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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lab Jul 26. 2017

진정성의 힘

#49 대통령의 글쓰기 



#49 대통령의 글쓰기 

- 강원국 지음

누구에게나 필요한 2h




그렇다면 글에 대한 대통령들의 욕심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떻게 쓰느냐'와, '무엇을 쓰느냐'의 차이다. ... 대통령의 욕심은 바로 무엇을 쓸 것인가의 고민이다. 그것이 곧 국민에게 밝히는 자신의 생각이고,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되기 때문이다. -p16


노무현 대통령은 권위주의와 천성적으로 맞지 않았다. ... 식사까지 하면서 두 시간 가까이 '연설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특강(?)이 이어졌다. -p19 

1. 자네 글이 아닌 내 글을 써주게. 나만의 표현방식이 있네. 그걸 존중해주게.
2. 자신 없고 힘이 빠지는 말투는 싫네. '~같다'는 표현은 삼가게.
3. '부족한 제가'와 같이 형식적이고 과도한 겸양도 예의가 아니네. 
4. 굳이 다 말하려고 할 필요 없네. 경우에 따라서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도 연설문이 될 수 있네. 
5. 비유는 너무 많아도 좋지 않네. 
6. 쉽고 친근하게 쓰게.
7.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쓰게. 설득인지, 설명인지, 반박인지, 감동인지. 
8. 연설문에는 '~등'이란 표현은 쓰지 말게. 연설의 힘을 떨어뜨리네. 
9. 때로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방법이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한 킹 목사의 연설처럼. 
10.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네. 
11. 수식어는 최대한 줄이게. 진정성을 해칠 수 있네. 
12. 기왕이면 스케일을 크게 그리게. 
13. 일반론은 싫네. 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내 얘기를 하고 싶네. 
14. 치켜세울 일이 있으면 아낌없이 치켜세우게. 돈 드는 거 아니네. 
15.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써주게.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16.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네. 
17. 통계 수치는 글의 신뢰를 높일 수 있네. 
18. 상징적이고 압축적인, 머리에 콕 박히는 말을 찾아보게. 
19. 글은 자연스러운 게 좋네. 인위적으로 고치려고 하지 말게. 
20. 중언부언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하네. 
21. 반복은 좋지만 중복은 안되네. 
22.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23. 중요한 것을 앞에 배치하게. 사람들은 뒤를 잘 안 보네. 단락 맨 앞에 명제를 던지고, 뒤에서 설명하는 식으로 서술하는 것을 좋아하네. 
24. 사례는 많이 들어도 상관없네. 
25.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해주게. 헷갈리네. 
26. 나열을 하는 것도 방법이네. '북핵 문제, 이라크 파병, 대선자금 수사...' 나열만으로도 당시 상황의 어려움을 전달할 수 있지 않나? 
27. 같은 메시지는 한 곳으로 응집력 있게 몰아주게. 이곳저곳에 출몰하지 않도록. 
28. 평소에 사용하는 말을 쓰는 것이 좋네. 영토보다는 땅, 식사보다는 밥, 치하보다는 칭찬이 낫지 않을까? 
29. 글은 논리가 기본이네. 멋있는 글을 쓰려다가 논리가 틀어지면 아무것도 안 되네. 
30. 이전에 한 말들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네. 
31.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은 쓰지 말게. 모호한 것은 때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시대가 가는 방향과 맞지 않네. 
32.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 되는 글이네. 


두 대통령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그중 하나가 생각이 많다는 것이다. 독서를 하고 산책을 하며 늘 생각, 생각, 생각을 했다. 멀리 보고 깊이 생각했다. 그게 맞는지, 맞는다면 왜 그런지 따져보고, 통념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 했다. 한쪽만이 아니라 다른 관점, 여러 입장을 함께 보고자 했다. 무엇보다 사람과 사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컸다. 그런 결과일까. 어떤 주제, 어느 대상에 대해서도 늘 할 말이 준비되어 있었다. 모든 사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와 주장이 있었다. -p25 


김대중 대통령 역시 ... 먼저, 무엇을 하려고 할 때 세 번 생각한다는 것이다. 첫째, 이 일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생각한다. 둘째, 나쁜 점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셋째,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한다. 다음으로, 상대가 있는 경우다. 그때에도 세 번 정도 생각을 했다. 첫 번째는 이 사안에 대한 내 생각은 무엇인가? 두 번째,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무슨 생각, 어떤 입장일까? 세 번째, 이 두 가지 생각을 합하면 어떤 결론이 나올 수 있을까? -p26 


한 번은 이런 메모도 내려왔다. "사리에 맞는 내용을 좋아하는 청중과, 감정에 호소해야 할 청중, 긴 연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청중과, 짧은 연설을 기대하는 청중을 잘 따져서 연설문을 준비해주기 바랍니다." -p32


누구나 글을 쓸 때에는 그 글을 읽을 사람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슨 얘기를 기대하는지를 의식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말했다. '말은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말하는 사람과 말의 내용, 그리고 말을 하는 대상이다. 말의 목적은 마지막 것과 관련이 있다.' -p35


