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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과 사고 사이

고민에 고민이  더해진 하루의 마무리

by 미정 Feb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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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많은 계획을 세워봤지만, 삶은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 오늘 세운 계획은 특히나 소소한 계획이었는데 그조차도 어긋나 버렸다.

그렇다고 해도 남은 게 없는 것은 아니다. 고단한 하루였지만 아침에 출근하면서 들었던 KBS 클래식 FM을 통해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잠시 힐링도 했고, 출근하여 긴 명절 연휴를 보낸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담소도 나누었다. 고객과의 통화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감사의 말을 듣기도 했고, 새로운 보험 상품에 대한 강의도 듣고 따로 공부도 하면서 오전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점심을 보상으로 먹었으나 이것들은 예정된 일이거나 계획된 일은 아니었다.

오늘 나의 계획은 내 책상 위에 쌓인 상품들을 모두 집으로 가져가는 것과 내 담당 고객이 요청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  딱 두 가지.

이 소소한 계획이 오전부터 퇴근시간까지 이어진 숱한 삶의 요동 속에서 어긋난 버릴 줄이야.

점심을 먹은 후 갑자기 밀려드는 계획에 없었던 일들에 파묻혀 오후 시간을 보내느라 다른 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도 물론 이유가 되겠지만, 갑자기 터진 사고로 마음이 심란해져 더더욱 계획을 잊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갑작스러운 사고라 함은 내 집 보조 주방에 그동안 잘 붙어서 열일을 해 주던 싱크대 상부장이 떨어져 하부장을 덮친 사건이다.

집에서 노닥거리던 작은 아이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라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했더니, 오! 마이 갓!! 19년 정도 버텼으면 그래 많이 버틴 거지...... 싶은 싱크대의 사망소식이 어찌나 심란하던지.

만사 제쳐두고 집으로 돌아와 확인해 보니 참으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수납해 두었나? 너무 무거운 것을 넣어 두었나? 이 일을 어떻게 하나? 누구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아야 하나? 짧은 시간에 온갖 궁리를 해봐도 뾰족한 방법이 없어 관리실에 전화를 했건만 머피의 법칙처럼 관리사무소는 퇴근 시간도 아닌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관리실로 내려가 보려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다 열린 엘리베이터 내부 거울에 붙어있는 전화번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같은 라인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인테리어 사장님의 메시지와 전화번호였다.

그래! 죽으란 법은 없지! 이렇게 또 한 사건을 해결하고 한숨을 돌리려고 시간을 보니 ,앗! 밤이다. 그리고보니 새벽부터 차를 갖고 출근했던 보람도 없이 책상위의 물건들은 아직도 회사 책상위에 그대로 쌓여있다. 아! 내일도 차를 갖고 출근을 해야하나? 시계를 보니 밤 9시 48분. 지금 밥을 먹으면 내일 눈이 퉁퉁 부을 것 같고, 안 먹으면 잠이 안 올 것 같고, 또 고민이 시작된다.

계획한 일은 하지 못했고 계획에 없었던 사고는 생겼고, 그 와중에 고민만 숱하게 한 하루!

도대체 나는 지금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일까? 그냥 자야 하는 것일까?

그나마 이런 고민은 고민도 아님에 감사하며! 그냥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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