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온 인생이 부모가 되었을 때 무너지는 이유
요즘 부모들은 아이를 키우면서도 늘 어딘가에서 평가받고 있다는 느낌을 안고 살아갑니다. 아이의 하루가 아니라, 아이의 결과가 먼저 떠오르고, 지금의 장면보다 나중에 남을 흔적을 먼저 계산합니다. 이것은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방식으로 살아오라고 오랫동안 훈련받아온 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엄마, 오늘 친구랑 싸웠어.”
아이에게는 그날의 일과 중 하나일 뿐입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수많은 일 중 하나이고, 며칠 지나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도 있는 사건입니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80년생 민우 엄마의 마음은 그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혹시 관계가 더 틀어지지는 않을지, 혹시 이 아이가 또래 관계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지, 혹시 내가 지금 개입하지 않으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되지는 않을지. 아이는 오늘을 말했지만, 엄마의 마음은 이미 ‘그때 내가 왜 아무것도 안 했을까’라는 미래의 문장에 가 있습니다.
요즘 부모들의 불안은 대부분 이렇게 시간을 앞질러 작동합니다.
아이의 성장에는 본래 기다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흔들리고, 부딪히고, 스스로 조정해 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요즘 부모들은 이 기다림을 견디지 못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기다리면 안 된다고 배워왔습니다. 놓치면 뒤처진다고, 늦으면 불리하다고, 지금의 선택이 평생의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입니다. 이 사고방식은 부모가 된 뒤에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아이가 숙제를 미루는 장면을 보며 부모의 마음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지금 잡아주지 않으면 습관이 될 것 같고, 습관이 되면 나중에 더 힘들어질 것 같고, 그때 후회하는 사람이 결국 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의 숙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후회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늘 비슷합니다. 걱정이 생기고, 책임을 느끼고, 개입하게 되고, 잠시 안심합니다. 하지만 곧 다시 불안해집니다. 그래서 이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순환합니다.
80년생 민우 엄마는 자신의 삶을 이렇게 기억할 수 있는 세대입니다. 노력하면 결과가 따라온다는 경험을 했고, 관리를 통해 삶을 유지해 왔으며, 스스로를 방치하지 않는 것이 성실함이라고 배워온 세대입니다. 이 경험은 분명 장점입니다. 그러나 부모가 되는 순간, 이 장점은 다른 얼굴을 드러냅니다. 내가 여기까지 해왔는데, 부모 역할에서 실패하면 안 되지 않을까. 이때부터 부모의 마음은 아이를 향한 사랑이 아니라, 자기 삶 전체를 지켜내야 한다는 압박과 연결됩니다. 그래서 아이의 작은 흔들림이 곧바로 자신의 인생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감각으로 이어집니다.
많은 엄마들이 스스로를 예민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불안은 개인의 민감함이 아니라, 이 시대가 부모에게 요구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잘 키워야 한다는 말은 언제부터인가 잘 관리해야 한다는 말로 바뀌었고, 사랑은 자연스러운 관계가 아니라 증명해야 할 책임이 되었습니다. 그 책임을 가장 성실하게 받아들인 사람들이 바로 80·90년대생 부모들입니다.
요즘 부모의 문제는 불안을 느낀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불안을 내려놓으면 부모 자격을 잃을 것 같다는 두려움에 있습니다. 80년생 민우 엄마가 괜찮지 않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오래 잘해온 사람으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요즘 부모의 불안은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성실하게 살아온 삶 전체를 지켜내려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건 아닐까요?
103동 언니, 의대 교수 김성곤의 부모가 먼저 자라는 수업
Parenting Insights by Prof. Seong-Go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