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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림 Apr 17. 2023

사진을 보다가


아이들이 잠든 밤이 되면 육아로 인한 피곤을 풀기 위해 다양한 보상을 떠올린다. 커피를 한 잔 할까? 야식을 먹을까? 그냥 푹 자버릴까? 폰을 만질까? 티브이를 볼까? 책을 읽을까? 하면서... 다 좋지만 정말로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은 희한하게도 아이들 사진을 볼 때다. 내 두 눈이 놓쳤던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 그 속에 담긴 아이들의 감정과 마음이 사진을 통해 새롭게 보인다.

나를 피곤하게 한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내 생각과 고집으로 가득 차 있었던 돌 같은 마음이다. 걱정과 근심으로 누리지 못했던 돌 같은 마음이다. 아이들은 모래 같아서 유연하며 곱고 반짝인다. 바위가 되어 아이들을 든든히 지켜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론 모래 같을 때 더 깊이 사랑할 수 있음을, 모래를 적시는 잔잔한 파도가 될 때 안식할 수 있음을 느끼는 지금. 감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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