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안여진" Designer
디자이너 안여진은 2003년부터 디자이너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미국과 중동 지역의 수출 제품 디자인과 40~50대 국내 소비자 대상의 패션 주얼리 제품 디자인 경력을 갖고 있다. 대학에서 주얼리를 전공했으며, 미국 GIA에서 보석감정과 주얼리 비즈니스 과정을 수료했다. 디자이너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컨템포러리 주얼리 브랜드 에이큐레이트를 운영 중이다.
참고: GIA 과정 https://www.gia.edu/gem-education/programs-courses
새롭게 디자인하기보다는
유사한 유형의 디자인을 다양하게 전개하는 방식으로
디자이너 안여진님이 다니던 수출회사에는 디자인실에 5명의 디자이너가 근무하고 있었으며, 평균적으로 다자이너 1명 당 한 주에 10개 정도의 디자인을 진행했고, 그중 1~2개를 제품화하였다.
수출제품의 디자인은 모두 새롭게 디자인하기보다는 유사한 유형의 디자인을 다양하게 전개하는 방식을 이루고 있다. 모든 수출전문 회사가 같은 방식은 아니지만, 당시 미국이나 중동 시장에서 회사가 타켓으로 하는 제품이 명확했기 때문에, 시장에 없는 제품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히트(판매) 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디자이너들에게 중요했다고 한다.
보통 디자인 후 제품 수출까지 2~3개월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실제 시장에 판매할 제품은 3~4개월 전부터 디자인을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3월에 웨딩링을 선보이기 위해서 11~12월에 디자인을 시작하는 것이다.
생산성 있는 디자인에 집중
수출용 디자인과 내수용 디자인은 명확한 차이가 있다.
고객마다 선호하는 보석과 소재
고객마다 선호하는 형태와 볼륨
고객마다 선호하는 품목과 장식
국가(지역)에 따라서도 디자인에 큰 차이가 있다.
같은 40~50대라도 그 시대의 미국이나 중동 소비자는 중량감이 있고 컬러풀하고 화려한 제품을 선호하지만, 국내 소비자는 모노톤의 보석과 절제된 디자인 제품에 더 관심을 보인다.
골드 소재의 사용만 보더라도 그때의 중동 제품 디자인에는 18K 이상의 짙은 옐로 골드를 선호했고, 미국은 14k 옐로 골드와 로즈골드, 화이트를 적절히 섞은 제품, 한국은 화이트 골드 제품이 주를 이루었다.
내수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점.
내수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생산을 위한 디자인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제품화가 가능한 디자인을 한다는 것이다. 여러 제품을 드로잉하고 그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원본을 만드는 기사님, 그리고 회사의 대표님과 수많은 상의를 하면서 디자인을 한다.
타깃과 제품이 40~50대 중년 여성을 위한 패션 주얼리라는 명확한 컨셉을 갖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은 한 달에 한 개, 제품도 한 개가 생산된다. 이러한 제품은 특성상 비교적 고가의 보석과 소재를 사용하며, 중량감과 볼륨감 역시 확실하게 있는 제품이다. 또한, 불필요한 리스크를 줄이고, 모든 에너지를 제품화에 집중한다.
일러스트로 주로 디자인을 많이 한다.
안여진 디자이너는 회사에 입사해 처음 일러스트를 배웠다. 아이디어 스케치와 디자인 전개는 핸드 드로잉으로 하되 선택된 마지막 디자인은 일러스트로 제출하는 방식이다.
10년 전만 해도 일러스트로 전체를 디자인하기보다 핸드 드로잉 사례가 많다.
그때 당시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핸드 드로잉을 했다. 제조단계에서도 핸드 드로잉 된 디자인으로 소통을 했기 때문에 일러스트에 대한 거부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일러스트로 디자인을 하게 된 이유.
일러스트로 디자인을 완성하면 훨씬 정교하게 제품의 아웃라인과 두께, 보석 간의 간격을 표현할 수 있고, 같은 유닛을 반복해서 사용하거나 일정 비율로 조정할 때 일러스트로 작업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일러스트를 다룰 줄 아는 디자이너가 경쟁력이 있는 시대로.
안여진 디자이너는 회사의 선배를 통해 일러스트를 익혔고, 그로 인해서 생산성이 높은 디자이너로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잘 사용하고 있다. 이제는 일러스트를 다룰 줄 아는 디자이너가 더 경쟁력이 있는 시대가 되었다. 어떤 디자이너들은 CAD로 직접 입체적인 디자인을 바로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러스트도 표현의 하나이기 때문에 핸드 드로잉 능력이 좋은 디자이너가 일러스트를 다룰 때 훨씬 풍부한 감성과 표현이 가능하다.
