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고 있는 두 딸을 바라보다 갑자기 생각이 났다. 아 맞다! 경비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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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오기 전, 둘째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다. 똑같은 브랜드의 모빌이 두 개나 생겼다. 하나는 첫째 때 사용하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둘째 출산 전에 지인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출산을 앞두고 짐정리를 하던 중 모빌 하나를 버리기로 하고 잠시 문 앞에 놔뒀다. 나중에 모빌 위에 쪽지 하나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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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아침에 순찰 돌다 발견했는데 이 모빌 버리실 거면 제 딸이 출산 2개월 됐는데 주려고 합니다. 9/10(목)이 제 근무인데 여기 두시면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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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한 지 얼마 안 된 딸과 손주가 생각난 경비아저씨의 마음이 느껴져서 괜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얼른 모빌을 다시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모빌에 매달린 인형들을 하나하나 떼어냈다. 건전지 상태를 확인하고 모빌 몸체 여기저기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나도 물려받은 것이라 새것은 아니지만 내가 쓰는 것보다 더 좋은 상태로 만들어서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지근한 물에 과탄산소다를 풀어 인형들을 조물조물 빨고 건전지를 새로 끼워 넣고 장난감 소독제를 뿌려 구석구석 닦았다. 뽀송하게 마른 인형들이 팽그르르 돌아가고 동요와 자장가가 은은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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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한 번도 보지 못한 경비 아저씨의 손주와 내 뱃속의 둘째가 침대에 누워 이 모빌을 보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기에게 가장 좋은 눈 맞춤은 자기를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이겠지만 모빌을 쳐다보며 작은 세상을 꿈꿀 아기들의 꼬물거림이 얼마나 아름다울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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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손주를 향한 경비 아저씨의 마음을 통해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며, 새것은 아니지만 깨끗하게 손본 상태이며, 더불어 우리 아파트를 위해 성실하게 일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을 담은 짧은 편지와 함께 새 단장한 모빌을 문 밖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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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경비 아저씨가 찾아오셨다. 마스크를 뚫고 느껴지는 인자함이 집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덮었다. 종이 가방을 내밀며 수줍게 말씀하셨다.
"우리 딸이 그러더라고. 출산하고 나면 찬 거 잘 못 먹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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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가방 안에는 아이스크림 한 통과 쪽지가 들어있었다. 모빌을 찾으러 왔다가 마음이 따뜻해졌다며, 이 따뜻함으로 한동안 안 좋은 일도 녹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리 손주에게 좋은 선물 줘서 고맙다고, 둘째 순산하길 바란다고 하셨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아이스크림이 따뜻한 음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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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백일 되던 날 떡을 들고 경비실을 찾았지만 경비 아저씨는 그만두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얼마 후 나도 이사를 갔지만 지금도 경비 아저씨가 주신 따뜻한 아이스크림이 그립다. 오늘 내 옆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들을 보니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