독서는 세 가지를 준다. 지식과 영감과 정서다. 책을 읽고 얻은 생각이다. 그중에서 글 쓰는 데는 영감이 가장 중요하다. ...독서와 글쓰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고, 생각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 따라서 독서 없이 글을 잘 쓸 수 없으며, 글을 잘 쓰는 사람치고 책을 멀리하는 사람은 없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그랬다. -p46


김 대통령은 독서의 완결이란 읽은 책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서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데까지라고 했다. 노 대통령 역시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영감을 정책에 반영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책으로 집대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맹자가 얘기한 '이의역지(자신의 생각으로 저자의 뜻을 받아들임)'에 충실했던 것이다. -p49


대통령의 독서 메모는 '대차대조 메모법'이라고 불렸다. 책을 읽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나오면 책의 여백이나 노트에 대차대조표를 그리듯이 도표를 그렸다. 도표 한쪽에는 책의 내용을, 다른 한쪽에는 자신의 의견을 적고 그 해법을 얘기했다. 생각이 묻혀 사장되지 않도록 철저히 메모했다. -p58 


노무현 대통령에게 들은 꾸지람 중에 가장 얼굴을 붉히게 했던 말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모르겠네."이다. 글쓰기 최고의 적은 횡설수설이다. 횡설수설한 글은 읽는 사람을 짜증나게 한다. 두 대통령 모두 횡설수설하는 글을 가장 싫어했다. 한 말 또 하고 또 하고, 다음 얘기로 넘어가나 싶더니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오락가락하는 글. 좀 심하게 얘기하면 술 취해 걷는 갈지자걸음의 술주정이다. -p67


기조는 크게 보면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바로 논리적 접근과 정서적 접근이다. ... 기조를 잡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글 쓰는 사람의 목적과 이유이다. ... 기조에 따라 전달 형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 글에만 기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도 기조란 게 있다. 성격일 수도 있고, 성향일 수도 있다. '그 사람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었을 때, '어떤'에 해당하는 게 기조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한마디로 답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기조 잡기는 어려운 것이다. -p74


글의 구성 혹은 배열, 전체 구도를 짜는 것을 의미한다. ... 첫째, 글을 쓸 때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둘째, 하고자 하는 이야기 간의 분량 안배를 위해서다. 셋째,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누락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넷째, 앞에 나온 얘기가 뒤에 또 나오는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다. 다섯째, 전체적인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p84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점. 시작을 너무 길게 끌면 안 된다. 사람들은 본론을 듣고 싶어 한다. 오죽하면 아리스토텔레스가 글의 시작은 유혹이며, 유혹은 짧을수록 좋다고 했겠는가. 정 시작할 말이 생각나지 않으면 '안녕하세요'로 시작하자. 꼭 멋있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평범한 시작이 어설픈 시도보다 나을 수도 있다. -p104


"그때 말이야. 다 좋았는데 연설문 꼬랑지가 사라졌어. 분명히 내가 무슨 말인가 하고 싶었는데." 그러면서 나를 바라봤다. 대통령은 이미 알고 있었다. 모른 체해줬을 뿐. 술 마시고 글 쓰면 안 된다. -p137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글을 쓰기 전에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그것이 떠오르지 않으면 아직 글 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강행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십중팔구 '도대체 뭐라는 거야?'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메시지를 고민한다.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정해지면 다 된 밥이다. -p150


핵심 메시지는 가급적 셋 중의 하나로 정하는 게 좋다. 첫째, 자신이 잘 알고 열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 둘째, 듣는 사람이 바라고 기대하는 것. ... 셋째, 그 계기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내용. -p152


연설비서관실에서 보고한 초안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코멘트다. 모두 줄일 수 있으면 더 줄이라는 주문이다. 글쓰기의 기초에 대한 지적이다. 노대통령 자신이 그렇게 글을 썼다. 처음에는 대통령 표현대로 '왕창' 쓴다. 압축할 수 잇는 데까지 압축한다. 그리고 다듬는다. -p158


국민은 '서민 대통령'을 원한다고 말했지만, 머릿속에는 '강하고 근엄한 대통령'이 대통령다운 대통령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씨는 쉬이 고쳐지지 않았다. 대통령은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의 말이 따로 있는가, 대통령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누가 만들었는가.' -p177


그러나 여론은 단순한 메시지의 손을 들어주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참을성이 없다. 불확실한 상황을 못 견뎌 한다. 애매한 것을 싫어하고,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 복잡한 것에 진저리를 치고, 간결한 것에 환호한다. 여기에 따라야 한다. 간단명료하지 못했을 때 폐해는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전하려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p180


그러나 단순 명쾌함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글이 명확하고 단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글을 쓰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둘째, 본질을 꿰뚫어 봐야 한다. 셋째, 과욕은 금물이다. 넷째, 독자를 믿어야 한다. -p184


