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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이 뜨기 전에 Feb 04. 2022

얼굴이 사라진 남자 리뷰

마그리트의 상상력은 많은 이들의 뮤즈가 되어왔다. 초현실주의자 마그리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현실인 듯 아닌 듯, 익숙한 듯 낯선 세계에 들어선다. 


글을 쓸 때 일상적인 일에서 시작이 되기도 하지만, 그림을 통해서도 상상을 시작하기도 한다. 마그리트의 <기쁨의 원리>라는 그림은 몇 년 전부터 상상을 시도하게 한 그림이었다. 하지만, 몇 줄을 못 가고 멈추었는데, 작년에서야 '얼굴이 사라진 남자'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이런 것을 보면, 하나의 작은 영감이라도 잘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로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마음속 영감은 시작되었지만, 내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던 시기였던 것이다. 어느덧 자란 내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되어 무엇인가 결과물을 얻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 같다.  

얼굴이 환한 빛으로 감싸진 남자는 한 손은 책상 위에서 금방이라도 책상 위의 돌을 집어 들 듯 싶다. 다른 한 손은 축 쳐져서 책상 아래로 숨겨져 있다. 아니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둠 속 밝은 빛의 남자에게서 미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깔끔한 양복차림의 남자의 다음 행위가 과연 무엇일까? 숨겨진 내면을 발표하는 듯 이제는 더 이상 숨기지 않는다는 듯 그렇게 이 남자의 모습이 나에게 다가왔다.


'얼굴이 사라진 남자'의 주인공은 그러했다.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는 자신에게서 인생의 중요한 순간순간이 충분히 슬퍼하지도 충분히 기뻐하지도 못하면서 흘러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삐그덕 거렸는지도 모른 채, 그저 몸속 가득가득 그런 흔적들은 남아돌고, 그 흔적들은 어느새 구멍 뚫린 비닐봉지에서 속수무책 물이 새어가며 몸과 마음의 고달픔이 되어가는 대도 스스로는 결코 바라보지 못하고 변화하지 못했던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다. 


누구나 그렇게 살아간다고, 누구나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고, 누구나 그런 상처들은 있지 않냐며,,,  

    

나도 너무나 평범한 사람으로서 그런 삶이 이제 너무 답답하다. 이제야 너무나 답답하다. 

마흔 무렵이 되어서야...


내가 나를 고려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 언젠가의 나는 나에게 강한 책임을 물을 것 같다. 그 순간이 되면 나는 할 말을 잃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귀기울이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어가는 일을 꾸준히 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얼굴이 사라진 남자'를 썼다.  


혹시 이유없이 답답함과 무기력감이 밀려올 때, 거울 앞에 서보는 것은 어떨까? 내 자신이 나를 위해 보여주는 이미지를 만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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