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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채 Feb 13. 2024

성실한 게으름뱅이

2024년 1월 2주 차

 운동을 꾸준히 하기 시작한 지 6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운동 습관도 잡혀있지 않았고 운동하는 방법도 몰라서 주 3회 프리웨이트를 하는 센터를 찾아갔다. 그렇게 4년을 다녔다. 4년 동안 똑같은 운동을 하다 보니 지겹기도 했고 본격적인 웨이트를 하고 싶어서 전문 피티샵에서 피티를 받게 되었다. 그렇게 반년을 1:1 수업을 들었고 그 후 헬스장에서 홀로서기를 한 지 1년이 되어 간다.


 헬스장에서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은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오늘 운동을 갈지 말지부터 해서 어느 부위 운동을 할지, 어떤 운동을 몇 세트 할지 등등. 이 중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는 역시, 오늘 운동을 갈 것인가 결정하는 단계다. 사실 헬스장에 가기만 하면 물 흐르듯이 충분한 운동을 하고 오게 된다. 다만, 운동을 가고자 하는 약속을 이행하는 게 가장 큰 산이다. 그저 스스로와의 약속이니 나하고만 합의가 된다면 그 약속은 깨지기 십상이다. 약속이 있으면 안 가고, 일이 바쁜 날은 피곤하다는 핑계로 안 가고, 일이 바쁘지 않았던 날에는 오래간만에 아주 푹 쉬자는 핑계로 안 가고.


 그렇게 이번 주, 꽤 일찍 퇴근한 날이었다. 일찍 퇴근했으니 운동을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집에 왔다. 조금 출출한데 운동 가기 전에 뭐라도 좀 먹고 갈까 싶어 이것저것 주워 먹다 보니 어느새 식탁에 눌러앉았다. 오늘 여유롭게 집에 왔는데 운동 가지 말고 쉴까? 아니야, 일찍 왔으니까 운동을 평소보다 좀 더 해야지. 식탁에 앉아 이 고민을 2시간을 했다. 2시간의 고민 끝에 결국에는 헬스장으로 향했다. 아, 이렇게 고민할 시간에 갔으면 진작 끝내고 와서 저녁 먹을 준비까지 했을 시간인데. 이 날은 고민 시간이 좀 더 길어졌을 뿐, 항상 이런 식이었다. 어떤 날은 30분, 어떤 날은 1시간, 어떤 날은 2시간. 그 고민 시간 끝에 결국에는 헬스장으로 향한다. 어차피 갈 거면서!


 헬스장 가기까지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면서도 매주 운동은 꼬박꼬박 간다. 일주일에 최소 1번, 조금 부지런했던 주에는 4번. 생각해 보면 내가 하는 일은 거의 이런 식이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지만 현실 생활이 바쁠 때면 며칠 혹은 몇 달씩 책 한 장도 못 읽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1년으로 봤을 때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해는 없었다. '5년 후 나에게 쓰는 Q&A 다이어리'도 가끔 밀리긴 하지만 그래도 일주일 정도까지는 몰아서 쓰며 지금 3년째 쓰는 중이다. 건조대에 며칠씩 빨래를 널어놓지만 입기 전까지는 개어서 옷장에 넣어둔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7년이 다 되어 가는데 바쁠 때면 글을 자주 못 올리긴 하지만 7년 동안 꾸준히 운영해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주간일기도 쓰고 있는데 그 주가 끝나기 직전에 부랴부랴 쓴 적도 종종 있지만 밀리지 않고 1년을 완주했다. 어떻게 보면 참 게을러 보이기도, 어떻게 보면 참 성실해 보이기도 한다. 조금 게으를지라도 이 정도의 꾸준함이라면 성실하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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