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야 하기에...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그 인연을 이어오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했고, 끊어버리기도 했다.
내가 잘못해서 그렇게 되기도 했고, 상대의 잘못으로 그렇게 되기도 했으며, 인연인 줄 모르고 헤어지기도 했고 인연이 아니었음에도 억지로 붙잡고 있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내 안에서 치밀어 올랐다. 몸서리치는 후회가 밀려와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오늘...
번호를 지웠다.
그런 저런 이유에서가 아닌 운명의 여신이 선택한 친구... 의 번호를 더 이상은 갖고 있을 자신이 없어 지웠다.
며칠 전 주고받은 문자가 눈을 아리게 하고, 며칠 전 통화했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한데...
유명을 달리해야 할 어떤 이유가 있었길래 말없이 돌아서 가버렸을까.
번호를 지웠다.
혹여나 검색을 하다가 그 이름을 보며 다시 눈물짓지 않으려고.
프로필을 한없이 들여다보며 그가 버린 땅에 못다 한 말로 붙잡고 있지 않으려고...
부디 자유롭고 행복한 곳에서 다시 만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