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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낙관적

#39 미라클 경영

by monolab

IT 관점에서 IOT, 빅데이터 등 키워드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많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체감되지 않는 말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것들이 정말로 자연스럽게 생활에 녹아들어 이전과 같은 모습이지만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하려면 아직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이니 말이다.


그 중에도 가장 재미있는 풍경을 상상해보자면, '자율주행'으로 시작될 '제 2의 공간'으로서의 자동차가 떠오른다. 집, 회사, 영화관, 쇼핑몰...장소로 대변되는 일상적 공간들이 '건물'의 형태를 하고 있다면, 개인의 사적이고도 자유로운 제2의 공간은 '조금 더 커지고 많은 기능을 담은 자동차'이거나, '더 작고 다양한 기능을 담은 움직이는 집'이 될지도 모른다.


회사생활을 하다보니 어떤 바쁜 시즌에는 집에서 간신히 잠만 자는 시간 정도가 허용될 때도 있었다. 차로 출퇴근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그런 하루 중 마음 편하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점이었다. 낯설어서 조금은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곳에 갈 때도 차 안에 문을 잠그고 있으면 최소한의 안정감이 느껴져 좋았다. 이미 자동차는 이동수단이면서 동시에 몹시 개인적인 사적 공간으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자동차에 센서, 네트워크, 반도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신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 있을만한 국내 기업은 '현대자동차'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워낙 정치/경제적 이슈들만 뉴스를 통해 접하고 국내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높지 않아 그저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창립부터 주요 기점의 사건들과 함께 시대적 배경을 함께 읽다 보니 새삼 그 과정이 쉽지 않았겠구나, 새로워 보였다. 그리고 사회적 이슈들과 별개로 기술력을 확보하고 성장시켜온 과정과 현재의 성과만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원자재와 제조/판매/관리 등 너무도 복잡하고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이기도 하고, B2C관점의 서비스까지 접목하자면 시행착오가 필요하긴 하겠지만 언젠가 재미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보여줄 것 같다.


천천히 다른 챕터도 읽어 보아야겠다.





#39 미라클 경영

한국경영학회 60주년 기념, 하영원/이경묵/배종훈/안광호/유창조/송재용/김진교/연강흠/김진배/양대천/이유재/박기완 공저

옛날 생각도 해보면서 천천히 2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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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은 한 국가의 기술수준과 제조경쟁력을 가늠하는 객관적 기준이 된다. 2016년 현재 전 세계에서 자체기술로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는 국가가 단 7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대한민국)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자동차산업은 국가 기술력의 척도일 뿐만 아니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지대하다. 2013년 기준, 자동차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액의 12.7%, 부가가치의 12%를 차지하는 거대한 산업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2015년 자동차 수출액은 713억 달러로 우리나라 총수출액의 13.5%를 차지하였다. 세수 측면에서도 자동차 관련 세금은 총 37조3000억 원으로 이는 국가세수의 14.7%에 달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 정부가 발 벗고 나서 자국 자동차회사의 개혁을 주도하고, 2015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태 때 독일 정부가 서둘러 자체 진상조사에 나선 것도 자동차산업이 갖는 국가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p366


현대자동차 1세대


현대자동차가 본격적으로 자동차산업에 진출한 것은 정주영 명예회장이 자동차 사업허가를 받은 1967년이다. 당시 산국 경제는 제한적이나마 자본과 노동의 집중적인 투하를 통해 생산함수의 성과를 확대시키는 고성장 궤도에 갓 진입한 상태로, 사업기회가 증가하고 있어 다양한 기업가정신의 발로가 요구되는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이 자동차사업을 시작한 것은 기업가로서 필연적인 선택으로 보여지나, 자동차사업의 특수성, 즉 많은 자본과 최고 기술을 동원해야 하는 조건을 고려했을 때 당시 한국에서 자동차를 만들기로 한 것은 이례적인 결단으로 볼 수 있다. -p370


