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규림 Apr 11. 2023

빨래를 널다가


내 필요보다 아이들의 필요를 채워주지 못할 때,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나의 무능력함을 마주할 때 참 많이 속상해진다. 당장 무엇을 먹이고 무엇을 입힐까 고민해야 할 상황들의 연속이지만 그럴수록 나는 일단 기도했다.


"하나님 나라와 의를 먼저 구합니다. 그것을 사모합니다. 그것이 먼저임을 고백합니다. 지금 여기 제 삶과 가정에 하나님 나라와 의를 나타내주세요. 그리하면 우리의 필요를 이미 다 아시는 하나님이 모든 것을 더해주실 줄 믿습니다."


그러고 나서 내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 에 최선을 다한다. 가정을 돌보고 지키는 일, 매일 아침 말씀을 묵상하는 일, 유모차를 밀며, 청소기를 밀며, 장바구니를 들고 걸으며 기도하는 일. 그 일들에 온 힘을 다하며 살고 있다.


문득, 알록달록한 아이들의 옷을 건조대에 널면서 창밖을 바라보니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저 바람처럼 내 마음속에, 우리 집에 불어오는 것만 같다.


얼마 전 하리의 옷장을 정리하다 '이맘때 입을 하리 옷이 많이 없구나. 카디건이나 봄잠바도 좀 필요하고, 하리가 좋아하는 치마 종류도 잔뜩 사주고 싶은데...' 이런 생각을 했다. 마음처럼 다 사줄 수 없는 형편에 볼멘소리로 기도했었다. '하나님. 하리 옷장 보셨죠? 필요한 게 있어요. 하나님 보시기에도 필요하다 싶으시면 채워주세요.'


여기까지도 많은 가족들, 친구들과 이웃들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필요를 채우며 부족함 없이 살아왔다. 이번에도 남편 지인을 통해 내가 딱 필요하다 생각했던 아이들의 옷과 신발을 세 박스나 물려받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을 통해 내 기도가 응답받은 것이다.


그 놀라운 빨랫감을 널면서 나는 오늘도 감사하고 감탄하는 중이다. 하나님은 아주 작은 소리도 외면하지 않고, 이리 뻔뻔한 기도도 들어주는 분이다. 내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분, 내  삶에서 가장 자상하고 다정한 내 아빠 하나님. 나의 자랑거리는 오직 하나님 사랑뿐이다.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보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성경, 마태복음 6장 30절~33절
작가의 이전글 따뜻한 아이스크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