진정성을 뜻하는 영어 'authenticity'는 'authentikos(진짜)'라는 그리스어에서 기원했다. 그렇다. 진짜가 진정성의 첫째 조건이다. 솔직하고 정직해야 한다. 마음을 열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기본이다. ... 진정성의 두 번째 조건은 진실한 것이다. 이것은 솔직한 것과는 좀 다르다. 진실하다는 것은 단지 감추지 않고 속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솔직함도 있다. ... 진정성의 세 번째 조건은 뉘우치는 것, 즉 반성하는 것이다. ... 진정성의 네 번째 조건은 행동과 실천이다. ... 진정성을 말할 때 놓쳐서는 안 될 게 하나 있다. 자신이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기희생을 전제해야 한다. -p193


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의 조건은 무엇일까? 거두절미하고 얘기하면, 고스트라이터가 되어야 한다. ... 스피치라이터의 두 번째 조건은 잘 알아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그밖에 스피치라이터로서의 조건이 한두 가지 더 있을 수 있다. 몸이 튼튼하고 약간의 순발력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 스피치라이터는 단순히 연설문만 쓰는 사람이 아니다. -p206


두 대통령은 말을 잘했고 많이 했다. 듣기도 잘했다. 모두 글쓰기 연습 과정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토론하는 것을 참 좋아했다. ... "문제를 처리할 때는 반드시 토론을 열심히 해라. 토론의 목적은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의 오류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교만하지 말아야 하지만, 강한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 -p212


김대통령은 대화할 때 여섯 가지 원칙을 갖고 있었다. 첫째, 상대를 진심으로 대한다. 둘째, 어떤 경우에도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셋째, 상대와 의견이 같을 때는 나도 같은 의견이라고 말해준다. 넷째, 대화가 끝났을 때는 '당신 덕분에 대화가 성공적이었다'고 말해준다. 다섯째, 되도록 상대 말을 많이 들어준다. 여섯째, 할 말은 모아두었다가 대화 사이사이에 집어넣고, 꼭 해야 할 말은 빠뜨리지 않는다. -p214


자기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실익도 없다. 모든 사람을 자기 편으로 만들 필요도 없다. 포기할 건 깨끗하게 포기하자. 이를 통해서 어떤 사람을 생각했을 때 특정 콘텐츠가 떠오르면 대성공이다. ... 첫째,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다. 둘째,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셋째, 이슈가 되거나 남들이 흥미로워하는 분야여야 한다. -p222


'진짜'를 보여줘야 한다. 가짜는 금세 들통나게 돼 있다. 만들어낸 가짜는 반드시 실패한다.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그런 점에서 두 대통령은 좋은 '진짜'를 가졌다. 속이 한없이 여렸다. 감동도 잘하고 수줍음도 많았다. 무엇보다 인간적이었다. -p232


김대중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용기는 모든 도덕 중 최고의 미덕이다. 용기만이 공포와 유혹과 나태를 물리칠 수 있다." 글을 쓰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첫 줄을 쓰는 용기, 자신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용기, 쓴 글을 남에게 내보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술 마시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사랑을 고백하고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일도 용기가 없으면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 그런 용기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양심과 소신을 지키는 용기를 말하려고 한다. -p242


"정치에서는 이슈를 주도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먼저 이슈를 제기하고 경쟁하는 상대방이 그 이슈에 따라오면 그 게임은 이슈를 제기하는 쪽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정치에서는 아침에 말을 했다면 주목 받을 말도 저녁에 하면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 -p260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인생의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원칙을 가지고 가치 있게 살면 성공한 인생이고,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이것을 '글'에 대비하여 얘기해보자. "글을 잘 쓰려고 하기보다는 자기만의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글을 잘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만의 스타일과 콘텐츠로 쓰면 되고,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성공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다." -p271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에토스(인간적 신뢰), 파토스(감성적 호소력), 로고스(논리적 적합성)가 필요하다고 했다. 두 대통령이 남긴 말에서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본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전진한다."<김대중 대통령>,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은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노무현 대통령> -p281


이런 것이 지도자의 조건일까? 두 대통령 모두 사상가적인 면모를 지녔다. 문화예술적인 감수성이 풍부했다. 독서와 사색, 토론하기를 좋아했고, 이를 통해 사안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키웠다. 그리고 그것을 말과 글로 표현할 줄 알았다. 두 분 다 연설문에 공을 많이 들였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공리공론보다는 실사구시를 추구했고, 사례나 수치를 들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의 신뢰도를 높이려고 했다. 무엇보다 좀 더 나은 글을 쓰고자 하는 의욕이 넘쳤다. 나아가 글쓰기 자체를 즐거움으로 여겼다. -p288


왜 글을 쓰는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 소통하기 위해서? 기록을 위해서? 쓰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써야 하니까? 김대중 대통령은 글을 쓰는 게 기쁨이라고 했다. 누군가를 향해 내 뜻을 펼치는 게 설렘이라고 했다. 글을 쓰는 일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준다. 생각이 정리되고 공부가 된다. 위로와 평안을 준다. 용기를 얻는다. 무엇보다 나를 들여다보게 된다. 스스로 성찰하게 된다. 가슴속에 맺힌 것이 풀린다.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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