현대자동차는 영국 포드의 '코티나' 모델을 CKD(Complete Knock Down:현지 조립을 위한 완전한 분해수출) 방식으로 제작하며 자동차사업을 시작했다. 포드와의 제휴는 처음에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였으나, 현대자동차가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첫 시련이 다가왔다. 현대자동차는 50대 50 해외합작사 설립을 제안하였지만 포드가 50% 이상의 지분과 경영권을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1970년 회사가 도산 직전까지 몰렸지만 정주영 명예회장은 "일단 시작하면 어렵고 힘들어도 물건을 만들어야지 중간에 간판을 내릴 수는 없다."며 원칙을 고수했고 이로써 포드와의 제휴도 무산되었다. 원대한 꿈을 갖고 시작한 현대자동차를 외국기업의 하청업체로 만들 수는 없다는 그의 의지였다. -p371


현대자동차는 엑셀 프로젝트의 초기 성공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자신감을 얻은 측면도 있었으나, 동시에 엑셀 신화의 몰락과 야심차게 추진한 현지생산 체계의 실패는 두고두고 커다란 오점으로 남게 된다. 현대자동차의 첫 현지공장인 캐나다 브로몽(Bromont) 공장은 북미 시장 공략을 목표로 1989년부터 소나타II 양산을 시작하였으나 미흡한 시장경쟁구도 분석, 판매망 확보 실패, 공급업체와의 접근성 부족 등 갖은 실수를 범하며 1993년에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이듬해에 완전 철수하게 된다. 현대자동차 내부에서는 아직까지도 이른바 '브로몽의 악몽'이라며 언급조차 꺼리는 실패 사례이지만, 당시의 쓰디쓴 경험이 오늘날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생산체계 전략을 수립하는 데 커다란 교훈이 되었음은 간과할 수 없다. -p375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낮은 품질수준은 실제 객관적인 지표로도 확인되었다. 2000년 미구그이 자동차 전문 조사/컨설팅 회사인 제이디파워(J.D.Power Associates)에서 실시한 신차품질조사(initial quality survey)에서 현대자동차는 업계 최하위 수준인 34위를 기록했다. 결국 이러한 현장 체험을 통해 정몽구 회장은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믿고 탈 수 있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며, 그 기본은 품질이다."라는 철학을 갖고 '품질경영'을 현대자동차의 핵심 전략방향으로 추진하게 된다. -p329


품질본부의 핵심활동 중 하나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품질문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곧바로 대응하는 '품질 리스크 관리 체계'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국내외 현대자동차의 임직원은 물론 딜러나 정비작업자, 인터넷 동호회, 소비자 품질조사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품질문제를 접수하고, 접수 즉시 365일 24시간 체계로 운영되는 '품질상황실'에서 원인을 분석하여 담당부문과 함께 해결방안을 수립하고 현장에 내려보낸다. 또한, 품질본부장이 직접 주요 품질문제의 발생과 진척상황을 확인함으로써, 품질문제가 지체 없이 해결되도록 관리한다. -p385


먼저, 생산방식에서 '모듈화'와 '직서열(Just in Sequence)' 방식을 도입했다. 자동차에는 평균적으로 2만 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개별 부품 단위로 조립을 하게 되면 공정도 복잡하고 불량이 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많은 부품을 '모듈화'하게 되면 조립라인이 간결해지면서 생산시간을 단축함은 물론, 복잡한 조립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품질 이슈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부품 모듈화를 생산라인에 적극 도입함으로써 제조효율성과 품질고도화를 동시에 추구했다. 부품 전체를 운전석 모듈(cockpit module), 섀시 모듈(chassis module), 프런트엔드 모듈(frontend module) 등 세 가지 핵심 모듈로 단순화하여 생산라인에 공급하고 이들을 최종 조립하는 방식을 정착시킨 것이다. -p388


현대자동차 2세대


외부적으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은 전 세계 자동차산업이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던 시기였다. 대부분의 자동차 전문가들이 앞으로 500만 대 이상을 생산하지 못하는 자동차회사들은 도태되고 결국 5개의 회사밖에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어놓았다. 이에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합병, GM의 피아트 지분참여, 포드의 마쓰다 지분참여, 폭스바겐의 람보르기니, 벤틀리 인수 등 주요 기업들이 전략적 제휴 및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었다. 이러한 외부 환경변화에 현대자동차도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오히려 500만대 이상의 생산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자동차산업에서 퇴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위기의식도 현대자동차의 글로벌화를 재촉하는 주요 동인이었다. -p394


