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뷔라고? 없다고?
꿈.
동상이몽
일장춘몽
남가지몽
한단지몽
백일몽
호접지몽
화서지몽
등 꿈에 관해선 다양한 상황에 따른 성어가 많다.
꿈.
어떤 이는 평생 꾼 적이 없다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꿈을 꾼 것은 확실한데, 깨어보면 생각나지 않는다 하고.
또 어떤 이는 꿈을 잘 기억하긴 하지만 대부분 개꿈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에게 꿈은 늘 섬뜩하리만큼 잘 맞는 예지몽이었다.
자고 일어나 정신이 들어서도 또렷이 기억나는 꿈들은 대부분 이삼일 내에 나에게 일어날 혹은 내 주변에서 일어날 일을 알려주었다.
20여 년도 훨씬 전 어느 날, 꿈을 꾸었다. 내 중고등학교 절친 A의 같은 대학교 친구라 어쩌다 보니 친하게 되어 몇 년 동안 알아오던 친구 B가 꿈에 나왔다. 그는 하얀 옷을 입고 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인사를 하러 왔다고 했다. 오랜만에 꿈에서 만나 기쁘기도 했지만 마지막 인사라는 말이 못내 찝찝하게 마음에 남아있었는데, 그날 오후 A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그래서 나는 친구에게 꿈 이야기를 했더니 A는 소름이 돋는다면서 자기가 전화를 건 이유가 그 친구 B의 부고가 날아왔다고... 어젯밤, B가 고향 친구들과 동창회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해서 유명을 달리했다고 했다.
18년 전? 어느 날, 꿈을 꾸었다. 대학교 때 절친이었던 친구 C가 꿈에 나왔다. 그 친구가 하얀 소복을 입고 천정에서 수직으로 매달려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가 사라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날 밤, 남편도 C의 꿈을 꾸었단다.
역시 다음날, 부고가 왔다. C가 자살을 했단다. 나는 두말없이 두 살배기 딸을 맡겨두고 서울에 문상을 다녀왔다.
10여 년 전 어느 날, 꿈을 꾸었다. 내가 사랑하는 외할머니집 마당에 중간정도 자란 소 한 마리가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그런데 다 자란 새끼 두 마리를 거느린 커다란 황소 한 마리가 느닷없이 뿔로 들이받으며 신나게 뛰어놀던 그 소를 할머니댁 마당에서 무자비하게 쫓아내어버렸다.
그 꿈을 꾼 지 3일도 채 안되어, 큰외삼촌이 작은 외삼촌을 공장에서 쫓아내고 큰외삼촌의 아들을 회사로 영입했다.
이 외에도 나는 돈이 들어올 꿈은 100% 대충의 금액까지도 알 수 있다. 자잘하게 꾼 꿈들도 거의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좋지 않은 꿈을 꾸면 나는 반드시 복권을 산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는 떨어질 확률이 더 크기 때문에 떨어지고 돈을 날렸다는 것으로 액땜했다는 위안을 삼으면서 꿈이 그냥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딸이 아주 어린 시절, 세살무렵이었을 것이다. 딸이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가 살던 집의 작은 방에만 들어갔다 오면 어떤 오빠가 보인다고 했었다. 그 오빠랑 놀았던 이야기를 사실인 양 해대는 바람에 우리 가족은 딸이 해주는 소위'치태오빠'의 이야기를 한 3년은 들은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에 친한 언니가 놀러 와 그 방에서 잠을 자게 되었는데 언니가 다음날 아침에, 자던 방에 귀신이 있다고 했다. 사내아이라고.
믿어지는가? 나는 농담이려니 생각하고 별생각 없이 살았는데, 주변에선 무섭지 않냐고들 했었다.
지난겨울 어느 날, 야심한 밤 불을 끄고 나는 잠이 들었고, 남편은 패드로 드라마 삼매경이었다. 잠결에 드라마소리에 짜증이 나서 눈을 떴다. 침대 발치에 어떤 시커먼 형체가 가만히 서서 우리 집 보일러 스위치의 불빛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참 눈을 깜빡이며 그 형상을 보다가 '너 누구냐? 거기서 뭐 하냐?'라고 했더니 남편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디? 누구? 뭐?' 란다.
'저기 보일러 스위치 앞에 쟤. 안 보여?' 그러니까 무섭다고 장난치지 말란다. 그러는 사이에 그 형체는 사라지고 없었다.
요사이, 힘든 일이 지나고 수면패턴이 바뀌어서 그런가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좀처럼 꿈이 기억나지 않는다.
주변에 있던 그 형체들은 요새 뭘 하고 지낼까? 가끔 궁금하기도 하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잘 살고 있겠지?
다시 패턴이 돌아오면 꼭 맞는 꿈도 돌아오겠지? 그렇게 믿으며 사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