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혹시 내게도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건 아닌지

93가지 알레르기를 한 번의 채혈로 알 수 있었다.

by 양송이타파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했다. 2번의 인턴 끝에 정규직으로 한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본가랑은 거리가 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그게 좋았다. 기숙사가 없던 것도 마음에 들었다. 나의 독립적인 공간을 가질 수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독립할 수 있었다.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바쁜 시기가 지났고, 출퇴근 시간도 거의 고정되었다. 내가 집에 없는 동안 빈 집에 혼자 있을 고양이가 괜찮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보호센터에서 철창 안에 있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고양이 입양을 결심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나에겐 한 가지 숙제가 남아있었다. 언니에게서 보았던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혹시 나에게도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불안감으로 몰려왔다. 퇴근 후에 집 근처 피부과에 가서 알레르기 검사를 했다. 의사 선생님에겐 고양이를 데려오기 전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확인을 하려고 왔다고 했다. 이전에 고양이를 만졌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냐는 말에, 간혹 길고양이를 만지면 살짝 간지럽긴 했지만 집에서 2개월 내내 고양이와 함께 생활했을 땐 전혀 반응이 없었다고 답했다. 피를 뽑고 진료비를 결제하고 나왔다. 일주일 뒤면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알레르기 검사 결과지를 받으러 오라는 병원의 문자 메시지에 나는 점심시간에 피부과로 뛰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어떤 동물 때문에 검사를 받으러 왔는지 재차 물어보셨다. 고양이 때문에요, 라는 말에 그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안 되겠는데요..'


알레르기 검사표


피부과에서 했던 이 알레르기 검사는 특이 lgE 항체 농도로 알레르기 반응을 측정했다. 농도가 높으면 알레르기가 심한 걸로 봤다. 0단계부터 6단계로, 6단계에 가까울수록 알레르기가 심한 거였다. 93종의 알레르기 검사를 했고 대부분의 단계는 0이었다. 강아지의 경우 0.00으로 거의 내가 강아진가 싶을 정도로 농도가 낮았다. 집먼지 진드기류가 0.7~3.49 정도의 반응을 보이며 2단계 '보통'으로 진단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71.13으로 5단계인 높음에 해당되었다. 총 6단계까지인 알레르기 검사에서 5단계였고, 그 안에서도 높은 수치였다.


의사 선생님은 고양이를 되도록 가까이하지 말라고 하셨다. 예전에 깽이와 2개월 간 같이 생활을 했기에 알레르기가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혹시 일시적일 수도 있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그럴리는 거의 없다고 하셨다. 너무 충격적이었던 탓에 계속 질문을 했다. 집고양이를 만졌을 땐 하나도 반응이 없었고, 유기묘 출신인 집고양이를 만지거나 길고양이를 만졌을 땐 약간 가렵긴 했는데 혹시 차이가 있는 거냐고 물어봤다. 고양이 타액에 포함되어있는 특정 단백질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데, 고양이가 털과 피부를 그루밍하고 그 털이 공중으로 떠다니거나 사람이 만지면서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는 거라고 하셨다. 다만 각질이 많이 일어나지 않고 관리가 잘 된 고양이의 경우 간혹 알레르기 반응이 적을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 그럼 그렇지. 나도 고양이 털 관리만 잘해주면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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