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다섯 스물 하나
“힘내”라는 말이 어릴 땐 무책임한 말인지 미처 몰랐다. 내가 힘내라고 말을 하면 그 말의 힘이 상대에게로 간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 말을 듣는 순간 알았다. 그 말이 오히려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는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IMF로 가족도 꿈도 모두 잃은 백이진에게 나희도는 섣불리 “힘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아버지 회사의 부도로 자신에게 빚을 받으러 온 아저씨들에게 자신도 절대 행복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백이진에게 자신과 놀 때만 아저씨들 몰래 행복하자고, 시대가 모든 것 빼앗아 갔는데 행복마저 뺏길 순 없다고 말할 뿐이다.
자신만의 여름을 잃고 겨울에 갖혀버린 백이진에게 나희도는 겨울 속 잠깐의 녹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여름이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계절이 겨울일 때는 차가운 얼음이 얼은 호수에 빠진듯한 기분에서 헤어 나오기란 너무나도 힘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몇 번의 겨울을 경험한 사람은 안다. 겨울이 아무리 춥고 힘들더라고 이 또한 사계절 중 한 계절에 지나지 않으며 3월 봄이 시작되는 냄새와 함께 푸르른 녹음을 보면 언 마음도 풀리리라는 것을.
자신만의 겨울에 웅크려 있는 많은 청춘들이 봄이 오는 냄새를 맡고, 찬란한 자신만의 여름을 부디 즐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어쩌면 청춘과 어울리는 단어는
겨울보다는 여름이니까.
들떠서인지 아리송한 숨이 찼다.
바람이 불어와 초록의 잎사귀들이 몸을 비볐다.
여름의 한가운데였다.
<스물 다섯 스물 하나> 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