각 시장별로 현대자동차는 철저히 시장중심의 전략을 폈다. 법인 혹은 대리점은 현지인 CEO를 임명하고 그 아래 각 부문별 현지 전문가를 영입하여 시장에 최적화된 전략을 펼치도록 했다.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파견된 주재원은 현지인 직원들과 본사 사이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하며 본사의 전략이 시장에 녹아들게 하는 동시에, 각 시장이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이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본사의 지원을 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했다. -p402


현대자동차가 시장 전략차종을 개발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글로벌 연구개발 네트워크가 있다. 한국의 남양연구소가 허브 역할을 하고, 미국, 유럽, 중국, 인도, 일본 등에 지역별 연구개발 거점 및 디자인센터를 구축하여 각 시장별 최신 기술을 모니터링하고 트렌드를 앞서가는 디자인을 도출하였다. 남양연구소와 지역별 연구개발 거점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신차 개발을 위한 전략을 공동으로 수립하는 이른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신차 개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p405


현대자동차 3세대


현대자동차가 제시한 브랜드 방향성은 '모던 프리미엄(Modern Premium)'이다. 언뜻 보아서는 기존의 대중차 사업을 넘어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뜻으로 보이지만, 그보다는 현대자동차가 선사하는 모든 제품, 서비스, 고객경험 등에 있어서 '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뜻이다. 즉 대중차 메이커로서 고객들이 현대자동차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느낄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포부였다. -p409


제네시스 브랜드가 갖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이 전략은, 1990년대 도요타가 '렉서스'를 론칭하여 큰 성공을 거두면서 도요타의 브랜드 이미지가 동반상승한 효과를 거둔 것처럼, 제네시스의 성공을 통해 현대자동차 전체 브랜드 이미지를 혁신시키겠다는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 단, 한 가지 큰 차이점은 도요타가 조직부터, 운영전략, 라인업, 독립 딜러망 등을 모두 구비해놓은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를 내어놓았다면, 현대자동차는 이미 차량으로 선보인 '제네시스'를 브랜드로 독립시킨 후 담당조직 구축, 독립 딜러망 확보, 라인업 확충 등을 추진하는 점이다. -p416


자동차산업의 변혁을 이끄는 또 다른 거대한 축은 환경규제 강화이다.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주요국이 자동차 배출가스 및 연비 규제를 가오하함으로써, 기존 자동차회사들은 더 이상 내연기관 일변도로 사업운영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제조사들이 앞다투어 하이브리드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 연료 전기차 등 전장화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 것도 규제대응에 실패할 경우 곧바로 사업운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공유경제 확대에 따른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의 성장, 고객니즈의 복잡화, 선진시장의 자동차 수요 정체 및 신흥시장의 성장 등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새롭게 전환되고 있다. -p418


향후 도전과제와 미래에 대한 전망


현대자동차의 성공 방정식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 제품개발, 원재료 공급 및 생산, 조직관리, 그리고 마케팅과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현대자동차의 운영방식을 결정하는 기본적 가치는 현장중심주의와 기민함/스피드라 할 수 있다. 즉, 현장에서 얻은 정보와 경험을 전사적인 경영 프로세스에 기민하게 반영하는 것이 현대만의 경쟁우외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운영방식은 품질최우선주의와 글로벌경영이라는 전략의 양대 축이라는 틀 속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의 기업문화 속에는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이 깊이 자리잡고 있어서 모든 활동의 원천적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다. -p421



한편, 미래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갈 트렌드는 전기자동차를 위시한 파워트레인 디자인 외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화하고 있는 자동차 시대에 디지털/소프트웨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커넥티비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자동차, 집카(Ziqcar)나 우버(Uber)와 같은 자동차 소유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이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량과 연계하는 분야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안모고가 이에 따른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p430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괜히 다시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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