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두 달 동안의 단기 탁묘

나의 첫 고양이

by 양송이타파스

이제 막 4개월이 지난 아기 고양이는 집에서 세찌라 불렸다. 세찌는 아무리 세찌라 불러도 날 쳐다도 보지 않았다. 야옹아, 나비야, 세찌야, 아무리 불러도 관심도 없었다. 원래 고양이란 다 그런 것이겠거니 하다가 아깽아 하고 불러보았다. 거짓말같이 귀를 쫑긋했다. 그때부터 세찌는 우리 집에서만은 깽이라 불렸다.


깽이는 다묘 가정이었던 곳에서 자라 사회성도 훌륭했다. 자신의 공간과 인간의 공간을 구분했고, 우다다 할 때도 집 안의 공간을 어지럽히지 않았다. 가끔 전선을 물어뜯으려 해서 모든 전선을 숨겼던 것 외에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깽이의 보호자가 깽이를 우리 집에 맡기는 이유가 마음에 걸렸다. 다묘 가정이었던 그곳에서는 한 마리의 고양이라도 감기가 걸리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감기가 걸린다는 것이었다. 고양이 감기라 불리는 허피스는 전염력이 강했다. 깽이 역시 허피스를 피할 수 없었다. 아깽이라 면역력이 낮은 탓에 조금이라도 허피스에 걸리면 증상이 악화되기 일쑤였다. 특단의 조치로 2,3개월이라도 다른 고양이랑 분리시켜 건강을 되찾게 해 주고픈 보호자의 마음으로 깽이는 내게 왔다.


깽이는 매일 기침을 했다. 한 번 기침을 할 때마다 집안 곳곳에 콧물이 튀었다. 내 얼굴과 침구에도 콧물을 뿌려댔고 나는 매일매일 물티슈로 방을 닦았다. 깽이는 내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잤다. 지독한 악몽에 시달리던 깽이는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고양이는 귀신을 본다는 엄마의 미신이 맞았던 걸까. 어쩌면 깽이가 나를 매일 밤 지켜줬던 건 아닐까. 새벽 늦게까지 일종의 불면증에 시달리다 오후에 일어났던 나는 깽이를 만나고부터 잠깐이지만 바른생활을 할 수 있었다. 아침 해가 떠서야 겨우 잠이 들었던 내가 새벽 2시 전에 잠드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깽이는 나를 그렇게 만들어주었고, 나는 고양이가 주는 따뜻함과 경이로움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약속된 2개월이 지나 깽이가 원래의 집으로 떠났다. 엘라이신과 같은 영양제를 주기적으로 급여해줬지만, 깽이의 허피스는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나 역시 집 계약이 끝났고, 깽이의 보호자는 깽이의 건강에 차도가 없자 다시 본인의 집에서 케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깽이가 썼던 화장실과 이동장을 보호자에게 안겨주고 깽이한테 인사를 했다. 빈 집에 울려 퍼지던 깽이의 야옹 소리와 작은 발로 타박타박 걷던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악몽을 꾸고 새벽에 일어나서 옆을 봤을 때 반쯤 감겨있는 눈으로 날 지켜보던 깽이는 더 이상 없었다. 깽이가 떠난 후 며칠 내내 나는 울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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