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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lab Jan 31. 2022

#119 소로스 투자 특강

#119 소로스 투자 특강 

- 조지 소로스 지음, 이건 옮김 





포퍼는 19세기 이래 지배적이었던 귀납주의적 접근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는 논리적으로 의미가 있는 검증보다 반증 가능성이 진리로 나가는 길이라 판단한다. 경험적 근거를 바탕으로 검증한다 해도 그 검증이 완전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이론은 가설의 성격만 있을 뿐이며, 어떤 이든 그에 대한 반증을 이겨내는 동안만 잠정적으로 진리라는 주장이다.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가 분류했듯이 금융에서 위험과 불확실성은 다른 개념이다.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험과 불확실성이 동일하지만 위험은 분포와 확률을 계산할 수 있는 반면 불확실성은 분포 자체를 알 수 없다. 나이트는 불확실성이 바로 이윤의 원천이라 주장한다. 불확실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예측 가능한 리스크만 존재하며 구매자와 판매자가 각각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이윤이 창출될 수 없다. 



좀 더 쉽게 표현하면, 주가의 변동 요인은 현재 유행하는 '추세'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착각'의 결합이며, 이들은 주가에 의해 영향을 받고, 그러한 영향은 스스로 강화되거나 수정되기도 한다. 



내 목표는 거창하다. 인간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분석의 틀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목표가 달성되었는지는 독자가 판단할 몫이다. 



포퍼의 저서를 읽는 동안 나는 경제 이론도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포퍼는 인간의 이해가 불완전하다고 강조했지만, 경제학의 완전 경쟁 이론은 인간의 지식이 완전하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래서 둘은 모순을 일으켰습니다. 



오늘은 내 개념의 틀의 첫 번째 기둥인 오류성과 두 번째 기둥인 재귀성 개념을 일상적인 말로 설명하겠습니다. 내일은 이 개념들을 금융시장에 적용한 다음 정치에도 적용해보겠습니다. 그러면 열린 사회라는 개념도 등장할 것입니다. 네 번째 강연에서는 시장 가치와 도덕 가치의 차이를 살펴볼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강연에서는 역사의 현재 시점에서 몇 가지 예측과 처방을 제시할 것입니다. 



내 철학의 핵심 아이디어는 간단하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생각하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 속해 있을 때, 그 사람이 세상을 보는 관점은 항상 부분적이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류성의 원리입니다. 두 번째는 이런 왜곡된 관점이 부적절한 행동을 낳기 때문에 그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재귀성의 원리입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야말로 인간사의 핵심적 속성입니다. 경제 이론의 바탕이 균형 개념인데, 균형 개념은 재귀성 개념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다음으로 설명하겠지만 두 개념은 금융시장을 완전히 다르게 해석합니다. 



사람의 생각은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합니다. 하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기능입니다. 나는 이것을 인지 기능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하나는 상황을 자신에게 이롭게 바꾸는 기능입니다. 이것은 참여 기능 또는 조작 기능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인지 기능이 판단에 필요한 지식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조작 기능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도 결과를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결과가 사람의 의도에서 벗어나기 쉽습니다. 의도와 행동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행동과 결과 사이에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불확실하고, 실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불확실합니다. 



두 기능이 생각과 현실을 연결하는 방향은 정반대입니다. 인지 기능에서는 현실이 사람의 관점을 결정합니다. 세상이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지요. 반면에 조작 기능에서는 사람이 세상에 영향을 줍니다. 다시 말해 사람의 의도가 세상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재귀성이 폭넓게 나타나며, 대개 피드백, 되먹임, 환류 고리의 형태가 됩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사건 흐름에 영향을 미친고, 사건 흐름은 사람들의 관점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 영향이 연속적이고 순환하므로 피드백 고리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 순환 과정은 관점의 변화에서 시작될 수도 있고, 상황의 변화에서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생각은 주관적 측면이고 사건은 객관적 측면입니다. 다시 말해서 주관적 측면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형성되고 객관적 측면은 외부 현실에서 발생합니다.  



피드백 고리는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부정적 피드백은 사람들의 생각과 실제 상황을 가깝게 접근시킵니다. 반면에 긍정적 피드백은 둘을 멀리 떼어놓습니다. 다시 말해서 부정적 피드백은 자신을 수정해가는 과정입니다. 이런 자기수정 과정은 영원히 계속될 수 있으며, 외부 현실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결국 사람들의 생각과 실제 상황이 일치해 균형 상태에 도달하게 됩니다. 



