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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림 Jul 02. 2023

온기


너무 바쁘고 피곤한 요 며칠을 보냈다. 오늘은 외출 후 집에 와 밀린 빨래를 개는데 혜리가 병원놀이를 하자고 떼를 썼다. 곁에 앉아서 환자 역할을 했는데 예상보다 병원놀이가 길어졌다. 의사 역할을 하는 혜리는 환자인 내게 누워라, 입을 벌려라, 손을 뻗어라 등등 온갖 주문을 하며 병원놀이에 심취했고 나는 갈수록 지쳐갔다. 결국 나는 자리를 떠 남은 빨래를 마저 갰다. 그러자 혜리가 징징 대고 울기 시작했다. 나는 하던 일을 얼른 마무리하고 놀아주자는 마음으로 우는 소리를 애써 외면했다. 그런데 잠시 후 하리 목소리가 들리고 혜리의 울음이 멈췄다.


"엄마~~~ 엄마 지금 바쁘니까 내가 혜리랑 병원놀이할게. (혜리에게) 선생님~ 저 배가 아파서 왔어요."


하리는 자기 방에서 혼자 다른 놀이를 하던 중이었는데 바깥 상황을 다 듣고 있었나 보다. 동생과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 나온 하리의 마음에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하리의 마음은 늘 내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고 그 따뜻함이 식을세라 얼른 글이라는 그릇 안에 담아두게 만든다.


하리는 온기 같은 아이다. 따뜻한 기운. 아이들은 온기를 지니고 있어 그 곁에 가만히 머무르면 햇살이 퍼지는 듯하다. 나는 이 온기 곁에 오래오래 머무르고 싶다. 나도 아이들에게 냉기가 아닌 온기로 가득한 엄마이길. 무더운 이 여름날, 뜨거운 태양 아래 따뜻한 기운을 가득 채워본다. 다가올 어떤 추위도 거뜬히 이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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