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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이 뜨기 전에 Mar 15. 2023

파란, 기억 여행자 5

뭘 망설이세요?

숨을 헐떡거리며 여자는 말했다.     


일이 지금 끝났어요. 너무 늦은 건가요?


아니에요. 아가씨. 어서 오세요. 아... 인사해요. 이 아가씨는 제가 기억여행사에 있을 때, 손님으로 오셨지요. 행복 테마로 여행을 다녀와서, 어찌나 저에게 하소연을 하던지 아주 정신을 쏙 빼놓았죠. 그런데, 또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어요. 기억 여행을 한 번 더 떠나고 싶다 길래 오라고 했죠. 그런데 지금 시간이... 아이고. 이렇게 됐는지 몰랐네. 오늘은 좀 어렵겠네요. 이제 여행에서 돌아올 시간이 다 되어서요. 이 청년도 같이 가려고 했는데...         


나는 잘 됐다 싶어서 다시 문 쪽으로 가려하는데,     


창문 쪽으로 무언가 날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아주머니는 얼른 창문을 열었다. 두 마리의 새들이 식당 안으로 날아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아주머니 일이 좀 생겼습니다.     


무슨 일이지요?     


같이 갔던 한 분이 기억 속에 갇히게 될 것 같아요. 여행 중 모자를 잃어버렸대요. 빨리 도와주어야 할 것 같아요. 가이드가 우리는 돌아가라고 해서 이렇게 왔습니다.     


두 사람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아주머니는 더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어서 말했다.     


아이고, 그렇게 당부를 했건만, 그분 혼자서는 힘들 텐데... 그렇다고 이곳을 두고 내가 가기도 좀 그런데...     

여행을 도와주시는 분이 더 계신가요?     


나는 다른 누군가의 존재가 궁금해졌다.     


네, 기억 여행을 떠나게 되면 기억의 장면을 알려주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분이 계세요. 아이고... 여행 중에 모자를 잃어버리면 안 되는데, 모자를 잃어버리면... 이곳으로 다시 올 수가 없는데... 안 되겠네. 빨리 나라도 가봐야겠어...     


아주머니는 당황한 듯, 중얼거리며 장식장 문을 열어 무엇인가를 찾고 계셨다.     


그럼 이곳은요? 아주머니는 이곳을 봐주시고 계셔야 하잖아요.      


나는 뭘 잘 아는 사람이 된 것처럼 아주머니를 불러 세웠다. 내가 말을 이어하려 할 때,     


제가 가도 될까요?     


여자가 급히 말했다.     


저는 여행도 다녀왔잖아요. 그 가이드 분도 알 것 같아요. 좀 무서운 가이드 분 맞죠? 그리 친절하지는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하하.     


아... 맞아요. 여행 중에 위험한 경우도 있어서, 좀 엄격하게 하는 편이죠.      


아주머니는 좀 안심이 된 듯 대답했지만, 나를 다시 쳐다봤다. 나도 갔으면 하는 눈치였다. 조금 망설였던 마음이 더 망설여졌다.     


저랑 같이 가주세요.     


여자가 말했다. 동그란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뭘 망설이냐는 눈치였다. 나는 얼떨결에 여자의 손에 이끌렸다. 여자는 아주머니가 내주는 모자 두 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를 잡더니 창문 쪽으로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저 멀리 밝은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자, 이제 과거로 떠날 거예요. 모자는 절대 잃어버리면 안 돼요!      


아니, 잠깐만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는 알아야죠. 이렇게 무턱대고 가면 어떻게 해요?     


가면 알게 될 거예요. 모자가 데려다주거든요. 뭘 망설이세요? 

얼른 모자를 쓰고 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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