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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lab Jul 28. 2017

자유로움

#50 오두막

#50 오두막 

-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쉬면서 2h 



세상에는 떠들어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맥은 생각한 후에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누가 묻기 전에 먼저 입을 여는 적이 거의 없었다. 더군다나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인간의 생각과 경험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이방인처럼 여겨지곤 했다. -p9 


나는 우리의 상처가 주로 인간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치유 역시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바깥에서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어떤 은혜가 일어났는지 알기 힘든 법이지만 말이다. -p12


'거대한 슬픔'으로 인해 거의 입을 다물고 지내던 7년 전의 그와 요즘의 그는 많이 다르다. 그때부터 약 2년 동안 우리 사이에는 암묵적인 동의라도 한 것처럼 대화가 없었다. 가끔 동네 가게에서, 그리고 드물게 교회에서 만나면 서로 인사치레로 포옹은 했지만 의미 있는 대화를 한 적은 별로 없었다. 그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조차 힘들어냈으니, 상처를 덧낼지도 모르는 깊은 대화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p13 


기억이란 가끔씩, 특히 사고가 난 경우에는, 종잡을 수 없다. 맥과 나는 되도록 사실에 가깝게 쓰려고 노력했지만 우리 의도와는 달리 착오나 왜곡된 기억이 반영되었을 수도 있다. 이 글의 대화와 사건들은 맥이 기억하는 내용 안에서 거짓 없이 기록되었다고 단언한다. 그러니 맥을 어느 정도 너그럽게 봐주었으면 한다. 결코 말하기 쉬운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도 곧 알게 될 것이다. -p15


미시가 실종된 그해 여름 이후 '거대한 슬픔'은 투명하지만 무거운 누비이불처럼 맥의 어깨를 두껍게 감싸고 있었다. 그 무게에 두 눈은 흐려지고 어깨는 축 처졌다. 두 팔이 모진 절망과 함께 누비이불에 꿰매지고 자신도 그 일부분이 된 것 같았으며, 그것을 털어내려는 노력마저도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맥은 매일 납으로 만든 무거운 목욕가운을 입은 것 마냥 축 처진 채 먹고 일하고 사랑하고 꿈을 꾸고, 만물을 퇴색시키는 음산한 낙담 속을 터벅터벅 걸어야 했다. -p38 


이제 가장 힘든 부분인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여러 일들이 태풍처럼 연달아 휘몰아치는 가운데, 맥은 자신이 태풍의 눈 속에서 슬로모션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느꼈다. 여기저기에서 보고가 들어왔고, 에밀 또한 자기가 아는 사람들이나 관련 당국과 분주하게 연락을 주고받았다. -p88


'거대한 슬픔'은 미시의 삶과 연결되었던 모든 사람들의 삶에 각기 다른 영향을 주었다. 맥과 낸은 폭풍우 같은 상실감을 함께 견뎌냈고, 이 일을 계기로 더욱 가까워졌다. 낸은 이 사건에 대해 맥을 전혀 비난하지 않는다고 처음부터 분명히 밝혔다. 물론 맥이 이 비극에서 풀려나는 데에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맥은 툭하면 '만약에'라는 게임에 빠져들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곤 했다. -p101


"당신의 고통을 쉽게 덜어줄 해답은 없어요. 그런 것이 있다면 내가 지금 말하겠죠. 나는 당신을 더 좋게 만들어줄 요술봉도 갖고 있지 않아요. 삶은 약간의 시간과 많은 관계를 필요로 하죠." -p148


그는 사발의 내용물이 바닥에 쏟아지고 계획했던 요리를 나눠먹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누구의 잘못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서로에 대해 사랑을 품고 그로 인해 완전함을 얻는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과는 얼마나 다른가! -p170


