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주 차
우리 회사는 12월이 한 해의 마감이 아니라 사실상 1월이 한 해의 마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우리 팀 신규가 또래 직원들과 저녁을 먹고 싶다고 소집을 하였다. 막내가 먼저 나서서 저녁 약속을 잡자고 말을 꺼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이번 한 해도 같이 일한 친구들 덕분에 잘 버텨냈다. 당장 같이 옆에 붙어서 일하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거는 참 행운이다. 그러면서 문득 나도 과연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었을까 되돌아보게 됐다. 회사의 이런저런 문제점이나 갈등이 발생했을 때 나름대로 타개해보고자 했는데 보수적인 분위기에 부딪혀 번번이 무용한 행위로 돌아갔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한 행동들이 주변 동료들에게 피해를 준 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회사생활 길게 한 건 아니지만 몇 년간 일하면서 느낀 거는, 나보다 윗사람에게 잘하는 건 쉽다는 거다. 강자에게 약자가 되는 건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어떻게 보면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쉬운 행위라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다. 회사라면 아무래도 직원으로서 가장 큰 수요는 성과평가나 승진 같은 일이다. 그리고 그걸 공급하는 자는 윗사람들, 관리자들이다. 그러면 일반 직원들은 평가자의 수요를 파악하여 그것을 공급하면 되는 것이고, 반대로 평가자는 자신의 수요를 맞춰준 직원의 수요를 맞춰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아랫사람(아랫사람이라고 표현하기엔 조금 격하시킨 느낌이긴 하지만 아무튼 후배인 경우)에게 잘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상 그들이 당장 수요를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방심하면 오히려 막대하기 쉬워진다.
그래도 돌아보면, 적어도 나보다 후배라고 혹은 어리다고 막대한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일했던 회사에서 서러웠던 걸 아직 기억하고 있어서 그런 부분들은 최대한 느끼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그럼에도 바쁠 때는 아차 싶을 정도로 챙겨주지 못한 적도 있었다. 지금도 벌써 처음 일했을 때의 고충이 흐릿해지고 있는데 아마 연차가 쌓일수록 더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내가 챙겨주고자 했던 마음을 알아주고 고마워해주니 마냥 회사 생활을 허투루 한 건 아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