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규림 Mar 15. 2022

손을 흔든다는 것은

두 번째 질문

어두움이 물러가고 밝은 빛이 깨우는 아침은

겨우내 잠들어있던 생명들이 봄이 되면 깨어나 활기차고 희망찹니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아침 풍경은 조용함 속에 시끌벅적함이 함께 하는 것 같습니다. 출근하는 사람들, 등원 등교하는 부모님과 아이들을 보면 그렇습니다. 조용하게 각자의 자리로 가고 있는 것 같지만 어쩐지 분주하고 어수선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저에게도 아침은 그런 시간입니다.

남편은 아침 일찍 출근을 하고, 두 아이도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갑니다.

어제는 후회와 미안함으로 보냈을지라도 새로운 아침이 되면 다시 새 결심과 다짐들로 힘을 내어봅니다.

활기차고 희망차게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조용함 속에 시끌벅적함이 함께하는 세계로 들어갑니다.


한 손은 첫째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은 둘째를 태운 유모차를 끌며 아파트 입구로 걸어 나갑니다.

첫째를 먼저 보내고 둘째와 동네 한 바퀴를 돕니다. 어린이집 버스가 오기까지는 30분 남짓 남았기 때문입니다.

산책을 마치돌아오는 길, 아파트 단지 앞 곳곳에 노란색 통학 버스들이 서있습니다. 그리고 그 버스들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드는 엄마들이 보입니다.

창문 너머 머리만 보이는 작고 작은 아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두 손을 흔드는 부모의 모습이 보입니다.

노란 버스들은 아이들처럼 밝고 선명하기만 한데 눈물  고인 내 눈 속에선 힘겨운 꽃봉오리같이 노랗습니다.


예전에는 아이가 잘 탄 걸 확인했으니 뒤돌아서 가면 될걸, 왜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오래도록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지 그 마음을 몰랐더랬습니다. 그런데 이제 는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가슴이 찡했습니다.

손을 흔든다는 것은 내 온 마음을 다해 내 아이를 응원하는 것입니다.

잠깐이지만 부모가 없는 곳에서 오늘 하루를 보낼 자녀에게 "이렇게 끝까지 손 흔들며 너를 응원하는 엄마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하고 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내가 먼저 뒤돌아서서 가버렸을 때 혹시라도 나를 찾을까 봐 그 작은 틈에도 외로움을 주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아이를 보내고 "어휴. 드디어 보냈네" 작은 한숨을 쉴지라도 우리 부모들은 아침 등원 길의 아이 표정 하나하나를 잊지 못합니다. 하루 종일 내 아이의 얼굴이 마음속에 동동 떠다닙니다. 울고 떠났다면 내 마음 어느 한구석도 울적하, 웃으며 갔다면 내 마음평온하기 때문이죠.


나에게도 저렇게 손을 흔들며 끝까지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엄마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는 나의 아이들을 향해 끝까지 손 흔들며 바라봐주는 엄마가 되기로 다짐했습니다.

나를 끝까지 바라봐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나요?

혹시 뒤돌아서서 가는 뒷모습만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나를 향해 손 흔드는 환한 얼굴도, 나를 등지고 걸어가는 미운 뒷모습도 떠오릅니다.

손 흔드는 얼굴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하고 든든한 일이지만 뒷모습이 먼저 떠올랐다고 불행하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뒷모습도 사람이니까요.

때론 뒷모습이 더 많은 말을 할 때도 있으니까요.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 아픈 마음을 아는 사람이 된 것 또한 감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내가 손 흔들며 환하게 웃는 얼굴이 되면 되니까요.


두 번질문입니다.

나를 끝까지 응원해주고 믿어주는 한 사람이 있나요?

또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나요? 누구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작가의 이전글 고요한 시간에 던지는 질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