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 병의 진단, 증상, 원인과 예방
며칠 전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는 여대생을 강도가 위협하여 도망치던 중에 뇌졸중이 발생하여 의식불명에 빠진 사건이 있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삼가 이 사건에 대한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어떻게 된 사건인지 궁금하여 기사를 좀 찾아보는데 모야모야 병에 대한 수많은 억측과 낚시성 기사가 웹상에 난무하고 있었다. 모야모야의 예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엉뚱한 내용을 써놓은 기사에서부터, 모야모야병의 유전적 성향에 대한 갑론을박의 댓글까지.... 안타까운 사건이 있은 후라 조심스럽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모야모야병에 관련된 사실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모야모야병은 일본어인 もやもや 에서 유래되었다. 모야모야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양을 나타내는 일본어인데, 실제 모야모야 병에서 뇌혈관의 모양은 마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위에 우측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뇌혈관의 모양은 양갈래를 뻗은 나무줄기처럼 생겼다. 하지만 모야모야 병 환자의 경우 좌측의 사진과 같이 뇌혈관이 굵은 줄기가 없이 무수히 많은 잔가지만을 낸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병적인 혈관들을 모야모야 혈관이라고 부른다. 당연하지만 이러한 모야모야 혈관들은 정상 혈관에 비하여 매우 약하다.
혈관이 약하다는 것은 두 가지 관점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
얇은 혈관으로 인하여 혈액순환 및 혈류 공급의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
모야모야 혈관과 같이 병적 상태에 있는 혈관들은 터지기가 쉽다.
이렇게 두 가지로 각각 허혈성 뇌졸중과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킨다.
동맥은 해부학적으로 다음과 같은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야모야병의 경우에는 이 중 가장 안쪽에 있는 내막층이 증식해서 혈관이 좁아지는 병이다.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유전자의 변이가 밝혀져 있기는 하나 아직 100% 밝혀진 것은 아니다.
2014년에 Stroke지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국내 모야모야병의 유병률을 10만 명당 16.1명으로, 남녀의 구성비를 1 : 1.8로 발표한 자료가 있다.(1) 참고로 우리나라는 일본과 더불어 모야모야병의 유병률이 높은 나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모야모야병에 대해서 유전성 혹은 가족력에 대한 연구는 몇 개의 조사 결과가 있는데. 그중 하나에서는 10%의 모야모야병 환자가 가족력을 가진다고 보고한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그 연구에서 그러했다는 것이지 실제로 모야모야병의 가족력이 10% 인지는 확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참고치일 뿐이고 더 낮을 수도 있고 높을 수도 있다.
상당히 이야기 하기 민감한 부분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병은 유전적인 양상을 가진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은 DNA라고 하는 유전 코드에 의하여 만들어지는데, DNA는 A, G, C, T라는 4개의 염기의 배열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DNA안에는 우리 몸이 만들어지고 기능하는 사실상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DNA는 어디서 오는가?
바로 부모에게 물려받는다. 사람의 탄생은 정자와 난자의 안에 있는 DNA가 서로 접합하여 조화를 이루며 시작된다. 따라서 이 DNA안에는 이 사람이 어떠한 질병에 취약한지, 혹은 어떤 외모를 가질지, 어떤 IQ를 가지게 될지 등의 정보 역시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좋은 유전자가 꼭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참으로 흥미롭다. 후천적으로 학습된 지식이나 영양상태, 신체활동 등이 한 사람의 그 인생의 훨씬 많은 부분을 결정하는 것은 이미 누구나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질병의 경우에도 상당히 많은 부분이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이 유전자라는 것도 개개인마다 다 다르다. 100%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도 있고, 0.001%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도 있다. 질병 마다도 다르고 그 사람이 태어나고 어떠한 환경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어떠한 병을 유전병이다 라고 단정 짓는 것은 개념의 정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세상에 유전이 아닌 것은 없으니까. (물론 누군가가 감기도 유전이냐 라고 물어볼까봐... 외상이나 감염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병은 예외임을 밝히는 바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결국 모야모야병은 유전적인 성향이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묻는 분들에 대한 대답.
