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보통 일기 들추기-3잠이 불편해질 때

마음이 여린 마린이를 위한 일기를 통한 변화 : 3. 꿈과 대화

by 달이 뜨기 전에

건강한 거부를 배워가는 과정에서 나는 온전하고 당당한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했을 때, 그즈음( 어쩌면 지금도 남아있는..) 나의 고민은 '잠'을 조절하는 것이었다.


2013년의 일기장에 하루 시간표를 적어놓은 것이 많다. 틈만 나면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 들었기 때문에, 시간표도 계속 바꿔보고, 알람도 5분마다 설정해놓고, 신랑 보고 전화도 걸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지만, 좀처럼 잠을 조절하지 못했다. 운동을 나가면서 조금 나아지기도 했지만, 그 시간 만큼 또 잠을 자기도 했다. 잠을 자는 나의 모습이 너무나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오히려 나의 잠에 대해서 더 잘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을 자며 머릿속 가득 생각을 채웠던 나를 그려보았다. 2013

그래서 나는 나의 잠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전공한 내가 나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했다. 당시 나는 잠을 푹 잘 자는 좋은 잠이 아니라, 꿈을 많이 꾸는 나쁜 잠을 잤다


꿈에서 어딘가를 어렵게 찾아가거나, 누군가에게 정신없이 쫓기거나, 대학교 시험을 보는 극한 긴장감 있는 꿈을 꾸었다. 참 별 별 꿈을 다 꾸었다. 꿈이 피곤해서 그런지, 자도 자도 더 피곤한 악순환이었다.


미래에 대한 여러 걱정과 과거에 대한 집착 때문에 피곤한 나는 그것을 피하기 위해 잠을 자고 싶었던 것 같았다. 잠은 나의 마지막 도피처였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몸이 선택한 것이 바로 잠이었던 것이다.


그런 나를 그림으로 그리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나는 나를 연구하게 되었다. 잠에 대한 고민에 푹 빠져있을 때와는 다르게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억지로 잠을 자지 않으려 노력하지 않고, 어떤 잠을 자고, 어떤 꿈을 꾸었는지를 따라 그림을 그렸다. 잠과 협상하고 꿈과 대화했다.


'나는 결코 피곤하지 않다. 지금은 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이런 체면을 걸며 조금씩 잠을 자는 횟수를 줄여갔다.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드는 일은 사라져 갔고, 나는 더 이상 잠에 대한 고민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진정한 '잠의 주체'가 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후, 아이들을 위해, 남편을 위해, 일을 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었지, 나의 또 다른 하루에 대한 기대와 기쁨으로 활기찬 아침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무엇을 위해서, ~때문에'라는 명목으로 나는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