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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이 뜨기 전에 Feb 04. 2022

달이 뜨기 전에 1

1. 나의 자취방

 내가 이 자취방을 선택한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었다. 다니는 대학원에 가까웠고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여자만 지내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좁은 방안이라도 한 밤중 달빛이 가득 들어왔기 때문에 나는 주저 없이 이곳을 선택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내가 이사 온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방값을 올렸고, 여자만 받는 조건을 어기고 외국인 남학생에게 방을 주기 시작했다. 외국인 남학생은 남자가 아니었던가? 좁은 복도에서 마주치면 지나치게 관심 갖는 남자들이 부담스럽고 어색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이사를 가지 않은 이유는 변함없이 비추는 그  달빛 때문이었다. 나는 주로 자취방에 밤이나 되어 들어왔고, 늦게까지 공부를 해야 했기에 밤 분위기가 좋아야 했다. 밤이 늦어지면, 좁은 자취방에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젊은 청춘들이 밤을 잊고 떠들 수도 있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잠이 많은 주인이 그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용한 달빛이 들어오는 밤의 분위기는 정적만이 맴돌았다. 끝이 없는 듯 나긋하게 내려앉는 밤의 공기는 집중도를 높여주었다.


그 조용한 달빛을 맞으며 나는 아득한 글자들을 머릿속으로 질서 있게 밀어 넣고, 때로는 여러 잡념들을 정리하고, 가끔 멍하니 누군가를 그리워할 준비를 하고는 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이어진다.> , 장지에 채색, 드로잉, 정희경

 

이제 곧 면접시험이 있다. 필기시험에는 운이 좋게도 합격을 했다. 대학원 논문 학기 막바지에 그리 준비를 많이 할 시간이 없었는데도, 운이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행운만이 따랐다고,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몇 주의 시간 동안 내 안의 모든 것을 쏟아낸 만큼 스물몇 회 살아온 에너지가 다 소진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의 완성되지 않은 성공에도 주위의 사람들은 그 성공에 정말 운이 따랐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성공을 기다리는 아슬아슬한 청춘들에게 누군가의 성공 자락은 질투와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이것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거세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친한 친구마저 “너는 좋겠다! ”라는 말을 해 알 수 없는 기분을 들게 했다. 다른 이의 성공이 진정 자신의 실패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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