반면에 긍정적 피드백은 자신을 강화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이런 자기강화 과정은 영원히 계속될 수가 없습니다. 사람의 관점이 결국 객관적 현실로부터 너무나 멀어지게 되므로 비현실적임을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생각은 자연현상에 대해서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인지 기능만 발휘합니다. 그러나 인간사에 대해서는 주관적 요소가 되어 인지 기능과 조작 기능을 모두 담당합니다. 두 기능은 서로 간섭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람은 불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행동하고 이런 행동의 결과는 기대에서 벗어납니다. 이것이 인간사의 핵심적인 특징입니다. 



개념의 틀을 금융시장에 적용할 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원리를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시장 가격은 항상 펀더멘털을 왜곡합니다. 왜곡의 정도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작을 수도 있고 매우 클 수도 있습니다. 이 원리는 시장이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주장하는 효율적 시장 가설과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둘째, 금융시장은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는 소극적인 역할뿐 아니라 이른바 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치는 적극적인 역할도 담당합니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은 바로 이 부분을 놓칩니다. 사람들이 금융자산의 가격을 잘못 산정하는 과정에만 집중할 뿐, 잘못된 가격 산정이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다루지 않으므로, 행동경제학은 재귀 과정의 절반만 분석합니다. 



거품은 형태가 대개 비대칭입니다. 호황은 길고 지루하게 이어집니다. 천천히 시작되어 점차 가속되다가 혼돈기에는 보합세를 유지합니다. 붕괴는 짧고 가파르게 진행됩니다. 부실 자산이 강제 청산되기 때문입니다. 환멸은 공포로 바뀌고, 공포는 금융위기 때 절정에 도달합니다. 



가장 단순한 사례가 부동한 호황입니다. 대출 이자율이 내려가고 대출받기가 쉬워지면 부동산 호황이 촉진됩니다. 사람들은 부동산 담보 가치가 대출시장과 상관없다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부동산 대출시장과 부동산 담보 가치는 서로 재귀적 관계입니다. 대출 이자율이 내려가고 대출받기가 쉬워지면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고 부동산 가치가 상승합니다. 부도 건수가 감소해 사람들의 신용도가 개선되며 대출 기준도 완화됩니다. 따라서 부동산 호황의 정점에서는 대출이 최대 규모에 이르며, 반전 단계에서는 강제 청산이 진행되어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실제로 시장 참여자들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결정도 불확실하고 편향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가격이 왜곡됩니다. 



균형에 가까운 상황(시장이 무작위로 오르내린다)과 균형에서 동떨어진 상황(거품이 압도한다)을 구분해두면 유용합니다. 균형에 가까운 상황은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상 사건들이라서 통계 이론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균형에서 동떨어진 상황은 독특한 역사적 사건을 일으키며 그 결과가 불확실해서, 일상적 사건에 바탕을 둔 통계 이론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의 범위 역시 불확실해서 때로는 무한히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어렵게 배운 것입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점은, 시장에는 거품이 끼기 쉬우므로 금융 당국은 거품이 너무 커지지 않게 하는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산 거품을 통제하려면 통화 공급을 통제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신용시장도 통제해야 합니다. 통화 수단만으로는 부족하므로 대출도 통제해야 합니다. 



시장은 불안정한 법이므로 시장 참여자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위험뿐 아니라 체계적 위험도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자신이 언제든지 포지션을 처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런 체계적 위험을 무시할 수도 있지만, 금융 당국은 체계적 위험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시장 참여자들의 포지션이 한쪽으로 너무 많이 몰리면 포지션 청산이 막혀버리거나 시장이 붕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국은 시장 참여자들의 포지션을 감시해서 불균형을 사전에 감지해야 합니다. 이는 헤지펀드와 국부펀드를 포함해서 주요 참여자들의 포지션을 모두 감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금융시장이 한쪽으로만 발전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시스템 붕괴를 막아야 하는 금융 당국은 모든 금융기관에 '대마불사'를 암묵적으로 보장해 주었습니다. 



바젤 협약은 은행이 보유한 증권의 위험 가중치를 대출보다 크게 낮추었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이들은 증권 포지션이 집중되었을 때의 체계적 위험을 무시했습니다. 이 때문에 위기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은행이 보유한 증권의 위험 가중치를 높여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러면 은행들은 이제 대출을 증권화하지 않을 것입니다. 



