그리고 중, 고등학교 축구부의 불의함과 비정상을 향해 자신의 주장을 말과 행동으로 옮긴 일.(탈영하 듯 축구부 숙소를 뛰쳐나옴) 그와중에 보인 그의 놀라운 축구 실력과 성과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신념에 대해 기술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그 자신에 대해 ‘삼류’라고 표현한 것과 달리 그는 프로 축구팀에 들어가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기도 한다. 도대체 어디 까지가 겸손이고, 어느정도여야 만족하는 것일까? 혹독해 보인다. 물기 없는 사막에서, 바람이 수시로 부는데 막아줄 바위나 언덕 하나 없는 곳의 나무와 같은 시간을 보내신 것 같다.
그리고 프로축구에서 이른 은퇴를 한뒤, 그는 축구 강사를 하다가 자녀를 위해 막노동까지 병행한다. 이 혹독한 사람은 자녀에도 혹독함을 물려줄까? 나는 책에서 사랑을 보았다. 어찌보면 자신에게 미성숙하고 덜 혹독했던 부분까지 챙기는 것이 그에겐 진정한 ’사랑‘의 방식이였을 수 있다. 내가 이책을 통해 느낀 그의 몇가지 사랑을 적어본다.
손웅정 선생은 진심으로 자녀가 좋아하는 일을 하길 바랐고, 단지 그 일이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일이였던 것 같다. 아니 설령 잘 모르는 일이였어도 공부해서 알려줬을 것 같다.
책에는 “자녀가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이 직업이 아니여도 좋다. 돈은 적게 벌어도 일찍 끝나는 일을 선택하고, 나머지 시간엔 그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한다“고 적혀있다.
이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이와 비슷한 생각이 있지만 여러가지 조건이 덧붙는다. 자녀가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그런데 부디 그 좋아하는 일이 공부에 관한 것이든지, 세상에서 바라보는 대단한 일이기를..(누군가는 예체능은 아니기를 바라거나 바라지 않는다)(또 누군가는 ”네가 좋아하는 것은 아는데, 넌 잘 못해“ 라든가, ”어차피 또 변할거잖아, 일시적인거야.” 라고 말하곤 한다.) 즉, 좋아하는 것과 밥벌이를 연결시키며 자녀의 의지를 꺽어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살면서 부럽다고 느끼는 친구들은 뚜렷하게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꾸준히 그것에서 삶의 원동력을 얻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그것이 일과 상관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여 부모가 진로를 만들어주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그리고 절반 이상은 도대체 자녀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한다. 이런 경우에도 자녀가 좋아하는 것과 진로를 꼭 연결시키기 위해 압력을 가할 것인가? 그러다가 그마저 흥미가 있는 분야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한가지에 빠지는 타입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에게 혼나가면서도 몰래 음악을 하고, 요리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공부를 하는 그런 사람들. 그 분야가 아니면 안되서 10년, 20년 한 분야만 파는 그런 사람들은 그사람의 성향과도 관련이 있고, 인생이 그들에게 주어주는 길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원한다고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어찌보면 좋아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꼭 돈이 되지 않더라도 좋은 것.
손웅정-손흥민 부자는 다만 이것으로 진로를 선택했기에 혹독함을 감내했다고 생각한다.
엄격한 규율과 훈련은 손웅정 선생의 사랑법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자신에게도 적용해서 고통을 분담한다. 아니 나대신 아버지가 힘든 것도 아니고, 나도 힘들고 아버지도 힘든게 무슨 분담이냐고?! 이럴땐 반대로 생각하면 편한 것 같다. 만약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옆에서 아버지가 휴대폰 보고 햄버거 먹으며, 나의 고통은 모른채 약올리며 웃고 있다면 어떨까? 물론, 손웅정 선생은 고통분담도 있겠지만, 올바른 훈련 방식을 보여주는 것, 나도 할 수 있는데 왜 네가 못하냐? 라는 의도로 본인도 훈련에 참여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혹독함을 보며 나는 요즘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한다. 별다른 목표가 없어서 그런지 나를 크게 통제하진 않는다. 아마도 그나마 통제했던 시기는 고3정도 였던 것 던 것 같다. 그리고 최근 나의 규율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고, 이책은 그 동기부여에 도움이 됐다.(이는 최근 읽은 ‘원칙‘(레이달리오) 이라는 책을 소개할 때 함께 나누고 싶다.)
손흥민 선수가 전성기가 지나 성적이 부진하더라도, 손웅정 선생이 앞으로 사업과 행적에 있어서 다른 결정을 하더라도 괜찮다. 나는 그들이 이 시기 가졌던 ‘정신’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이책을 선물해준 민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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