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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속 메탈리카를 떠나보내라

우리가 놓지 못하는 것들에 대하여

by 김성곤 교수

비교는 언제 시작되는가



이상하죠.

아이의 성적이 떨어진 게 아닌데도,

내 마음이 이유 없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사실 그건 아이의 불안이 아니라,

나의 정체감이 흔들리는 신호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만큼 불안해지고,

불안해진 만큼 비교하게 됩니다.

내 아이의 성취가 곧 나의 가치처럼 느껴질 때,

부모의 사랑은 방향을 잃습니다.

그리고 그때,

옆집 아이의 이름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옵니다.

비교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비교는 결핍이 만든 거울이다



비교는 언제나 ‘부족한 나’에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그 결핍은 타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그림자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성취를 볼 때마다

사실은 ‘내가 되고 싶었던 나’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교는 부러움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늘 자기부정의 고통이 숨어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비교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를 향한 불만이 아니라,

‘좋은 부모로 인정받지 못할까 봐’의 불안이 그 바탕에 있습니다.

결국 비교는 타인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싸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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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처, 다른 선택



한 젊은 기타리스트가 있었습니다.

그는 밴드의 중심이었지만, 하루아침에 퇴출당했습니다.

그가 받은 건 달랑 버스표 한 장.

분노로 불타던 그는 결심합니다.

“이 굴욕을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

그렇게 만들어진 밴드가 ‘메가데스(Megadeth)’입니다.

그의 이름은 데이브 머스테인(Dave Mustaine).

수천만 장의 앨범을 팔며 전설이 되었지만,

그는 평생 자신을 실패자로 여겼습니다.

그를 쫓아낸 팀,

그보다 더 큰 전설이 된 밴드가 바로 메탈리카(Metallica)였기 때문입니다.

반면, 또 한 명의 드러머가 있었습니다.


1962년, 영국 리버풀.

‘비틀스(The Beatles)’는 첫 음반을 앞두고

멤버 한 명을 교체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피트 베스트(Pete Best).

그는 한동안 우울과 절망 속에 살았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이렇게 말합니다.

“비틀스에 남았다면, 지금의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같은 상처를 받았지만,

한 사람은 비교 속에 머물렀고,

다른 한 사람은 수용 속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결국 우리를 괴롭히는 건 과거가 아니라,

그 과거를 붙잡고 있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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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란 타인을 위한 일이 아니다



머스테인은 끝내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습니다.

타인의 성공이 곧 자신의 실패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반면 베스트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습니다.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의미는 달라졌습니다.


결국 용서란 타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행위입니다.

머스테인은 타인의 기준에 묶여 살았고,

베스트는 자신의 삶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행복은 ‘무엇을 얻었느냐’보다

‘무엇에 신경을 끊었느냐’에서 시작됩니다.



부모의 불안은 어디서 오는가



부모의 삶도 같습니다.

아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건

‘못난 아이’가 아니라,

‘비교하는 부모의 마음’입니다.

비교는 사랑을 조급하게 만들고,

조급함은 아이의 속도를 잃게 합니다.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는 순간,

아이의 삶은 부모의 불안을 대신 살아갑니다.

부모는 오늘도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애씁니다.


하지만 그 노력 속에는 언제나 불안이 숨어 있습니다.

“남들만큼은 해야지”라는 마음이

“이 아이답게 자라면 좋겠다”는 마음을 밀어내버립니다.

사랑이 불안으로 변하는 순간, 우리는 아이를 잃어버립니다.

결국 비교의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완벽한 부모로서의 나’입니다.

우리는 타인보다 먼저,

그 완벽한 부모상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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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견디는 힘



부모가 먼저 해야 할 훈련은

‘신경 끄기’가 아닙니다.

무엇에 신경을 끊을지 선택하는 일입니다.

점수보다 관계,

성과보다 회복,

속도보다 방향에 주의를 돌릴 때

아이는 부모의 불안이 아닌,

자기만의 리듬으로 성장합니다.

오늘 하루, 아이의 성적표 대신

아이의 표정을 먼저 살펴보세요.

그 안에 부모의 마음이 그대로 비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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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결국 견딜 수 있는 고통을 선택하는 일입니다.

부모가 견뎌야 할 고통은

아이를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는 불안,

그 불안 속에서도 아이의 속도를 믿어주는 인내입니다.

그 고통을 견딜 수 있을 때,

아이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서게 됩니다.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랑의 본래 모양을 회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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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속 메탈리카를 떠나보내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의 마음에는 아직도 메탈리카가 있습니까?

남의 속도, 남의 성취, 남의 기준에 묶여

당신의 하루를 흔드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건 이미 당신의 평화를 빼앗고 있는 ‘비교의 이름’ 일지 모릅니다.

그 이름을 이제 떠나보내세요.

당신의 인생에는 이미,

당신만의 음악이 흐르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그 소리를 잠시 작게 듣고 있을 뿐입니다.



103동 언니, 의대 교수 김성곤의 부모가 먼저 자라는 수업

Parenting Insights by Prof. Seong-G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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