그렇다.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자식들은 좀 더 질환의 발병에 있어 취약한 부분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암은 유전이 아닌가? 뇌경색은 아닌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모든 병과 모르는 병도 다 유전적인 성향을 가진다. 하지만 그 성향이 발생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질환의 발현까지는 그 외의 여러 가지 외부적인 원인 역시 작용한다. 감히 말하지만... 세상에 모든 유전자가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은 없다.
아무튼 이러한 유전성에 대한 언급을 통하여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모야모야병이 유전인지 아닌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유전적 취약성을 가진다. 본인은 모야모야병과 관련된 유전자가 취약하지 않더라도 알고 보니 위암과 관련된 부분이 취약할 수도 있다. 이러다가 너무 삼천포로 빠질 것 같은데... 질환과 유전에 대한 내용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기도 하고 사람들의 오해가 많은 부분이기도 해서 언제 한번 하나의 토픽으로 다루어 보겠다.
모야모야병의 경우 뇌혈류량이 줄어드는 기전에 따라서 증상이 나타난다.
한쪽 반신의 힘이 빠지거나 (일시적인 팔다리의 근력약화)
말과 관련된 증상이 오거나 (어눌해지는 말, 말이 안나옴)
안면마비가 오거나
등이 일반적인 증상들인데 이러한 증상은 뇌에 정상 혈류가 공급되지 않음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신경학적 증상들이다. 보통의 경우에 있어서는 휴식 상태에서 뇌혈류량이 회복되면 증상이 다시 호전된다.
어린아이들에서 많이 발견되어 내원하는 병력 중의 하나는 울고 난 뒤 한쪽 반신의 마비 혹은 근력 약화, 혹은 뜨거운 음식을 후후- 불어서 식히는 과정에 발생한 반신마비 등이 있다. 이러한 행동들이 증상을 일으키는 이유는 울거나 바람을 부는 등의 과호흡을 하게 되면 혈중 이산화탄소의 분압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낮아진 이산화탄소 분압은 뇌혈관의 수축을 일으키게 되고 뇌혈관의 수축은 뇌혈류의 감소를 가져온다. 그래서 평소에는 무증상이었던 모야모야병 환자들도 과호흡을 하고 나면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모야모야병 환자의 경우에는 뇌혈관을 수축시킬 수 있는 모든 활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는 환우가 그럴리는 없겠으나 흡연은 정말 대표적인 혈관 파괴자 이므로 명심하도록 하자.
그런데 위에 설명한 것처럼 일시적인 혈류의 감소 후 증상이 생겼다가 회복되는 경우는 다행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뇌의 허혈 증상이 회복되지 않고 불가역적인 뇌경색을 일으키거나, 약해진 혈관이 터져버려 뇌출혈을 일으키는 경우가 그렇다. 보통 소아의 경우에서는 혈류량이 줄어 뇌경색이 발생하는 이벤트가 더 많고, 성인의 경우에서는 혈관이 터져 뇌출혈이 발생하는 이벤트가 더 많다. 이러한 경우에는 큰 장애를 남기게 되고 생명까지도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모야모야병의 치료는 뇌 안으로 새로운 혈행을 연결해 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뇌 수술이라는 것은 높은 위험성을 동반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시행하게 되는데, 모야모야병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모야모야병 환자이지만 다른 혈관을 통한 측부 혈행이 원활한 경우 수술적 치료를 늦추고 경과를 관찰하며 수술 여부나 타이밍을 결정한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좁아지는 혈관에 직접 혈관을 연결해주는 수술이나, 뇌의 표면에 혈관이 풍부한 피판을 대어주는 수술을 한다. (Direct/Indirect Anastomoses)
(1) Incidence, Prevalence, and Survival of Moyamoya Diseasein Korea Stroke. 2014;45:1090-1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