신용 공백 상태를 남아 있는 유일한 신용 원천인 국가 자금으로 메워야 합니다. 국가 채무를 늘려서 본원통화를 확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경제가 안정되면 신용이 회복되는 속도에 맞춰서 본원통화를 축소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라는 유령이 덮치게 됩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알았어야 하는 일들을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면 닫힌 사회가 붕괴한다고 반드시 열린 사회로 탄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속 붕괴하다가 열린 사회보다는 과거 닫힌 사회에 더 가까운 새 체제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세계관이 조작 기능을 무시하거나 인지 기능에 종속시키는 지적 전통 위에 세워졌다는 것입니다. 



'풍부한 오류'가 의미하는 바를 더 명확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우리는 지식을 습득할 수는 있지만 결코 모든 결정을 내릴 만큼 충분히 습득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어떤 지식이 유용하다고 밝혀지면, 우리는 적합하지 않은 분야에까지 이용하려 하기 때문에 이 지식이 오류로 바뀝니다. 



객관적 현실을 절실하게 느끼는 방법 한 가지는 죽음을 인생의 사실로서 주목하는 일입니다. 자신의 존재가 끝난다는 생각은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계몽주의는 인간사에 널리 퍼진 조작을 인식하지 못했고, 사람들은 조작 기능을 발견하게 되자 포스트모던 오류에 빠져들었습니다. 둘 다 복잡한 관계의 절반만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보면 현실을 오해하기가 얼마나 쉬운지 알 수 있습니다.  현실적은 적절하게 이해하기보다 오해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따라서 도덕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의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모두 대리인 문제 때문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자원의 저주를 분석할 때, 나는 이른바 '비대칭적 대리인 문제'에 큰 비중을 두게 되었습니다. 현대적 주권 개념으로 보면 한 나라의 천연자원은 그 나라 국민의 재산입니다. 그러나 국민을 대변해야 하는 정부들은 주인인 국민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워 온갖 부패 관행을 만들어냅니다. 



스콧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뒤에 인간 대리인의 보이는 손이 숨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른바 정치 프로세스로서, 법을 만들고 관리합니다. 바로 여기에서 대리인 문제가 시작되며, 시장 가치와 사회 가치 사이에 갈등이 빚어집니다.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스스로 지배하며 수정하는 시장의 개념을 정치 분야에 적용한다며, 아는 사람들을 크게 현혹하는 일입니다. 정치는 도덕이 없으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는데도 정치에서 도덕을 빼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장은 개인적 선택에만 적합할 뿐, 사회적 선택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시장을 이용하면 개인은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를 지배하는 법을 선택하는 것처럼 사회적 선택을 할 때는 시장이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정치의 한계입니다. 



이들의 주장은 여러 면에서 설득력이 없습니다. 첫째, 금융시장은 규형을 향하지 않습니다. ...둘째, 일반 균형 이론은 초기에 자산이 배분되어 있다고 가정합니다. 사회정의는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으로서, 일반 균형 이론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이 무엇인지 알고 이것을 추구하는 최선의 방법도 안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들의 생각과 현실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존재합니다.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시장근본주의의 정책 주장에 그럴듯한 근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장 기능에 결함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정치 과정에는 결함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정치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시장 참여자들보다 오류에 빠지기가 더 쉽습니다. 



자본주의는 소련 공산주의처럼 열린 사회에 정면으로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자본주의는 열린 사회를 심각하게 위협합니다. 이미 한 가지를 언급했는데요, 금융시장은 균형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흔히 거품을 향한다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나는 앞서 강연에서 인지 기능이 조작 기능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 강연에서 나온 이윤 동기가 기존 법 안에서는 절대적으로 합법적이지만, 입법 과정에서는 공익이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권자 일부만이라도 위 두 조건을 지킨다면 나는 대의민주주의 기능이 개선되리라고 굳게 믿습니다. 



상대의 선의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다음 주장의 본질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정치 토론에서 인지 기능을 우선하는 바람직한 효과도 있습니다. 본질이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우에만 그 주장을 기각하고 무시해야 합니다. 



"소로스는 운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는 항상 지극히 개방적인 마음 자세를 유지했으며, 조금도 거리낌없이 자신의 견해를 바꿨다. 그는 항상 자신이 오류에 빠지기 쉽다고 인정했는데, 바로 그 이유로 대단히 강력한 존재였다. 그는 포퍼를 이해했다. 단지 글을 보고 소로스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는 포퍼와 같은 인생을 살았다. " 




"경제 이론은 가치를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우리를 훈련시켰지만, 현실은 가치가 재귀적 과정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 조지 소로스, <금융의 연금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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