안여진 디자이너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입사를 했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주얼리를 전공했지만 대학에서의 디자인은 조형성과 공예적 감성에 치우쳐 있었고, 디자인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스케치 정도의 개념만 있었다. 때문에 회사에서 상업성이 중요한 디자인을 접하면서 큰 괴리감을 받았다.
특히, 두께감, 정교함, 세밀함이라는 단어들의 개념에 대해서 쉽게 이해를 못 했다.
예를 들어, 1mm는 얇은 두께라는 인식이었지만, 현장에서는 0.1mm, 0.2mm의 차이를 크게 생각한다. 참고로 다이아몬드에서 1mm 차이는 가격이 수십 배 차이 난다.
금 주얼리는 원가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아주 높기 때문에 타겟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는 금의 무게를 정확하게 예상하고 디자인해야 한다. 처음 안여진 디자이너가 입사 후 처음 제품화한 반지 시리즈는 모양과 컨셉에서는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었지만 중량을 맞추지 못해 다른 경쟁 제품들에 비해 금액이 비싸게 출시되었다. 따라서 판매 역시 좋은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디자인된 그림을 보고 금으로 제작되었을 때의 중량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하는 감각이 필요하다. 이는 완성된 디자인을 가지고 제작자와 타겟 중량을 상의하고 최대한 디자인에 가깝게 제작하면서 중량을 맞출 수 있도록 계속해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같이 금값이 더욱 높아진 상황에서는 제품의 두께와 중량에 따라 판매가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부분에 더욱 신경 써서 디자인해야 시장성 있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판매가를 고려한 디자인
컨셉을 정한다거나, 정해진 컨셉을 다양한 형태로 전개해 나간다거나, 특정한 형태나 포인트를 디자인화 시키고, 브랜딩으로 확장하고, 가치를 만드는 이 모든 과정이 다 중요하다. 그중 꼭 하나만 꼽으라면, 판매가를 고려한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다. 수많은 시장에 나와있는 같은 가격대의 제품 중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시장에서 소비자가 주얼리를 사는데 얼마는 지불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고객이 소비할 수 있는 제품의 단가가 20만 원이라면, 우리는 20만 원짜리 디자인을 해야 한다. 5만 원, 50만 원의 디자인이 아무리 잘 나와도 우리 고객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디자인이 되는 것이다. 내 디자인이 잘 팔릴 만한 가격대를 알고 있다면, 그 제품의 원가를 생각해서 적절한 금의 무게, 보석의 종류와 크기, 제작 방법 등을 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용할 수 있는 보석과 소재도 제한적이고, 제작단가와 부대비용, 수익률 등을 고려해서 디자인해야 한다. 1부 크기의 보석을 쓰고 싶어도 단가에 맞출 수 없다면 0.5부, 0.3부 보석을 써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여진 디자이너는 아이디어나 컨셉이 나오면 디자인 한 제품을 사는 사람을 상상하며 디자인을 완성해 나간다. 그 사람은 몇 살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주얼리를 사는데 얼마를 지불할 수 있는 의향이 있을까? 그 사람의 성향은 어떤 것을 좋아하고 내 제품에서 그 사람에게 매력적인 부분은 어떤 점일까를 디테일하게 상상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적절한 가격대를 정해 놓고 그 가격을 맞추기 위한 금의 무게와 보석의 종류, 보석의 크기 등을 정한 다음 디자인한다.
판매가를 고려한 디자인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눈으로 보았을 때 충분히 매력적인 디자인 임과 동시에 소비자에게 적절한 가격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추상적이긴 하지만 고객에게 왜 이 제품을 사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격 중심의 디자인을 접근하라
디자이너는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린 그림을 상품화시키기 위해서 얼마의 제작비가 들어가는지
금을 사용할 때 원가 계산은 어떻게 하는지
보석의 종류는 무엇이 있고 가격대는 어떻게 형성돼있는지
보석마다 어떤 모양을 주로 사용하는지
소비자는 주얼리에 얼마를 지불하고 어떤 제품을 사고 있는지
직접 소비자가를 정해서 디자인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20만 원의 목걸이를 직접 디자인해 보는 거예요.
컨셉을 잡기가 막막하다면 지인 중에 한 명을 꼽아 그에게 팔고 싶은 목걸이를 디자인해 본다. 구체적인 목표 고객이 있으면 조금 더 디자인이 쉽게 전개될 것이다. 장에 출시된 제품들 중 20만 원대 목걸이를 살펴보면, 어떤 보석과 소재가 사용되었는지 참고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종로 스톤 매장에서 큐빅이나 컬러 스톤의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알아본다. 그렇게 드로잉 한 디자인을 제조하는 사람과 이야기해서 실제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제작 원가가 얼마가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과정을 반복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커머셜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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