우리 인간의 한 언어에서 따온 단순한 이름이죠. '바람', 실제로 평범한 바람을 뜻해요. 사라유는 그 이름을 아주 좋아해요." -p179


성장은 변화를 뜻하고 변화는 알려진 곳에서 미지의 곳으로 걸음을 옮기는 위험을 수반한다. -p187


꿈속에서 날아본 적이 없는 사람은 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아마 남몰래 시기했을 것이다. 그는 '거대한 슬픔'이 찾아온 지난 몇 년 동안 날아다니는 꿈을 꾼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밤 그는 맑고 서늘하고 편안한 대기와 별이 빛나는 밤 위로 높이 날아올랐다. 호주와 강 위로 솟아올랐고, 대양의 연안과 산호초로 둘러싸인 작은 섬을 가로지르며 날았다. -p189


"나는 당신에게 뭔가를 믿으라곤 하지 않겠어요. 당신이 만들어놓은 개념에 끼워 맞추려는 대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오늘 하루를 훨씬 즐겁게 만들 거라고만 말하겠어요." -p195


"망가진 인간들은 겉보기에 좋아 보이는 것을 추구하지만, 그런 것에선 만족도 자유도 얻을 수 없어요. 그들은 권력이나 권력이 제공하는 안정의 환각에 중독되어 있어요. 어떤 재난이 발생하면, 자신들이 신뢰하던 힘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겠죠. 그들은 실망한 나머지 내게 마음을 열거나 아니면 더욱 분명하게 나에게서 독립하겠죠. 이 모든 것이 어떤 식으로 끝나는지, 그리고 우리가 한 인간의 의지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무엇을 성취해내는지, 그것을 당신이 볼 수만 있다면 이해할 거예요. 언젠가는 그러겠죠." -p206


"내 의지를 당신에게 강요한다는 건 사랑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진정한 관계는 비록 당신의 선택이 쓸모없고 건전하지 않더라도 순종하는 특징이 있어요. 파파와 사라유와 나의 관계에서 당신이 아름답다고 했던 것이 바로 그거예요. 우리는 진실로 서로에게 순종해요. 지금까지 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러겠죠. 파파가 나에게 순종하는 만큼 나도 파파에게 순종해요. 사라유와 나, 파파와 사라유의 관계도 마찬가지죠. 순종은 권위에 관한 것도 복종도 아니에요. 순종은 사랑과 존중의 관계에 대한 거죠. 마찬가지로 우리는 당신에게도 순종해요." -p242


"매켄지, 당신은 진정한 사랑의 방법을 현명하게 잘 알고 있군요. 사랑이 성장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는 것이야말로 성장하는 것이고, 사랑은 그것을 포함하기 위해 확장할 따름이죠. 사랑은 단지 안다는 것의 거죽일 뿐이죠. 매켄지, 당신은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놀랍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어요." - p260


"어둠 속에서는 두려움과 거짓말과 후회의 실제 크기가 가려지죠. 그런 것들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이기 대문에 어둠 속에서 더 크게 보일 뿐이에요. 당신 안에 있는 그런 것들에게 빛을 비추면 실제 모습이 보이겠죠." -p296


"나는 감정이 두려워요. ... 감정을 느끼는 게 싫어요. 감정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도 줬었죠. 대체 감정은 못 믿겠어요. 당신은 모든 감정을 창조했나요? 아니면 좋은 감정만 창조했나요?" ... "감정은 영혼의 색깔이죠. 감정은 아름답고 훌륭해요. 당신에게 아무 감정도 없다면 이 세계는 색을 잃고 지루해져요. '거대한 슬픔' 때문에 당신의 삶의 색채가 회색과 검은색의 단색으로 줄어든 것에 대해 생각해봐요." -p337 


또 맥은 어떤가? 그는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변화의 과정 속에 있는 인간이다. 하지만 나는 대개 변화의 과정에 저항하는 반면, 그는 기꺼이 받아들인다. 나는 그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먼저 용서하며 더 빨리 용서를 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변모된 모습은 그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 사이에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고, 그중에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래도 맥처럼 단순하고 즐겁게 삶을 영위하는 성인을 본 적이 없다는 말은 꼭 해두어야겠다. 어떤 면에서 그는 다시 아이가 되었다. -p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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